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개막이 6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우리나라는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10위권 내에 진입해 3회 연속 톱10 달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여름 밤에 쓰여질 감동의 드라마에 스포츠 팬들의 기대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선수들의 등장, 선전이 기대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 가운데 어떤 선수들이 나올지, 어떤 선수가 지난 올림픽에 이어 좋은 결과를 낼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베이징 영웅들의 화려한 귀환이 주목되는 런던올림픽입니다.

베이징의 최고 영웅 박태환과 장미란

▲ 박태환, 장미란 ⓒ연합뉴스
일단 가장 주목할 '베이징 영웅'은 '마린보이' 박태환(단국대)입니다.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수영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박태환은 내친김에 2회 연속 올림픽 챔피언에 오르기 위해 이를 악물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 후 주춤한 모습을 보여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던 박태환은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뒤, 지난해 상하이 세계선수권에서 당당히 주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1인자로 우뚝 섰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역시 자유형 400m에서는 금메달 획득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많은 만큼 박태환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몸만들기에 매진할 것입니다. 일단 올림픽 전까지 4개 국내외 대회에 나서 실전 감각을 최대한 키울 계획이어서 올림픽 때까지 어느 때보다 박태환이 역영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박태환과 함께 베이징의 또 다른 빅스타로 주목받았던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고양시청)도 이번 올림픽에 나서 3회 연속 메달에 도전합니다. 장미란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처음 올림픽에 나서 여자 +75kg급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인상, 용상, 합계 세계신기록을 연이어 작성하며 한국 뿐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적어도 장미란에게 한동안 적수는 없어보였고, 이번 올림픽까지 내내 그 기세가 이어질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장미란은 도전자 입장에서 나서게 됐습니다. 2009년 고양 세계역도선수권에서 인상 금메달을 따내며 화려하게 등장한 러시아의 타티아나 카시리나, 그리고 지난해 세계역도선수권에서 합계 세계기록을 작성한 중국의 주룰루 때문입니다. 카시리나는 2009년 세계대회에서 장미란을 제치고 인상 금메달을 따낸 뒤, 2010년 세계대회에서 대회 5연패를 노렸던 장미란을 밀어내고 19살의 나이에 첫 정상을 밟았습니다. 장미란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많은 경쟁자들을 배출시켰던 중국 역시 주룰루라는 강자를 내세워 결국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장미란이 갖고 있던 합계 327kg 기록을 1kg 경신한 328kg으로 세계신기록을 수립, 장미란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습니다. 2010년 교통사고 이후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나빴던 장미란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승부를 펼쳐야 하는 부담을 안았습니다. 그래도 워낙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선수였던 만큼 장미란이 런던에서 큰일을 해낼 것으로 기대하는 면은 여전히 큽니다.

또 한 번의 영광 재현 기대되는 영웅들

'꾸준한 효자 종목' 유도에서는 최민호(KRA), 왕기춘(포항시청), 김재범(KRA)이 런던에서 또 다른 드라마에 도전합니다. 물론 지난 올림픽에서 서로 처지는 달랐습니다. 최민호는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기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반면 왕기춘과 김재범은 쓰라린 패배를 맛보며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한 선수는 역대 한국 유도 선수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2회 연속 올림픽 우승을, 다른 두 선수는 지난번에 이루지 못했던 금메달의 꿈을 이루려 할 것입니다.

▲ 이용대 ⓒ연합뉴스
또 '윙크 보이'로 지난 베이징올림픽의 스타로 떠올랐던 이용대(삼성전기)는 베이징 때와 마찬가지로 런던에서도 남자 복식, 혼합 복식 두 개 종목에 출전해 메달을 노립니다. 본래 이용대는 혼합 복식보다 남자 복식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던 선수였지만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선배' 이효정과 짝을 이룬 혼합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올림픽에서 이루지 못했던 한을 풀기 위해 남자 복식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랜 파트너이자 듬직한 형같은 정재성(삼성전기)과 한풀이에 도전합니다. 물론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효정 대신 새로 짝을 이룬 하정은(대교눈높이)과 나설 혼합복식에서도 2연패에 도전합니다.

'사격 지존' 진종오(KT)는 권총 종목에서 2연패, 더 나아가 2관왕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며, 베이징 때 펜싱 여자 플뢰레 은메달리스트인 '미녀 검객' 남현희(서울시청)는 역대 가장 전력이 좋은 한국 펜싱의 간판선수로서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꿈을 이뤄내려 하고 있습니다. '우생순' 여자 핸드볼은 '젊은 우생순'으로 바뀌어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 6번째 메달에 도전하며, 남자 핸드볼 간판 윤경신은 네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첫 메달 획득을 노립니다.

부상 딛고 다시 올림픽 무대에... 런던에서 드라마 쓸 두 베이징 올림픽 영웅들

한동안 부상 때문에 잠시 쉬다 올림픽을 앞두고 화려하게 부활해 런던에서 새로운 신화 창조를 쓸 '베이징 영웅'들도 있습니다. 남자 역도 간판 사재혁(강원도청)은 2010년 훈련 도중 왼쪽 어깨 힘줄이 끊어지는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후 1년을 쉬었고 과연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습니다. 하지만 전국체육대회에서 화려하게 부활해 체전 전체 MVP(최우수선수)에도 선정되는 등 이번 올림픽에서도 선전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 임동현 ⓒ연합뉴스
양궁 남자 간판 임동현(청주시청)도 이번 올림픽에서 꼭 주목해야 할 '인간 승리 스타'입니다. 임동현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는데 큰 역할을 했던 주역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2010년 말, 광대 관절과 눈 사이에 종양이 발견돼 지난해 2월 수술을 받은 뒤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려 한때 선수 생활 뿐 아니라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를 잘 극복해내고 불과 몇 개월 뒤, 올림픽보다 더 힘든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 양궁 스타다운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올림픽 출전이 확정될 경우, 통산 3번째로 올림픽무대에 나설 임동현이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이고 마지막에 활짝 웃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미 이들은 영웅' 결과를 떠나 런던에서도 모두 큰 박수 받았으면...

이들이 또 한 번 메달을 따낸다면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오히려 이번 올림픽에 나서는 이들의 마음가짐은 편안함보다는 여전히 부담감이 더 크게 갖고 있을 것입니다. 메달 획득에 포커스를 맞춰 소개했지만 가능하면 이들이 어떤 성적을 내더라도 많은 이들의 박수와 격려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이들은 한 번의 올림픽을 통해 국민들을 행복하게 한 영웅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베이징에서 떠올랐던 이 영웅들이 런던에서도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하고, 자부심을 느끼게끔 당당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믿습니다. 런던올림픽을 향해 또 한 번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 영웅들에 아낌없는 박수와 관심, 응원을 다시 한 번 보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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