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30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 디지털 방송 채널수요 산출 정보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방통위가 지상파 DTV에 배정한 38개 채널로는 동일, 인접 채널 간 간섭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인연합회와 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 19일 방통위에 △지상파 DTV 채널 수량 산출에 사용한 시뮬레이션 툴(측정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시뮬레이션(측정)을 위한 환경변수(Parameter) △시설별 임시, 확정채널 배정을 위한 시뮬레이션결과 및 주파수 혼신분석 판단 기준과 검토결과 △디지털TV용 필요채널 38개로 주파수 채널재배치를 완료한 이후, 방통위가 난시청 해소를 위한 시설에 추가 채널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근거자료 등을 공개 요구했다.

이 같은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방통위는 지난 11일 채널 수량 산출에 사용한 시뮬레이션 툴에 대해 정보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공개’, 환경변수·혼신분석 판단 기준 등은 ‘부분공개’ 결정을 내리고 이외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 방통위가 발표한 지난 20일에 확정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 방통위는 이 계획에서 현재 방송용으로 사용중인 700MHz 대역의 주파수 가운데 40MHz를 통신용으로 할당했다.

분석 결과를 발표한 언론노조 채수현 정책위원은 “같은 채널을 여러 중계소에서 사용함으로써 서로간의 간섭으로 방송이 전혀 수신되지 않는 ‘블랙아웃 상태’가 생긴다”면서 “채널 간 간섭이 예상되는 지점은 방통위가 실측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날로그 방송에서는 혼신이나 간섭이 일어나도, 더 강한 전파를 수신해 방송을 흐리게나마 볼 수 있었지만 디지털 방송은 간섭이 일어나면 화면이 보이지 않는 블랙아웃 상태에 빠진다.

채수현 정책위원은 “해발 1,157m에 이르는 용문산은 인근에서 가장 높은 산이고 서울과 수도권으로 넘어오는 전파는 막아줄 산이 없기 때문에 용문산 송신소의 전파로 인해 수도권 곳곳에서 간섭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사용하는 채널을 용문산 송신소에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통위가 DTV용으로 배정한)38개 채널로는 용문산 송신소와 수도권 TVR(Television Repeater, 저출력 무인중계소)을 같은 채널에 배정할 수밖에 없어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TVR 주변지역)에서 채널 간섭이 일어나 방송 수신이 안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방통위가 공개한 용문산 송신소와 감악산 송신소가 동일채널로 방송을 송출했을 때 일어나는 혼신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 붉은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혼신이 일어나는 지역이다. 채수현 정책위원은 혼신 지역이 주로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낮은 지대에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채수현 정책위원은 이 같은 간섭이 전국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채수현 정책위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북권 12곳, 경남권 10곳, 전남권 3곳, 경북권 3곳, 충청권 3곳에서 채널 간 혼신이나 간섭으로 디지털 방송의 시청이 불가능하다.

채수현 정책위원은 “방통위가 공개한 자료는 시뮬레이션 환경 변수가 매우 부족해 판정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공개적으로 채널 배정을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언론노조, 방송기술인연합회 등과 공동으로 DTV 채널 재배치 평가단을 구성해 채널 간 간섭이 의심되는 지역을 실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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