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의 KBS 2TV 송출이 전면 중단됐다. 디지털은 물론 아날로그까지 송출을 중단하면서 케이블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보던 가구들은 16일 오후 3시를 기점으로 KBS 2TV를 시청할 수 없게 됐다. 시청자 입장에서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셈이다.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자랑하던 KBS 2TV 드라마 <브레인>의 시청률이 급감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 기준 5.61%, 닐슨AGB 수도권 기준으로 12.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브레인>이 KBS의 킬링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KBS로서도 아쉬운 시청률이다. 이것은 지상파재송신 대가를 둘러싼 분쟁의 결과다.

지상파 3사 뉴스는 케이블방송의 KBS 2TV 송출 중단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 1월 16일 KBS '뉴스9' 보도

지상파 3사, “케이블의 횡포”, “위약금 없이 갈아타기 가능”만 강조

당장 송출중단의 당사자가 된 KBS는 <뉴스9>를 통해 ‘집중진단’ 12번째 리포트로 배치, “멀쩡하던 KBS 2TV 화면이 먹통이 됐다”고 보도했다. ‘방송대란’이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KBS <뉴스9>는 “(케이블 측은) KBS의 요청으로 방송이 중단됐다고 고지했지만 왜곡”이라면서 “KBS는 케이블 TV측에 결코 방송을 중단하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또한 “케이블 TV측은 MBC와 SBS까지 송출 중단을 확대하겠다고 했다”며 “지상파 안테나를 설치할 경우나 스카이 라이프, IPTV을 통해서는 지상파를 시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은 지상파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종합유선방송사들의 송출중단사태로 국민의 이 권리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 1월 16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MBC <뉴스데스크>도 9번째 리포트로 “지상파TV의 저작권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뿐 아니라 시청자를 볼모로 한 ‘법도 상식도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MBC는 “방송3사의 HD방송만 중단했던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아날로그방송까지 모두 끊어버렸다. 1500만 케이블 가입가구에 대한 계약위반”임을 강조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일방적인 송출중단은 명백한 계약위반인 만큼 케이블 약정가입자들도 위약금 없이 IPTV와 위성방송 등으로 갈아 탈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법원은 지난해 케이블사업자가 지상파HD방송을 송출하려면 방송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디지털케이블 신규가입자에 한해 재송신을 중단하라고 판결했다”며 “그러나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은 ‘KBS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엉뚱한 자막을 내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 1월 16일 SBS '8뉴스' 보도

SBS <8뉴스>는 ‘케이블 방송사들, KBS 2TV 재송신 일방 중단’, ‘재송신 대가 지불 안 하는 케이블TV, 정당한가’ 2개의 리포트를 편성했다.

“약속한 서비스를 제공해주지 못할 경우, 별도의 위약금 없이 다른 선택권이 주어진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방통위 김준상 방송정책국장의 브리핑을 인용, “불편을 느끼는 가입자들이 원하면 위약금 없이 케이블 방송 해지도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고 전했다.

SBS는 “문제의 본질은 지방파 방송을 그대로 전송만해서 이득을 보는 케이블 방송사들이 지상파에 저작권료를 못 주겠다고 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또, “IPTV와 위성방송 같은 다른 유료매체들은 정당하게 대가를 지불하고 지상파 프로그램을 재송신하고 있다”며 “유독 케이블 방송사업자들만 대가의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BS는 “유료매체들로부터 받는 콘텐츠 대가는 지상파 방송의 고품질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쓰여진다”고 덧붙였다.

“수신환경개선 전무했다”는 사실은?

지상파방송사 보도내용에서 ‘틀렸다’고 짚을 만한 부분은 없다. 다만 ‘문제의 본질’을 외부에서만 찾는 지상파의 시각은 문제다. 뉴스에서는 “케이블의 횡포”로 인한 “시청자들의 불편”만 있을 뿐, 수신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자신들의 책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국민은 지상파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다”고 보도한 KBS.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지상파를 보기위해 유료방송에 가입해야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지상파 무료화’라면서 케이블 방송이 지상파 송출을 통해 장사를 하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지상파에서 무료보편적 서비스라는 수신환경을 만들어 놓지 못한 것 역시 문제다. KBS 2TV <브레인>의 시청률이 급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수신환경이 개선되지 못하면 케이블에서 일방적으로 방송을 끊을 경우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취약계층”이라고 강조했다.

윤 소장은 “젊은 층의 경우에는 DMB나 스마트TV의 기능을 활용하는 등 다른 대체수단을 통해 TV를 시청할 수 있지만 장애인이나 노인층의 경우에는 아예 접근이 가로 막히게 된다”고 비판했다. 당장 피해를 보게 된 취약계층, 지상파는 이들을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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