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의원의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폭로의 정황을 입증하는 주장들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전당대회는 대의원 25~30명을 관리하는 당협위원장만 잡으면 되니 돈 봉투가 오고 갔다”고 말했고, 2008년 전당대회에서 박희태 후보에게 패배한 정몽준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의 실세라는 분이 ‘정몽준이 한나라당 대표 되는 건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라’고 지시했었다”며 이상득 의원의 배후설을 제기했다.

홍 전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승덕 의원의 폭로에 대해 “지방 대의원들이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데 교통비와 식대로 수백만원씩 ‘거마비’를 주던 게 나쁜 관행이 된 것”이라며 당내 경선의 경우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서로 잘 아는 사이라 그런 관행이 끊이질 않았다"고 고백했다. 홍 전 대표는 2010년 전당대회에서 높은 대중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친이계 안상수 후보에게 석패한 이후 "바람은 조직과 돈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을 남겼다.

2008년 전당대회에서 박희태 후보에게 패했던 정몽준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실세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은연 중 이상득 의원을 겨냥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정 의원은 2008년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살포된 상황과 관련해 당시 “한나라당의 실세라는 분이 의원들을 불러서 '정몽준이 한나라당 대표 되는 건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라', 이렇게 지시를 하고 그랬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실세는 누구냐’고 묻자, 정 의원은 “실세는 여러분이 있다. 이재오 전 장관은 확실히 아니다. 너무 자꾸 물어보면 힘들다. 하도 답답해서 방송에서도 얘기한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정 의원이 박희태 돈봉투의 실세 개입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돈의 출처와 관련해 대선을 치룬 잔금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관련해 10일자 경향신문은 ‘박희태 돈봉투 친이계 자금설 대선잔금설’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희태 국회의장측 인사의 발언을 빌어 “그때 박 의장이 개인적으로 돈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며 정권 초반이었던 점을 감안해 '친이계 핵심 의원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집했거나 아니면 2008년 전당대회가 대선 8개월 후에 치러진 만큼 잔여 대선자금이 흘러들어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근혜 비대위가 박희태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한 가운데 정권 실세 개입 의혹까지 제기됨에 따라 돈봉투 살포를 둘러싼 정치적 지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설령, 박희태 의장이 소환되더라도 이 정부의 검찰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높은 가운데 정권 입장에선 가장 예민한 문제인 ‘대선자금’까지 의혹이 확산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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