케이블TV의 KBS2TV 송출 중단 사태에 따른 시청자 피해는 끝난 게 아니다. 케이블TV가 KBS2TV SD(표준)방송까지 송출 중단한 것은 지상파와의 재송신 대가 협상 때문이다. 당장은 봉합돼 케이블에서 지상파방송이 나오고 있지만 다음 협상에서 또 다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시청자들은 언제 TV가 끊길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정책위원은 “디지털방송 전환을 기점으로 실내 안테나 기준, 직접수신 도달률이 일정 기준 보장되지 않는다면 KBS 2TV는 물론 MBC와 SBS까지 유료 플랫폼에 의무재송신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송신 논란의 결과로 시청자는 지상파방송 시청이 불가능했다. 시청자에게 중요한 것은 지상파 직접수신환경 구축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2월 1일, 재송신 분쟁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 의결을 앞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1월 30일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와 참교육학부모회 공동주최로 '시청자 입장에서 본 지상파재전송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권순택

“디지털지상파 비용 검토할 수 있다”…다만 직접수신 환경 구축한다면!

30일 여성민우회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가 공동주최한 ‘시청자 입장에서 본 지상파재전송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강혜란 여성민우회 정책위원은 “KBS 2TV가 끊겼을 때 시청자들은 대체수단이 없었다. KBS 측에 물어보면 IPTV나 위성으로 옮겨 타거나 직접수신을 해보라고 했다”고 지상파의 무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지상파 직접수신 비율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공영방송 KBS 1,2TV와 EBS 의무재송신 △일정 가구 점유율 미만 유료 플랫폼 공영방송 의무재송신, △기타 채널의 자율계약(단, MBC는 사회적 논의에 따라) 등이 가능하다며 “지상파 디지털 방송에 대한 저작권료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상파가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게 틀렸다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디지털지상파 방송에 대한 비용을 주고 전송하겠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무료방송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고 직접 수신율을 높이든가, 아니면 유료방송을 통한 무료재전송을 구현해 시청자의 접근권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접수신 비율을 높이지 않을 거라면 지상파에 전파를 줄 이유가 없다”며 “PP로 전환해 종편과 경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혜란 정책위원은 “직접수신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주파수를 지상파에 주는 것은 반대, MMS도 반대한다”, “수신료 인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인숙 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통위의 재송신 정책 부재가 이번 사태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정인숙 교수는 “KBS1TV와 EBS로 한정된 의무재전송 채널에 종편을 넣는 순간부터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없어졌다”며 “규제기관으로서의 면도 안서고 사업자들 역시 각각 자사이기주의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방통위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 교수는 “난시청이 개선된다면 저작권료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난시청 지역에 대한 점검의 미비하다”며 난시청지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민에게는 보편적 시청권이 있고 KBS는 전송할 의무가 있고, 방통위는 주무부처”라면서 “송출중단의 책임은 누가 지느냐. 결국 송출중단 사태가 장기화됐다면 국민들은 지상파에 소송을 걸고 방통위를 직무유기로 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묵 교수는 “이번에는 예컨대 280원으로 합의를 했는데 내년에 지상파가 300원을 달라고 하면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지상파 전체를 의무전송채널로 규정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지상파가 직접수신 환경을 제대로 구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이번 재송신 중단 사태는 지상파의 종언을 고하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지상파를 의무전송채널로 묶으면 지상파플랫폼은 고사”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직접수신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지상파멀티모드서비스(MMS)”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상파 직접수신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MMS를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상파를 의무전송채널로 묶는 순간 지상파 플랫폼은 고사당한다”며 “그러면 더 이상 직접수신비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의무전송채널은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입장을 달리했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지상파 플랫폼을 유지, 보수하느냐 아니면 해소하느냐의 문제’를 논의할 시점에 다다랐다고 제기했다.

방통위의 책임론에 대해 양문석 상임위원은 “중재할 권한이 없다”면서 ‘방송 재개 및 방송 유지명령권’ 및 ‘제재권한(분쟁당시)’ 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실질적인 법적 권한을 갖는다면 사업자간 자율협상에 맡긴다고 하더라도 방송 자체를 끊는 일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일반 시민들이 KBS2TV가 끊긴 것에 대해 크게 어필하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도 “KBS2TV 재송신 중단 사태야 말로 최시중 위원장이 책임지고 물러났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안현우 <미디어스> 대표는 “재송시 논란은 디지털 전환과도 연결되는 문제”라며 “그런데 디지털 전환이 안 된다고 대한민국이 문을 닫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목적이 없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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