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딴 식으로 방송하려면 문 닫는 게 낫다. 이 따위로 할 거면 카메라 접어라!”

MBC 구성원들이 아직도 기억할 진 모르겠지만, MB 정권 출범 이후 시민들은 수없이 MBC를 찾았다. 촛불을 들며 MBC를 밝혔던 시민들은 “MBC 힘내라” “지켜줄게 MBC” “PD수첩 사수하자”를 외치곤 했다. 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촛불’은 MBC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지난 2008년 7월, <PD수첩> 사수 투쟁, 2009년 2월과 12월의 언론노조 파업, 2010년 2월 김재철 선임 저지 투쟁, 2010년 4월 MBC노조 투쟁… 그때마다 시민들은 MBC 앞을 지켰다.

▲ 2010년 4월30일 저녁 서울 여의도 MBC본사 남문광장에서 개최된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1천여명의 시민들이 "공영방송 MBC를 사수하자"고 외치고 있다.ⓒ 미디어스
그러나 2012년 1월, 지금 MBC는 규탄의 대상으로 변했다. 촛불은 커녕, ‘MBC규탄’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박힌 플래카드만이 그 앞을 장식할 뿐이다. 마이크를 통해 전해지던 “MBC를 지키자”는 호소는, 어느덧 “MBC는 공영방송이 맞냐”는 비난과 조롱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최근 MBC의 자사 입장이 가득 실린 미디어렙 관련 보도와 민주통합당의 대표 경선 토론회 중계 거부까지 더해지면서 MBC를 향한 시청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년여 동안 ‘촛불시민’을 자처했던 시청자들이 이제 MBC를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

불교언론대책위원회, 서울YMCA, 언론인권센터, 여성민우회미디어운동본부, 참교육학부모회 등 언론·시청자 단체들은 9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여의도 MBC 앞에서 MBC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MBC의 뉴스는 자사이익을 위한 협박수단이냐”며 MBC를 맹비난했다.

최성주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MBC의 역할이 뭔지, MBC가 방송사인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인지 물으러 왔다. MBC가 그 동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보도를 어떻게 이용했으며, 상업적으로 어떻게 변했는지 시청자들은 깨닫고 있다. 시청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MBC를 둘러싸고 함께 했었는데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은 오늘, MBC를 향한 슬픔과 분노가 여기 모여 있다. MBC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 2012년 1월9일 서울 여의도 MBC 앞에서 언론·시청자 단체들이 MBC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디어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호되게 MBC와 MBC의 구성원들을 꾸짖었다. “문 닫는 게 낫다”는 MBC를 향한 호된 꾸짖음에 지나가던 MBC 구성원들은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시청자 단체에서) 어떤 프로그램에 문제를 제기했을 때 가장 크게 반발하던 곳이 MBC였다. (하지만 그때) 제작진의 진정성과 자부심이라고 이해했기에 넘어갔다. 시청자를 위해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날리는 힘이 있었다고 믿기에 넘어갔다. 그러나 지금, 그 한방의 중심축이 달라졌다. 광우병 보도 당시 중심축은 시청자에 있었지만, 지금은 중심에 MBC의 구성원들의 이해가 있을 뿐이다. (미디어렙과 관련해) ‘왜 우리만 손해 봐야 하냐’는 이런 소리가 나오는데 부끄럽기 짝이 없다. 자기 이익만 챙기는 데 MBC, 이딴 식으로 방송하려면 문 닫는 게 낫다. 이 따위로 할 거면 카메라 접어라! 시청자들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 밖에도, 송환웅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 또한 “MBC를 지키기 위해 참 많이 싸워왔는데 MBC가 이제는 공영방송이기를 포기한 것 같다”며 “이대로 가면 MBC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규탄했다.

언론·시청자 단체들은 MBC에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이들은 특히 민주통합당의 대표경선 토론회를 중계하지 않은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들은 공개질의서에서 김재철 사장과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지목 “민주통합당의 대표경선 토론회를 중계하지 않은 ‘사내사정’이 무엇인지 국민들 앞에 밝혀라. 왜 국민의 알권리와 무관하다고 판단했는지, 앞으로도 계속 중계를 하지 않을 것인지 공영방송 책임자로서 답변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기자를 비롯한 MBC노동조합을 향해서도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가 퇴색되지 않게 언론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주장하는 ‘MBC 조직원 모두가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있다’는 비판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공영방송 MBC가 미디어렙 법안의 문제를 다루며 방송업계의 여러 주장을 소개하며, 재논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지만 ‘방송 여부’를 무기로 의회와 정당을 압박하는 것은 언론사의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일 MBC는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 토론회를 중계하지 않았으며, 이날 <뉴스데스크>에서도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반면, 미디어렙 법안과 관련해서는 4개의 리포트를 통해 미디어렙 법안의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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