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단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매년 그해의 구호, 캐치프레이즈를 발표하면서 한 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한 해를 다짐하는 선수단의 각오와 그 마음이 담긴 캐치프레이즈는 사실 많은 의미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데요.

2000년대 중반부터 우리 프로야구 우승팀들이 우승을 차지한 뒤, 다음해의 각오를 어떤 식으로 다졌는지, 최근 7~8년간의 우승팀 그 이후의 캐치프레이즈 총정리해봤습니다. 은근한 공통점과 유행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뭔가 투지 넘치는 이 "캐치프레이즈"라는 건 왠지 새해와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

▲ 어느 구장이든 시즌 내내 운동장 어딘가에 늘 이 캐치프레이즈가 함께합니다.
지난해 삼성의 캐치프레이즈는 위에 사진에 어렴풋이 보이는 ‘Yes, We can!’. 이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우승을 거둔 가운데 올 2012시즌 캐치프레이즈도 Yes, One more time! ‘Yes 시리즈 2탄’으로 불리며, 올 시즌에도 작년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각오가 엿보입니다.

이런 우승 당시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캐치프레이즈는 2000년대 후반을 지배했던 SK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요. 2007년부터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SK는 우승의 기운을 이어왔던 캐치프레이즈를 3년간 꾸준하게 썼습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문학구장을 지배했던 "Fan First! Happy Baseball!". 하지만 2010시즌 우승을 차지한 뒤, SK 와이번스는 2011시즌 구단 캐치프레이즈를 다소 복잡하게(?) 바꾸었습니다. 바로, 'Do dream! SK Wyverns! Let's go V4!' 일반적인 캐치프레이즈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V+숫자 조합을 넣었습니다.

2009시즌 우승팀 KIA의 경우, 프로야구 최다 우승팀답게 V시리즈를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승을 차지했던 2009시즌 캐치프레이즈인 'Team &Fan First! Go V10 Tigers!'나, 이것과 쌍둥이 같은 2010시즌 'Team&Fan First! Go Go V11'. 모두가 V에 숫자를 더하며 이어가고 있다는 거.

2000년대 중반에 우승을 이어갔던 삼성의 경우도 V+숫자의 조합을 꼭 넣었는데요. '팬과 함께 2006년에는 팬과 함께 만드는 라이온즈의 신화! 2006 V4’를 내걸고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하더니, 2007년은 "환희와 감동! 신화는 계속된다! 2007 V5!"라는 다소 장황한 구호를 이어가는 가운데 우승 숫자를 강조했습니다.

최근의 영어 위주 캐치프레이즈에 비해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한글로 된 캐치프레이즈가 많았는데요. "현대"의 2005시즌 캐치프레이즈 "'멋진 승리, 끝없는 도전! 막강현대 최강 유니콘스'는 참 직설적인 느낌도 듭니다.

2000년대 초반의 지배자, 현대의 2005시즌 캐치프레이즈 '멋진 승리, 끝없는 도전! 막강현대 최강 유니콘스' 이 캐치프레이즈가 현대에겐 마지막 우승 뒤 만든 구호였는데요. 끝없는 도전은 그저 끝없는 외침이 된 듯한 느낌도 듭니다.

공모를 통해 캐치프레이즈를 만드는 유행도 한때 모든 구단에 함께하는 듯하더니 최근엔 약간 시들한 느낌입니다. 팬과 함께 가겠다는 구호들이 넘쳤고 또 우승의 숫자를 강조하던 유행도 있었던, 2000년대의 캐치프레이즈의 흐름. 야구의 인기가 새롭게 높아진 2012시즌, 그리고 우리의 2010년대는 앞으로 어떤 유행을 보여줄까요? 야구단의 인식과 야구단의 목표가 담겨진 "캐치프레이즈"를 보는 재미는 야구 전체에 대한 느낌을 다시금 생각케 합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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