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는, 랭킹오디션에 이어 캐스팅오디션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하면서 다른 오디션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어제 방송편에서는 출연자들이 자발적으로 팀을 구성한 쇼케이스 무대가 펼쳐졌는데요. 이는, 각 기획사에서 캐스팅하고 싶은 참가자를 직접 선정하는 캐스팅오디션에 앞서 사전준비단계로 기획된 무대였습니다.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다소 달라진 보아의 모습이 이채로웠습니다. 그동안 자기주장이 강한 양현석-박진영 사이에서 조율을 해주거나, 혹평을 들은 참가자를 격려하기도 하는 등 다소 온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보아가, 이날만큼은 냉정하고 가혹한 심사평을 마다하지 않으며 존재감을 새롭게 다졌습니다.

K팝스타 초기에는 양현석 VS 박진영의 대립구도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지요. 당시 보아는 중간에서 중립적인 태도로 오디션을 이끌어갔습니다. 이를테면 특정참가자에 대해 양현석과 박진영이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면서 분위기가 가열되면, 보아가 나서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정리해주고 개선될 점을 조언해 주는 식이었지요.

또 참가자와 감성적인 교감도 했는데요, 피나는 노력을 보이는 참가자에겐 따스한 눈길을 보내며 격려를 아까지 않았습니다. 지난 예선에서 시각장애를 딛고 열정이 넘치는 댄스를 선보였던 김수환에게, 박진영은 '노래는 좋았지만 춤은 별로였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었지만, 보아는 똑같은 무대를 보며 끝내 눈물을 흘렸었지요. 박진영이 결과물을 봤다면 보아는 그 과정을 생각한 거지요. 당장에 갖춰진 결과 못지않게 이면에 있었을 땀과 눈물을 생각하는 것은, 그녀 자신이 오랜 세월 똑같은 길을 걸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보아의 눈물에는 연민 이상으로 치열한 노력에 대한 경의가 담겨 있었지요.

어제 방송된 쇼케이스 무대에서도 보아는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출연자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하이가 속한 팀이나 이미쉘, 박지민이 포함된 팀(수 pearls)에 대해선 활짝 웃으며 '사랑해요'란 말을 연발했지요.

하지만 그동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면모도 보여줬습니다. 17살의 해외파 여고생으로 구성된 팀인 '17 girls'에는 1라운드에서 천재소녀라고 극찬을 받았던 김나윤이 있었는데요, 보아는 김나윤에게 직설적으로 혹평을 했지요. '생각보다 노래를 되게 못 하네요'라며 '멋을 부리면서 노래를 하니 음정도 틀리고 목소리도 안 들린다'면서 '별로였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호불호가 확실한 심사평은 주로 박진영의 몫이었는데요, 감정을 드러내며 구구절절 많은 말을 해주던 박진영의 심사보다, 얼굴을 굳히고 정색하며 짧게 내뱉는 보아의 심사평이 더 강렬하고 가혹해보였습니다. 별다른 감정도 담지 않고, 차갑게 지적하는 보아의 냉정함이 김나윤에게는 굉장히 두렵게 느껴졌을 듯합니다.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긴장할 만큼 차가운 단호한 심사평이었지요.

지금껏 오디션의 여자 심사위원은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었는데요, 슈퍼스타K의 심사를 맡았던 이효리, 엄정화, 윤미래는 주로 주관적이면서도 감상적인 심사를 보여줬었습니다. 참가자에게 힘을 주는 이러한 감성심사는 훈훈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지적이 아쉬운 면도 있지요. 하지만, 보아는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선에선 대체로 관대한 심사평을 내놓던 보아는 오디션이 진행되면서 따끔하고 가혹한 지적도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표현하기에 이르렀지요. 그리고 그 냉철한 지적은 12년차 아이돌가수로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밑바닥부터 정상에 서기까지의 힘든 과정을 거쳐 온 선배로서의 마음이 엿보입니다. 그래서 무대를 차분히 바라보는 보아의 눈빛에는 온정과 냉정이 묘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렇게 온정과 냉정을 오가기에 보아의 존재감이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음악적으로 주목을 받아온 윤현상-박제형 팀은 '누난 너무 이뻐'를 자신들만의 색깔로 편곡해 불렀는데요. 이들의 무대에 대해 보아는, '화음을 넣는 데 있어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냉정한 지적을 하면서도, 하지만 '보면서 너무 좋았다'고 활짝 웃어 보이며 긴장하는 두 남자를 미소짓게 하기도 했지요. 냉정과 온정사이를 오가는 보아의 심사가 K팝스타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될 듯합니다.

연예블로그 (http://willism.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속에서 살지만, 더불어 소통하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당장 배우자와도 그러했는지 반성한다.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다. 모두 쉽게 접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더 넓은 소통을 할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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