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시 서초을이다. 현재 이곳에는 고 의원을 포함해 한나라당의 4월 총선 후보 예비후보로 두 명이 등록했다. 그 중 한 명인 박성중 전 구청장은 박희태 국회의장과 종친이며 중, 고등학교 후배 사이다.

▲ 박희태 국회의장ⓒ연합뉴스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은 고승덕 의원과 악연을 맺고 있다. 고 의원과 박성중 씨의 악연은 2010년 지방자치단체선거 한나라당 공천 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에 앞서 서초을 지구당 위원장인 고승덕 의원은 서초구 최대 현안이었던 장외마권발매소 건립과 관련해 당시 박성중 구청장과 의견을 달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구청장 시절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던 서초구청은 2010년 고 의원이 지지한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취임하자 13일 만에 건축허가를 내줬다. 지역 구민의 반대에 부딪히자, 고 의원은 압력 행사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를 검찰에 고발했으며 이후 재판에서 “나와 사이가 안 좋은 박 전구청장”이란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박 전구청장의 오는 4월 총선 예비후보등록시점은 지난해 12월 30일이다. 예비후보등록은 12월 13일부터 가능했다. 고 의원의 ‘돈 봉투 폭로’ 칼럼 게재일은 12월 13일이다. 고 의원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돈 봉투 액수까지 이야기한 시점은 1월 초다. 박 전 서초구청장은 1월 6일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과 박희태 국회의장은 경남 남해중,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로 남다른 사이로 알려졌다.

“재경 박씨문중회는 지난 23일 저녁 신사동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30여명의 박씨 문중들이 모여 지난 5ㆍ31 지방선거에서 서초구청장으로 당선된 박성중 동문의 축하연을 베풀고 박성중 동문에게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감사패를 전달했다”<남해신문 2006년>

당시 대경박씨문중회 회장은 박희태 의원이었다. 박 씨는 서초구청장 이후 2011년 1월 ‘사랑의 열매’ 사무총장으로 옮겼으며 한나라당 ‘희망씨앗나눔’ 약정서 전달식을 진행해 한나라당 의원 전원의 기부를 이끌어낸 바 있다. 당시 대표는 홍준표 의원이었다.

한나라당에 영남 중심의 친박계와 수도권 중심의 친이계라는 계파가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고승덕 의원의 폭로는, MB정권 탄생의 주역인 ‘6인회(이명박, 이상득, 최시중, 김덕룡, 박희태, 이재오)’ 중 박희태 국회의장을 겨냥했다. 박근혜 의원이 대표를 맡은 비상대책위원회는 쇄신을 내걸며 실세를 겨냥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전략기획팀장으로 영입되면서 ‘BBK소방수’라는 별명을 얻은바 있다. 이전에는 크게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사이지만 지금은 쇄신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세와 자신의 운명을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또한 공교롭게 지역구 공천 문제를 놓고 박희태 국회의장 측이라고 불러도 좋을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과 경쟁하고 있다.

▲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연합뉴스

돈 봉투 파문, 우연인가 필연인가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9일 “앞으로 과거의 잘못된 부분이 나오더라도 다 털고 갈 것이다.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처럼 한나라당에서는 돈 봉투 파문을 고리로 재창당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고승덕 의원은 검찰 조사를 마친 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로 돈봉투 관련자들 모두 공천 배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무소속으로 나올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파악한 바로는 (공천 배제 인사는)돈 봉투를 받은 사람들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돈 봉투를 거부한 자신은 공천 배제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 의원은 지난 8일 검찰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을 ‘돈 봉투’의 배후로 지목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비박, 반박인사들로 알려진 홍준표·김문수·정몽준 세 사람의 회동이 있었다. 이들은 회동에서 이상돈, 김종인 비대위원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준 의원은 9일 모 방송사와 전화인터뷰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을 겨냥해 “2004년 박근혜 위원장이 당 대표 취임 할 때 연설에서 부정부패연루자는 당에서 보호하지 않을 것이고, 유죄 확정되면 영구 제명하겠다. 이렇게 말했다. 자격이 없는 위원들이 이렇게 하면 쇄신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전당대회하는 게 정공법”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나라당의 비대위는 당헌, 당규상 전당대회를 통해 추인을 받아야만 한다.

양분된 한나라당에서 쇄신의 중심축은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더불어 이상돈, 김종인 비대위원으로 친이계의 사퇴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한 인터넷신문은 김종인 비대위원과 박태견 뷰스앤뉴스 대표는 사제지간으로 상당히 가까운 것으로 보도했다. 돈 봉투 파문에서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관계를 처음 언급한 언론은 '뷰스앤뉴스'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직전에 자신에게 300만원 돈 봉투를 돌린 당시 당 대표 후보는 박희태 현 국회의장이며, 이를 전해온 인사는 김효재 청와대 현 정무수석이라고 밝혀 파문이 급확산되고 있다. 당 고위 인사는 5일 밤 본지에게 ‘고승덕 의원과 방금 통화해보니 돈봉투를 건넨 당사자가 김효재 청와대 수석이었다고 확인해주었다’며 고 의원은 내주 검찰 조사에서 김 수석의 실명은 물론 관련 정황을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뷰스앤뉴스 1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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