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복싱 사상 처음으로 경기인 출신으로 한국 프로복싱의 수장이 된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KBC) 회장과 유명우 사무총장에 대해 프로복싱 세계 4대 메이저 단체(WBC, WBA, WBO, IBF) 가운데서도 가장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는 두 단체인 WBC와 WBA가 즉각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혀왔다.

10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유명우 KBC 사무총장은 지난 9일 "WBC, WBA, WBO, IBF 등 4대 메이저 복싱기구에 홍수환 집행부의 출범을 공식 통보하고 협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KBC는 OPBF 사무국과 JBC, JPBA,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의 복싱 커미션에 신임 KBC 홍수환 집행부의 출범을 통보했다.

▲ 7일 오후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한국권투위원회(KBC) 비상대책위원회 전국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홍수환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4대 기구 가운데 WBC와 WBA는 가장 먼저 환영의사를 밝혀왔다.

특히 WBC는 “홍수환 회장 및 집행부를 지지한다”며 “11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WBC 50주년 총회에서 홍수환 회장을 부회장으로 추천 하겠다”고 밝혀오기까지 했다.

WBC는 또 “커미션(권투위원회) 차원에서 한국과 멕시코 루키대항전 개최를 요청한다”면서 “검토해서 통보해 달라”는 회신을 보내왔다. WBA와 PABA에서도 적극적인 지지의사와 적극적인 협조를 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사실 현 홍수환-유명우 투톱 체제의 KBC 신임 집행부는 전임 집행부가 그 법적 효력을 부정하며 법정 투쟁을 다짐하고 있어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복싱 메이저 단체들이 잇따라 홍수환-유명우 체제의 KBC에 즉각적으로 환영과 지지의 의사를 밝혀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메이저 프로복싱 단체들이 이런저런 위험을 감수하고 이례적인 지지 입장을 밝혀온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는 결국 세계 프로복싱의 중심에서 어느 순간 그 존재 자체가 미약해져 버린 한국 프로복싱의 부활을 국제단체에서도 기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 마디로 홍수환, 유명우라는 존재가 한국 프로복싱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 자체로 이들이 한국 프로복싱의 부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 프로복싱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명승부였던 '4전5기 신화'의 주인공 홍수환 회장과 세계 타이틀 17차 방어 기록에 빛나는 유명우 사무총장이라면 침체에 빠진 한국 프로복싱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이름값과 힘을 모두 가질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198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프로복싱은 인기 면에서나 복서들의 기량과 선수층 면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 태국, 필리핀 등과 더불어 선두의 위치에 있었다.

특히 경량급의 경우 김태식, 유제두, 박찬희, 장정구, 김철호, 유명우, 홍수환 등 숱한 스타 복서들을 배출, 메이저 단체의 세계 타이틀전을 국내에서 한국 선수들끼리 치르는 이벤트가 개최될 정도로 등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켰었던 것이 사실이다.

중량급에서도 박종팔, 백인철 등 동양인에게는 한계 영역으로 여겨지던 체급에서도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이 나와 한국 프로복싱은 세계 프로복싱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하지만 그처럼 좋은 시절에도 한국 프로복싱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부분은 행정과 외교였다. 복싱을 모르는 정치인 출신 '낙하산 인사'가 번번이 KBC의 수장 자리에 오르다 보니 일선 경기인들의 목소리를 현장에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복싱의 인기가 날로 떨어져 가는데도 '자리싸움'에 급급한 나머지 복싱 흥행과는 거리가 먼 행보로 신뢰를 잃었다.

그 결과 오늘날 한국 프로복싱은 남자의 경우 세계 챔피언은커녕 동양 챔피언 한 명 없는 사실상 뇌사 상태다. 세계 챔피언만 7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일본에 비하면 그야말로 초라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한국 프로복싱의 이 같은 비참한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세계 메이저 프로복싱 기구 입장에서는 국내 복싱팬들 못지않게 챔피언 출신 KBC 집행부에 기대를 걸고 있음을 즉각적인 지지 의사 표명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복싱이 다시금 활력을 얻는다면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프로복싱계와의 다양한 교류도 가능해지고 프로복싱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점차 커질 수 있다. 또한 전세계적인 시각에서 볼 때 프로복싱이 최근 UFC와 같은 격투스포츠에 빼앗긴 인기도 만회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WBC가 알려온 대로 홍수환 회장이 WBC 부회장에 추천되어 그대로 부회장에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면 그는 일약 세계 프로복싱계의 전면에서 한국 프로복싱의 부활을 이끌 여러가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크나큰 동력을 얻게 된다.

홍수환-유명우 투톱 체제의 KBC가 그로기 상태에 빠진 한국 프로복싱계에게 역전 KO승의 기회를 안겨줄 수 있을지 기대어린 시선을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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