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각으로 새해 첫날 터진 잉글랜드 선덜랜드 지동원의 맨체스터시티전 결승골은 한국 뿐 아니라 영국 현지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맨시티를 상대해서 지동원은 후반 종료 직전 침착하게 결승골을 뽑아내며 팀도 살리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동원을 경기 중에 더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끊이지 않고 있고, 국내에서는 모처럼 터진 지동원의 프리미어리그 골에 칭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동원의 이번 골처럼 해외파 각 선수들 하면 딱 떠오르는 골들이 있습니다. 자신을 알리면서, 팀 분위기도 바꾸고, 때로는 리그 판도까지 바꿔버렸던 해외파 선수들의 골이 많은 사람들을 흥분하게 하고 열광하게 했습니다.

'박지성송'을 울러퍼지게 했던 AC밀란전 결승골

현역 유럽파 선수 가운데 가장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터트린 골 가운데는 유독 인상 깊은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딱 떠오르는 골이 있다면 바로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서 뛰던 시절, 2004-05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AC 밀란(이탈리아)과의 경기에서 터트린 선제골이었습니다.

전반 9분 패널티지역 정면에서 문전 혼전 상황을 틈타 재빨리 강력한 왼발 강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에인트호벤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박지성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순간이었고 경기장에는 '위쑹빠레~'라는 '박지성 응원가(Song for Park)'가 울러퍼졌습니다. 비록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결승에 오르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 골을 지켜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영입을 시도, 결국 한국인 최초 프리미어리거로 거듭나는 계기를 가져다줬습니다.

▲ 2004-2005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뒤 환호하고 있는 박지성 (사진: 에인트호벤 홈페이지 옛 자료)
박지성이 EPL에서 터트린 기억에 남는 골들

2009-2010 프리미어리그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나온 결승골도 인상 깊은 골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당시 박지성은 후반 15분 측면 크로스를 받아 패널티 박스 안에서 몸을 날리는 헤딩슛으로 깔끔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맨유의 승리를 견인했습니다. 골을 넣은 뒤 유니폼에 새겨진 맨유 팀 앰블렘이 있는 쪽을 손으로 치는 세레모니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이 골 덕에 맨유가 막판까지 선두 경쟁을 펼칠 수 있었던 상당한 의미를 준 골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시즌 11라운드 울버햄튼전에서 나온 극적인 결승골도 박지성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던 멋진 골이었습니다. 당시 박지성은 전반 45분에 선제골을 넣은 뒤 1-1로 맞선 후반 추가 시간에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수 세 명 사이로 왼발 슛을 시도해 깔끔하게 결승골을 뽑아넣으며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데 기여했습니다. 맨유의 우승으로 시즌이 끝난 뒤 영국 언론들이 "박지성의 이 골이 맨유 우승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가를 내놓을 정도로 박지성의 울버햄튼전 골은 짜릿함을 가져다 줬습니다.

데뷔골부터 환상적이었던 이청용-손흥민

또 다른 프리미어리거 이청용(볼튼 원더러스)이 터트린 골 가운데서도 기억에 남는 골이 있습니다. 이청용은 데뷔골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2009-2010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버밍엄시티전에 교체 출전했던 이청용은 1-1로 맞선 후반 40분 볼튼의 프리킥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자 이를 곧바로 잡은 뒤 버밍엄시티의 수비수 2명의 마크를 순간적인 볼 컨트롤롤 제치고는 침착하게 골문 안으로 차 넣으며 결승골을 터트렸습니다. 이 골로 이청용은 당시 게리 맥슨 감독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냈고, 이후 볼튼의 대표적인 선수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데뷔골이 인상적이었던 선수를 꼽으면 '한국 축구의 신성' 손흥민(함부르크 SV)이 있습니다. 손흥민은 2010-11 독일 분데스리가 10라운드 FC 쾰른과의 원정 경기에서 전반 23분 동료 선수의 패스를 받고서는 골키퍼가 나온 것을 확인하고 침착하게 골키퍼 키를 넘겨 제친 뒤 골문을 향해 왼발로 가볍게 차 넣으며 데뷔골을 성공시켰습니다. 비록 팀은 2-3으로 패해 빛이 바랬지만 오랫동안 다져온 개인 기량과 감각이 어우러져 뽑아낸 인상적인 골이었습니다.

존재감 제대로 알렸던 박주영-기성용의 골

▲ 기성용 ⓒ연합뉴스
프랑스리그에서 활약할 당시 박주영(아스널)이 뽑아낸 멋진 골도 있습니다. 2010-11 프랑스리그 19라운드 홈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추가 시간에 동료 선수의 침투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슛으로 역전 결승골을 뽑아냈습니다. 이 골로 AS 모나코는 긴 침묵을 깨고 감격적인 승리를 맛봤고, 당시 성적 부진으로 해임 위기에 처했던 기 라콩브 감독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비록 결과적으로는 AS모나코가 강등되고 기 라콩브 감독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해임됐지만 AS모나코 에이스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확인시켜주었던 인상적인 골이었습니다.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성용의 대표적인 골은 지난해 5월 열린 스코틀랜드 FA컵에서 터트린 통쾌한 중거리슛 결승골이었습니다. 기성용은 지난해 5월 마더웰과의 FA컵 결승전에서 전반 32분 동료의 패스를 받아 아크서클 위에서 그대로 왼발로 강하게 슈팅을 해 골문 구석을 시원하게 꽂아 넣으며 결승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이 골의 기세를 이어 셀틱은 마더웰에 완승을 거뒀고, 기성용은 결승전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돼 셀틱의 간판 미드필더로 우뚝 섰습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어떻게든 오랫동안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단 하나의 목표만 갖고 뛰고 또 뛴 유럽파 선수들. 그래도 이따금씩 터지는 골 덕분에 그들은 한국 축구를 빛냈고, 많은 축구팬들은 그 골을 지켜보며 열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골들이 많은 팬들을 흐뭇하게 할지,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앞으로 더 보여줄 멋진 골 행진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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