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2주 전 이 지면에 썼다. 곽상도 의원 아들 50억 수수 의혹은 이재명 지사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 이걸 이유로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퇴로를 만들기보다는 ‘국민의힘 게이트’ 주장을 반복하게 될 텐데 그러면 정면돌파가 아니라 독선으로 비쳐져 민심의 이반을 촉발할 수 있다는 거였다. 경선 결과를 보니 우려가 현실이 된 것 같다.

과반 득표로 본선 직행을 하게 됐다지만 이재명 지사로서는 최악의 경우다. 절차적 논란을 남길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만일 과반 득표를 못했다면 결선투표를 통해 상대 후보와 지지층의 승복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 거다. 정세균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이 얻은 표를 상회하는 격차로 본선 직행을 했다면 ‘사사오입’ 주장은 실효적이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사퇴 후보의 무효표 처리에 결선을 거치냐 마느냐가 달라질 수 있는, 묘한 성적이 나왔다. 절차를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하다.

사태가 이렇게 된 건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전 대표에게 크게 졌기 때문이다. 대패의 이유는 무엇인가? 세 가지다. 첫째, 선거인단 모집 시기를 보면 이낙연 전 대표 나름의 승부수가 먹힌 측면이 있다. 둘째, 당연하게도 대장동 개발 의혹이 영향을 미쳤다. 3차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투표권자들은 1, 2차 선거인단 모집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경선 참여를 고민했던 이들이 상당분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스윙보터’에 가까운 성향이었다는 거다. 셋째, 그간 이재명 지사의 대응이 이들이 가진 우려를 씻어내는 방향으로 되지 않았다. 그 결과 이낙연 전 대표 지지라는 형태로 이재명 지사에 대한 ‘반대 투표’가 이뤄진 거다.

중도에 가까운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 갖는 불안감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것 자체에 대한 실망감과 이재명 지사가 이 의혹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태도의 문제가 겹쳐진 걸로 보인다. 물론 이재명 지사는 사건에 대해 계속해서 나름의 설명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 설명이 결국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춰진다는 점이다. 그건 ’설명’이 아닌 ‘반격’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의 상당수는 대장동 문제가 불거진 배경에 이재명 지사의 책임이 있는 걸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중도적 지지자들이 이재명 지사의 대응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맥락을 잡을 수 있다.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한데, 당사자가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이런 일을 방지할 것인지를 성실하게 밝히기보다는, 자기 책임을 덜기 위해 남을 공격하는 일만 계속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기준으로도 바람직한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수락연설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수습을 해야 할 것이다. 본선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언론이 조언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재명 지사가 직접 부정한 금품을 받거나 한 일이 아니라면, 유권자들의 여러 성향을 고려해 볼 때 제대로 된 설명으로 이해를 구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대장동 의혹에 대한 태도 변화를 기대해보지만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에 앞서 일단 불거진 절차적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는 이의제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적대응 얘기도 나온다. 쉽지 않은 일이다. 법원은 당내의 절차에 해당하는 일에 무리하게 개입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당규에 사퇴한 후보의 표는 무효처리 한다고 돼있는 한, 후보들 동의를 전제로 임의로 결선투표를 진행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무위가 일방적으로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뒤집는 것도 무리다. 선관위가 이제와서 입장을 바꾸기도 어렵다.

결국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이낙연 전 대표이다.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전 대표의 폭넓은 역할을 요청하고 이낙연 전 대표는 이를 수용하면서 지지자들을 다독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연히 이걸로는 부족할 것이다. 남은 부분은 정권재창출의 정당성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당 지도부의 전략으로 메꿔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불안감이 남더라도 이낙연 전 대표와 정권재창출의 대의를 봐서 지지를 요청하는 전략을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더라도 현 정권과의 일치감 때문에 중도 공략의 한계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애초에 이재명 지사는 이 한계를 깰 수 있는 카드로 이목을 모았지만 그 이면의 한계가 이제는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이건 후보 카드가 아니라 정공법으로 풀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잘못한 것은 무엇인지, 자신들이 말하는 ‘민주정부 4기’가 이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정리하고 이 결과를 유권자들 앞에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과정으로 볼 때 지금의 집권세력이 이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기는 쉽지 않다. 꼭 대장동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재명 지사와 직접 관계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럼에도 정권교체냐 재창출이냐를 전망하기 어려운 것은 상대인 국민의힘 상황도 그다지 모범적이진 않고, 양당 후보에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대안으로 비춰질 수 있는 다른 선택지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런 대선을 치르고 있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는 큰 잘못이다. 이 잘못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를 먼저 하는 쪽이 용서도 먼저 받을 수 있다. 이걸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치권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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