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과 이근호.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라는 것을 제외하면 공통점이 없어 보입니다. 프로축구에서 둘이서 한 그라운드에 뛴 적도 없고, 국가대표팀 역시 지난 2009년 하반기에 열린 4차례 평가전에 함께 뛰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2010년 이후 놀라울 정도의 비슷한 행보를 이어온 선수들입니다. 좌절을 겪기도 했고, 한때 잊혀질 뻔하기도 했지만 절치부심 노력 끝에 다시 일어서 새로운 희망을 이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부상, 부진...아쉬움 많았던 2010년

▲ 설기현, 이근호 ⓒ연합뉴스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앞둔 지난 2010년 초, 누구보다 가장 안타까운 시간을 보냈을 선수로 꼽으라면 바로 설기현과 이근호였습니다. 3회 연속 본선 출전을 노리며 유럽 생활까지 청산하고 K리그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엿봤던 설기현, 일본 J리그에서 선전하며 존재감을 꾸준하게 과시하려 했던 이근호 모두 본선 엔트리에 들지 못한 것입니다. 설기현은 시즌 초 무릎 연골 파열로 몸을 만들지 못했고, 이근호는 대표팀 내에서의 잇따른 부진에 경쟁에서 밀려 월드컵 첫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월드컵 엔트리에 들지 못한 뒤, 이들은 한동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16강의 꿈을 이뤘지만 이들 입장에서는 씁쓸함이 더 많이 남았을 것입니다.

월드컵 이후에도 한동안 이들의 행보는 좋지 못했습니다. 겨우 부상에서 회복해 뒤늦게 K리그 데뷔전을 치렀던 설기현이었지만 부진한 경기력에 포항팬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특히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 이란 조바한과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골찬스를 놓친 것이 컸습니다. 이근호도 월드컵 엔트리 탈락의 충격 탓에 그해 내내 특징 없는 플레이를 펼치며 슬럼프를 겪었고, 기억하기 싫은 2010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다시 떠오른 2011년, 희망을 이야기하다

그러나 2011년 새해에 둘은 서서히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우기 시작했습니다. 동계 기간 새로운 전환점을 찾고, 몸을 만들면서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간 것입니다.

포항에서 울산으로 새 둥지를 튼 설기현은 전성기 때처럼 임팩트 있는 활약은 펼치지 못했어도 꾸준함을 유지하며 울산의 주축 선수로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특히 설기현은 K리그 챔피언십, 컵대회 결승전 등 큰 경기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는데 그의 활약 덕에 울산 역시 컵대회 우승, K리그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내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울산 팀 전체적으로나 설기현 개인에게 모두 의미 있는 2011년이었습니다.

일본 J리그 개막부터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이근호는 시즌 내내 안정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15골-10도움을 기록하고 리그 득점 3위, 공격포인트 2위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습니다. 좋은 활약 덕에 축구대표팀에도 모처럼 발탁돼 꾸준하게 중용됐고, 온두라스와의 평가전, 아랍에미리트와의 월드컵 예선에서 골을 기록하며 첫 월드컵 출전의 꿈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다시 이어갔습니다. 겨우내 몸을 잘 만든 덕에 몸놀림이 더욱 경쾌해지고 특유의 스피드가 살아나면서 경기력이 한층 좋아진 모습을 보였던 이근호였습니다.

새 마음가짐 갖고 더 높은 도약을 꿈꿀 설기현-이근호

그렇게 롤러코스터 행보를 이어온 이 둘은 2012 새 시즌에 새로운 팀에서 활약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설기현은 옛 스승 허정무 감독이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에 새 둥지를 틀어 앞으로 2년간 활약하게 됐으며, 이근호는 설기현이 간 자리를 대신해 울산 현대로 자리를 옮겨 약 4년 만에 K리그에 복귀하게 됐습니다. 저마다 더 높은 도약을 위해 선택한 것인 만큼 이들은 더욱 굳은 각오를 갖고 이번 시즌을 맞이하려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고, 도약하려는 굳은 의지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는 동계 훈련 기간입니다. 지난 몇 년간 많은 일들을 겪었던 설기현, 이근호 입장에서는 2년 전의 아픔을 털고 지난해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올 시즌 더 높은 도약을 꿈꾸며 더 피나는 노력을 펼칠 것입니다. 유니폼을 입고 팬들 앞에 선보일 이들의 화끈한 활약상을 꾸준하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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