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은 평소 소신이 뚜렷한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분명한 철학을 갖고, 맺고 끊는 것이 뚜렷하며, 그래서 모든 결정이 명쾌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북 현대를 7년간 이끌면서 명문 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위기에 빠진 대표팀을 맡게 된 최강희 감독. K리그에서는 분명 좋은 성적을 낸 '명장'이었지만 갑작스레 대표팀을 맡게 됐고 또 축구협회의 '보이지 않은 입김' 때문에 과연 시작부터 매끄럽게 팀을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최 감독은 대표팀에 있는 동안은 무조건 대표팀만 생각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명쾌한 팀 운영 방안을 제시하며 흩어진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의 시작은 일단 산뜻했고, 많은 것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 김지한)

본인이 직접 나서 해결한 대표팀 중복 차출 문제

최강희 감독은 일단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본격적인 첫 행보로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과 만나 대표팀 선수 선발 운영에 대한 협의를 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먼저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과 최종예선, 그리고 런던올림픽 최종예선과 본선이 한꺼번에 있는 해인만큼 어느 때보다 A대표팀(성인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간의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새해를 맞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고 넘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차출 문제로 A대표팀이나 올림픽팀 모두 피해보는 일을 사전에 차단하고 팀을 꾸려가기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홍명보 감독과 서로 갖고 있는 공통점, 인연을 잘 활용했습니다. 둘 다 소통을 중시하고 선수들과 거리낌없는 성격을 갖고 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과거 1990년 월드컵 주전 수비수로 함께 활약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해 굳이 싸울 일도 없을 홍 감독과 '불필요한 싸움거리'를 사전에 다 정리해놓고 두 팀, 그리고 두 감독 모두 윈윈하겠다는 뜻을 드러냈습니다. 따로 기술위원회나 축구협회장이 아닌 최강희 감독이 먼저 나서서 깔끔하게 끝내놓은 것은 주목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임 조광래 감독이 홍명보 감독과 끝까지 평행선을 달려 기술위원회, 축구협회장 등이 나서 논란을 일으켰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해외파보다는 베테랑...뚜렷한 방향 설정 주목

그러면서 대표팀을 신인급보다 경험 많은 베테랑에게 기회를 부여할 뜻을 내비친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입니다. 전임 조광래 감독은 '경험 많은 선수'를 노장, 베테랑보다 해외파 선수들에 좀 더 의미 부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해외파들이 실전 감각이 떨어지고 기량이 떨어지면서 결과적으로 대표팀 전력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젊은 선수들의 발전도 좋지만 이를 전반적으로 컨트롤할 베테랑이 없는 것을 두고 많은 말이 있었습니다.

이런 현 대표팀의 약점을 최강희 감독은 완전하게 해소하겠다는 뜻을 보였습니다. 젊은 선수들을 실험하다 경기를 져서 그릇된 결과를 내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위기를 헤쳐나갈 능력이 좋은 베테랑을 써서 좋은 결과를 내겠다는 의도를 드러냈습니다. 그 대표 주자로 자신이 맡았던 전북의 이동국, 김상식 등 K리그 뿐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두루 경험을 갖춘 선수들을 직간접적으로 거론했습니다. 확실하고 납득이 갈 만 한 팀 운영 원칙을 세운 것은 분명 주목할 만 한 일입니다.

전북을 맡았을 때 구사했던 '닥공 축구'가 아닌 '실리 축구'로 대표팀 운영을 하겠다는 방향을 밝힌 것도 눈길을 끕니다. 탄탄한 조직력과 막강한 공격력, 탄탄한 수비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닥공 축구'를 제대로 구사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표팀의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보니 최강희 감독은 애초부터 '닥공을 구사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없애고, 이기는 축구를 지향하는 '실리 축구'로 일단 방향을 잡고 가겠다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무리한 실험보다는 안정형 축구로 확실히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는 뜻입니다. 물론 경기를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공격 지향적인 방향으로 틀어 간헐적으로 '닥공 전략'을 펼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시작부터 좋은 최 감독의 흔들림 없는 전진을 응원한다

일단 무작정 기존 선수를 활용하고 맞춰나가는 것보다 기본적인 터를 닦는 것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해결하고 만들어나가는 자세를 취한 것은 대단히 칭찬할 만 한 일입니다. 대표팀 운영과 관련해 고질적인 문제였던 선수 차출을 해결한 것부터 시작해 자신만의 뚜렷한 철학에 기반을 둔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팀 만들기에 들어간 것은 '대표팀 감독을 하는 동안만큼은 전적으로 나를 믿으라'는 의지도 담겨있습니다. 그야말로 믿음직한 이 모습대로라면 충분히 최강희 감독에 전적인 신뢰를 보낼 만하고,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크게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하나하나 틀을 만들어가면서 완성된 팀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는 최강희 감독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일단 시작은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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