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은 왜 정몽준 의원으로 배를 갈아탔을까? 전여옥의 자서전에 해답이 나온다.

옳은 이야기였다. 모든 것을 떠나서 가해자 대 피해자 구도라, 나는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중략) 만일 한명숙 후보가 대선 즈음한 어느날 아침, 아침마당에라도 나가서 그 ‘한맺힌 사연’을 한반 좌르르 풀어내면 어떻게 될까? 나도 코끝이 찡한데 온 나라는 눈물 바다가 될 것이다. ‘노무현의 눈물’에서 ‘한명숙의 울음바다’로 이어지면 승산이 없다. 나는 도저히 박근혜 카드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근혜가 후보가 된다면 저쪽 후보는 한명숙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것은 필패의 카드였다.(128p)

전여옥은 한명숙 대표와 그의 남편 수감생활 이야기를 책에 담고 박근혜가 필패한다고 썼다.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싸움에서 국민들은 박근혜에게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승자의 편에서고 싶다는 게 유력한 대선후보 박근혜를 버리고 정몽준이라는 또다른 유력 후보로 배를 갈아탄 원인이다. 갈아탄 수준을 넘어서 당내 권력에서 찬밥신세가 된 이친계 의원들에게 합류를 권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정권 재창출을 해야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다. 아무리 4대강을 성공시켜도 소용없다. 청계천의 신화 역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유지될 수 있었듯이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독보적인 박근혜 주장의 틈새를 보았음이 틀림없다. (중략)정몽준 전 대표 역시 대단한 잠재력을 지녔다. 정치를 하는 매우 순수하고 확고한 목표와 공직자로서 분명한 자세를 갖추고 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수많은 구슬을 꿸 실과 바늘만 있다면 남북문제와 글로벌리스트로서 시대 정신을 대표하는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26p)

또 다른 자충수

전여옥 의원은 책에서 소소한 자충수를 두었다. 자신이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자초하는 측면이 크다. ‘나는 나를 믿는다’는 특유의 자존심으로도 동의 얻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하나는 문래동 ‘현대홈타운’이 ‘현대 힐스테이트’로 승격한 에피소드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전여옥 의원은 “제가 소속한 위원회가 옛날 건설교통위원회인 ‘국토해양위원회’이고 또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과 안면이 있기에 직접부탁을 여러 차례 했다. 또 천길주 본부장을 비롯한 현대건설의 지인들을 통해 여러 차례 끈질기게 시도하고 또 시도했다. 김중겸 사장이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답했다”고 자서전에서 밝혔다.

자신이 거주하는 문래동 ‘현대 홈타운’이 ‘힐스테이트’로 승격한 것이 자신의 공이었음을 밝히는 대목이다. 전여옥 의원의 말대로라면 국토해양위원회 전여옥 위원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건설사 사장에게 청탁을 한 것이다. 직권남용에서부터 국회의원의 도덕적 문제까지 탄핵의 대상이 될 만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전여옥 의원은 이 문제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공을 부각한 나머지 더 중요한 사실을 망각했다. ‘홈타운’에서 ‘힐스테이트’로 명칭을 바꿔, 이로 인한 집값 상승은 뻔하다.

이런 문제는 또 나타난다. “때로는 그는 본인이 웃기는 줄도 모르고 사람을 웃게 하고 했다”면서 정몽준 의원의 목도리에 얽힌 사건을 소개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조카가 선물한 목도리를 두르고 왔는데, 목도리에 있는 MJ란 이니셜을 보고 전여옥 의원이 “몽준의 이니셜을 따서 ‘MJ'라고 써있는 것을 용케 찾아서 선물했네요”라고 말하자, 정몽준 의원이 “난 또, 마이클 조던인 줄 알았네”하고 답한 것을 미담으로 소개한 것이다.

전여옥 의원은 정몽준의 소탈함, 아니면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이 사연을 소개한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도 나왔듯이 “MJ 이니셜이 크게 써있는 털목도리”는 마크 제이콥스(Mark Jacobs)라는 유명 디자이너 제품이다. 이른바 명품인 것이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조카가 삼촌에게 선물할한 것이 ‘명품 털목도리’로 사람들은 ‘역시 재벌들은 다르구나’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의도한 인간적, 혹은 소탈함 보다는 정몽준이라는 재벌과 재벌 자재들의 다른 세계에 대해 거부감을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짧은 시간, 경이로운 속도로 제작된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지 않다.

그의 책은 거침없이 단 하나의 목적만을 위한 직설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잔 실수도 많다. 비난에 가까운 비판과 목적을 이외에 모든 것을 무시하는 어법을 사용하는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 순간 겸손을 배웠다. 그리고 겸손이야말로 내가 이 거친 정치판에서 견딜 수 있는 유일함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깨달았다. (63p)

겸손함을 배웠다는 전여옥 어법을 견딜 수 있는 사람, 혹은 전여옥 의원에게 기부하는 일정한 인세를 감내할 수 사람들에게는 ‘한나라당 내부의 흥미진진한 권력싸움’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