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다. 하루에 한 건씩 터져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지만,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저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은 바로 잡고 보다 엄격하게 관리 하겠다"고 밝혀야 하는 정부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통령이 신년사를 발표한 하루 뒤 이 정부의 ‘2인자’로 불리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관련한 비리 문제가 터지는 정부이기도 하다. 그리고 4일 감사원장 직무 대행이 저축은행비리 연루자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나오기도 했다.

‘권력을 철저히 사익의 도구로 활용 한다’, ‘참 알뜰하게도 해 먹는다’, ‘받아둘 수 있는 건 다 일단 다 받아 둔다’ 등 이 정부를 향한 조롱과 힐난이 도처에 난무하고 있지만 언론은 여전히 굼뜨고, 보도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 여전히 ‘햄릿’스러운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죽은 권력의 문제에는 사나운 하이에나이지만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 특히 대통령 측근 비리 앞에선 순한 양이 되는 언론의 사회적 용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네티즌들은 진즉부터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비리를 종합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주문을 해왔다.(어떤 네티즌들은 신출한 능력을 발휘해 해당 내용들을 이미 깨알같이 정리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비리 현황을 제도 언론 중에서 한겨레가 처음으로 자료화했다. 한겨레는 ‘이명박 대통령 일가 관련 각종 비리 및 의혹’이란 제목의 인터넷 판 자료를 통해 대통령 일가의 비리를 ‘이명박 형제’, ‘이명박 직계’, ‘김윤옥 형제’로 나눠 정리했다.

▲ 이명박 대통령 일가 관련 각종 비리 및 의혹 : 이명박 형제 ⓒ한겨레 인터넷판 화면 캡쳐

이명박 형제의 비리 현황

이명박 형제의 비리는 우선 이명박 형제의 장남인 이상은 씨의 경우 현재 다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실소유주 논란이 있는 회사이며 이 대통령의 아들인 시형 씨가 다니고 있다. 이상은 씨의 사위인 전종화 씨는 씨모텍의 경영지배인인데, 주가조직 및 수 백 억 원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둘째 형으로 ‘상왕’으로 불리는 이상득 의원은 보좌관이 돈 세탁을 했단 의혹을 사며 뇌물 혐의로 보좌진이 대거 구속된 가운데 불출마 선언으로 상황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 선산이 있는 남이천IC에 특혜 허가를 줬다는 의혹도 사고 있고, 총리실 민간이 사찰의 최종 배후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상득 의원의 아들인 이지형 씨는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한국 대표를 맡으며 국고 1조 8천억 대를 메릴린치에 투자해 손실했단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인천공항 민간 매각설의 핵심으로 불리며 논란의 중심에 있다 얼마 전 ‘조세회피지역’인 싱가포르로 이민을 떠났다.

이 밖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형은 4대강 건설 사업권을 미끼로 건설업자로부터 3억원을 챙겼다고 사기 혐의로 피소 됐고, 조카인 정 모씨는 위조 계약서로 분양권을 주겠다며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얼마 전 구속됐다.

▲ 이명박 대통령 일가 관련 각종 비리 및 의혹 : 이명박 직계 ⓒ한겨레 인터넷판 화면 캡쳐

이명박 직계를 둘러싼 의혹들

이명박 대통령의 직계 가운데서는 아들 시형 씨와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논란의 중심이다. 시형 씨는 MB의 실소유주 논란이 여전한 다스에서 경영기획팀장을 맡고 있다. 다스는 최근 본사를 역시 싱가포르로 이전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실소유권을 두고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시형 씨는 이 외에도 내곡동 사저 부지 편법 매입과 관련해 야당에 고발된 상태다.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지난 2009년 주가조작 혐의를 받았지만 ‘비호 수사’ 논란 끝에 무혐의 처리됐다.

▲ 이명박 대통령 일가 관련 각종 비리 및 의혹 : 김윤옥 형제 ⓒ한겨레 인터넷판 화면 캡쳐

김윤옥 형제의 비리도 만만치 않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일가도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다. 김윤옥의 형부인 황태섭 씨는 금융 비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제일저축은행의 고문으로 재직하며 고액의 고문료를 챙겼다. 제일저축은행은 각종 로비 의혹을 받으며, 불법 대출로 이미 영업이 정지됐다. 역시 김윤옥의 형부인 신기옥 대한적십자 경북지사 회장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 인사 로비 자리에서 이른바 ‘충성주’를 마셨다는 의혹이 있고, 김경준 기획 입국설의 근거로 지목된 ‘BBK 가짜 편지’의 배후라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김윤옥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서일대 이사는 청와대, 경찰청, 교육과학기술부가 개입됐다는 이른바 ‘서일대 홍차 사건’의 주인공으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에게 4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어 있다. 김윤옥의 사촌언니인 김옥희 씨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미끼로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조합 이사장에게 30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역시 구속됐다.

이명박 정권을 향한 조롱의 절반은 언론을 향해야 한다

이미 사법 처리를 받은 사안을 제외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 일가를 향해있는 비리 의혹은 10개가 넘는다. 역대 이런 정권이 있었을까? 더 기가 막힌 건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언론이 제대로 기사화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곡동 사저 논란이 났을 당시 방송사 기자 그 누구도 내곡동 반경 10km 이내에 접근하지 않았다는 자조가 진담처럼 언론계를 떠돌았다. 나머지도 대체로 마찬가지다. 사석에서 ‘이명박 정부는 참 알차게도 해먹었다’고 난도질을 하기란 쉽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가운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또 얼마만큼이 진실인지를 공적으로 가려내는 일일 것이다. 그 역할은 당연히 언론이 해야 한다. 당신이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비리 문제가 정말 궁금하다면, 그 조롱의 절반은 이명박이 아닌 언론에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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