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첫 세트부터 불꽃이 튀었다. 손쉽게 세트를 마무리할 듯 보였던 도로공사를 추격하더니, 결국 36-34로 인삼공사가 경기를 가져가며 경기는 끝났다. 세트당 25점을 내는 경기에서 동점이 이어지며 결국 36점까지 가는 피 말리는 상황에서 누가 세트를 가져가느냐는 중요했다.

초반 압도하며 리드를 이끌던 도로공사는 인삼공사의 추격을 끊어냈어야 했다. 하지만 20점에 올라서기 전부터 흔들리던 도로공사는 인삼공사와 치열을 대결을 펼쳤다. 모든 것을 쏟아부은 첫 세트는 근래 보기 어려운 치열할 승부였다.

도로공사는 우승 후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탄탄한 팀이었지만, 초반 흐름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며 다시 한 번 무너지고 말았다. 11-16 상황에서 충분히 치고 올라갈 수 있었지만, 의도적이지는 않았겠지만 조금의 틈이 보이자 인삼공사는 바로 치고 올라왔다.

그동안 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 몰빵 배구로 버텨왔다. 그만큼 소속 선수들이 상대팀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밀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어린 선수들로 팀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는 더욱 그랬다. 그런 인삼공사의 변화는 FA인 이소영을 영입하며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모든 팀들에 옵션처럼 주어지는 외국인 선수는 기량이 비슷하다. 물론 적응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드러나기는 하지만 대략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결국 그런 상황이라면 국내 선수들이 얼마나 잘해주느냐에 따라 우승에 대한 가능성이 달라진다.

V-리그 KGC인삼공사 프로배구단이 4월 13일 "2020-21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국가대표 레프트 이소영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KGC인삼공사 제공=연합뉴스]

이소영 영입이 인상공사에 얼마나 중요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밀리던 경기를 21-21로 만들며 이후 두 팀은 시소게임을 이어갔다. 누구 하나 압도하지 못하고 치고받는 과정에서 극적인 순간 박혜민의 공격 성공은 인삼공사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어느 한 팀이라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 치열한 승부는 끝나고 만다. 그만큼 서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힘겨운 승부일 수밖에 없었다. 34-34 동점 상황에서 박혜민의 퀵오픈 공격에 엘레나의 오픈 공격이 성공하며 1세트를 36-34로 승리를 거뒀다.

두 팀은 1세트를 43분간 치렀다. 1시간 30분에서 2시간 내에서 끝나는 경기에서 세트 하나를 40분 넘게 치렀다는 것은 치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체력적인 문제에 정신적인 피로도가 극대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2세트는 모두에게 중요했다.

이기다 역전을 당한 도로공사로서는 2세트를 무조건 잡아야 했다. 하지만 2세트 시작과 함께 1-6까지 밀리며 자칫 손쉽게 경기를 내줄 상황까지 맞이했었다. 이런 상황에도 치고 올라가며 대등한 경기를 했지만, 인삼공사를 넘어서지 못했다.

인삼공사는 리드를 내주지 않고 경기를 지배했고, 이런 흐름은 3세트에도 이어지며 경기를 종료했다. 1세트 승부가 이번 경기를 결정지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밀리던 인상공사가 추격하고 그렇게 치열하게 이어진 경기를 36-34로 이기며 사실 경기는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국도로공사 외국인 공격수 켈시 페인 [한국배구연맹 제공=연합뉴스]

이소영 선수를 FA로 데려오며 기대했던 효과는 확실하게 드러났다. 이소영과 옐레나 모두 24점을 올렸다. 윙 스파이커로서 이 정도 점수를 꾸준하게 올려주면 상대는 힘들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가 둘 있는 것과 같은 효과이니 말이다.

우승 후보로 꼽혔던 도로공사의 켈시와 박정아가 18점과 16점을 올리며 결국 승패를 가르는 이유가 되었다. 여기에 인삼공사는 박혜민과 박은진까지 11점 10점을 올리며 고른 득점률을 보였다. 더욱 미들 브로커인 박은진이 3개의 블로킹에 10점을 올렸다는 것은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런 경기력에 화룡점정은 시즌 전 가장 큰 우려를 받았던 포지션에서 나왔다. 바로 올 시즌부터 주전 리베로로 나서는 노란 선수의 맹활약이다. 첫 경기에서도 환상적인 수비 능력을 선보였던 노란은 도로공사와 경기에서도 유감없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이소영의 FA 보상선수로 칼텍스로 간 국가대표 리베로 오지영에 밀려 제대로 능력을 보이지 못했던 노란 선수는 실력 문제가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기회가 없었을 뿐 실력은 충분하다는 사실을 노란 선수는 두 경기를 통해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체력적 문제로 풀타임으로 뛸 수는 없겠지만 인삼공사의 가장 큰 공백이라고 불렸던 리베로 자리는 노란이 확실한 존재감을 보였고, 채선아와 서유경이 얼마나 잘 받쳐주냐에 따라 올 시즌 인삼공사의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KGC인삼공사 박혜민 [한국배구연맹 제공=연합뉴스]

옐레나가 단순히 공격만이 아니라 수비력도 좋다는 점에서 공격만 하는 외국인 선수와 달리 유용하다. 여기에 이소영 효과에 컵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박혜민이 효과적인 공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반가웠다.

완벽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좋은 균형감을 보이고 있는 인삼공사는 시즌 시작과 함께 2연승을 이어갔다. 이소영 효과가 긍정적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중이다. 이제 칼텍스와 현대건설이라는 강자들과 승부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는 봄 배구를 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다.

흥미로운 경기를 펼친 인삼공사와 도로공사의 대결은 인삼공사의 승리로 끝났다. 시즌 초반부터 여자 배구 특유의 재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후 이어질 치열한 승부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아직 시즌 시작 후 2경기를 끝마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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