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판매대행(이하 미디어렙) 법이 KBS 수신료 인상 연계처리 시도 때문에 발이 묶이게 됐다. 한나라당이 ‘수신료와 함께 처리하지 않으면 13일 본회의에 응할 수 없다’며 본회의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렙 법과 KBS 수신료의 연계는 없을 것”, “수신료는 소위원회 구성해 논의하자는 것”이라던 문방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의 말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한나라당이 본회의를 거부하는 이상 미디어렙 법 처리는 불투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KBS 수신료 인상을 받아들 수는 없다는 게 시민사회의 입장이다.

▲ 1월 9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조중동방송퇴출무한행동, 미디어행동, 언론노조 주최로 '한나라당은 수신료 날치기 인상 음모를 즉각 포기하라' 기자회견이 열렸다ⓒ권순택
조중동방송퇴출무한행동, 미디어행동, 전국언론노동조합은 9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은 수신료 날치기 인상 음모를 즉각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또, “KBS 수신료와 연계된 미디어렙 법 제정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는 “MB 정권의 실세가 향후 99%는 먹고 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공개 발언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이 말이 되느냐. 언어도단”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전규찬 대표는 “(한나라당은) 미디어렙과 수신료를 연계시켜 둘 다 처리하지 못하게 하거나, 아니면 미디어렙에 수신료를 은근슬쩍 끼워팔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대표는 “공영방송의 기틀을 잡기 위해서는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명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송환웅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은 “KBS는 여러 해 동안 흑자를 보면서 운영돼 왔다”고 강조하며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지상파를 보려면 위성방송이나 케이블, IPTV에 가입해야만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환웅 부회장은 “오는 12월 31일에는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수신환경에 대한 노력 없이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KBS 방송내용도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공영방송의 제 역할을 다할 때만이 수신료 인상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인권센터 최성주 이사장 역시 “시청자들은 정치와 언론권력의 결탁에 분노하고 자본과 정치의 결탁이 얼마나 위험한지 (체험으로)공부하고 있다”면서 “시청자들은 똑똑하다. 수신료 인상이 주머니에서 훔쳐가는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이것을 정치권에서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필립 천주교언론지키기 모임 고문도 “침몰하는 한나라당의 배가 막판에 끼어팔기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이강택 위원장은 “KBS가 언론사냐. 그리고 KBS가 돈이 없어서 죽을 지경이기라도 하느냐”라며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의 수신료 인상은 ‘MB관제방송을 확고히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강택 위원장은 “미디어렙 법의 연내입법을 막은 건 한나라당이고 그 배경에는 수신료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4월, 6월 임시국회에서도 한나라당은 수신료 인상을 시도해왔고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사건과 KBS의 도청의혹으로 인해 주춤된 것이란 사실을 강조했다.

이강택 위원장은 “분명히 선언한다”며 “수신료 결부되는 어떠한 법안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8개월 동안 애써왔던 미디어렙이고 반드시 입법해야할 법안이지만, KBS 수신료와 연계됐을 때에는 미련 없이 내던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만일 미디어렙법이 KBS 수신료와 연계돼 처리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에 대한 강력한 규탄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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