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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까지 날아온 대리운전 메시지[엄호동의 사이버세상 속으로] IPTV, 경쟁력 있는 서비스 돼야
엄호동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08.04.03 14:17

서울에서 서울은 12000원, 경기에서 서울은 17000원이라는 대리운전 문자 메시지가 홍콩에까지 전송돼 오다니….

지난 3월 27일 3박 4일의 일정으로 'IPTV 조기정착을 위한 정책방안' 국제 세미나 참석차 홍콩에 갔다.  예전 같았으면 인천공항에서 통신회사 데스크를 찾아 신청해야 했던 휴대전화 로밍 서비스가 이제는 전원을 껐다가 키는 것만으로 개통된다. 3세대 이동통신으로 통하는 WCDMA의 보급으로 홍콩에서도 국내와 다름없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음성통화는 물론이고 문자 메시지, 무선 인터넷 그리고 화상통화까지 모든 서비스 이용이 가능했다. 휴대전화만으로 볼 때 홍콩에 있는지 국내에 있는지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

   
   
휴대전화 사용이 국내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편리해지다 보니 간사하게도 욕심이 하나 더 생긴다. 홍콩에 왔어도 국내 뉴스를 포함해서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아마 이 바람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 추세로 볼 때 그리 먼 얘기는 아니다.  IPTV가 이 바람을 욕심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에서는 이미 IPTV가 상용화 돼 있다. 홍콩 최대 유선통신사업자인 PCCW는 2003년 9월부터 NOW Broadband-TV라는 IPTV 서비스를 시작했다. 15개 음악채널을 포함해 58개의 채널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날씨, 교통 등의 부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에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비해 무려 5년이나 앞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이번 세미나가 홍콩에서 개최된 이유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방송환경 때문에 인터넷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홍콩보다 5년이나 늦은 지금에서야 상용 서비스가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시행령 제정 단계에서도 적지 않은 쟁점들이 있어 언제 시작될 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전북대 최용준 교수는 세미나 발제문에서 "IPTV 법안은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 및 융합된 미디어시장의 활성화를 저해할 만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는 향후 예정된 동 법 시행령 제정과 방송법의 개정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최대한 축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미디어시장의 활성화를 저해할만한 요소로 '공정경쟁의 촉진', '전기통신설비의 동등 제공', '공익채널 의무적 운용 조항 미비', '방송권역과 재송신 그리고 지역채널 운용' 등을 꼽았다.

최 교수가 꼽은 쟁점들을 살펴보면 케이블 SO(종합유선방송)를 중심으로 짜여진 방송사업자 진영과 KT와 하나로통신으로 짜여진 통신사업자 간의 이해관계가 혼재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얘기는 결국 방송·통신 융합환경에서 서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힘겨루기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집안 싸움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순간에도 홍콩의 경우처럼 다른 나라에서는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 소니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소니는 기존에 게임기였던 PS2에 인터넷 접속과 저장기능을 추가한 PS3를 지난해 출시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 1200만대가 팔려 나갔다. PS3를 구입해 인터넷에 접속하면 소니가 운영하는 PS스토어에 접속하게 된다. 이 PS스토어를 통해 소니픽쳐스가 제작한 영화를 집안 거실에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올해 안에 시작할 예정이다.

이것이 바로 IPTV다. 전파를 통한 방송 서비스는 지역적 한계가 있지만 인터넷을 이용한 IPTV는 전세계를 하나의 서비스권역으로 두고 있다. IPTV의 이러한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권역을 어떻게 나눠야 하느냐? 공익채널을 몇 개나 송출해야 하느냐? 하는 것들이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IPTV는 서비스 서버와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에 방송과 달리 채널 수와 방송권역의 한계가 있을 수 없다.

우리가 통신이냐 방송이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이 시기에도 해외의 많은 기업들이 국경을 초월한 IPTV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도 하루빨리 IPTV 서비스를 시작해 서비스를 준비 중인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 체제에 돌입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비즈니스는 대상 시장이 한 지역 또는 국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라는 것은 동영상 포털 '유튜브'와 검색 포털 '구글' 등을 통해 이미 입증 됐다.

매체의 특성상 한계가 없는 제한을 기존 사업자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 규제해야 한다는 얘기는 이러한 이유로 폐기돼야 한다. 그와 같은 규제는 해외 기업들에게 우리의 안방과 거실을 내주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있는 이 시기에 IPTV의 진정한 경쟁 상대가 누구인지, 매체의 특성은 어떠한 지부터 철저히 분석해 경쟁력 있는 서비스가 되길 바란다. 해외에서도 대리운전 문자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이동통신 서비스처럼 해외여행 중에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엄호동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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