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새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이 선임됐습니다. 아직 정식 계약을 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최 감독 뜻대로라면 최종예선이 모두 끝나는 2013년 6월까지 축구대표팀을 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감독 인선 과정이 워낙 좋지 않아 축구협회에 대한 실망감은 크지만 그래도 최강희 감독에 대한 기대와 신뢰는 잇따라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축구팬들에게 잘 알려진 대로 소신 있는 지도력으로 전북 현대를 7년간 이끌면서 K리그 2회 우승, AFC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 1회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던 국내 최고 명장입니다. 선수 시절 늦깎이로 축구대표팀에 선발돼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본선을 누볐던 최 감독은 20여년 만에 국가대표 주축 수비수에서 감독으로 올라서는 영예를 누리게 됐습니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올라선 기분을 느낄 새도 없이 최강희 감독은 앞에 있는 큰 산부터 넘어야 합니다. 바로 2월 29일에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을 이겨야 하는 것입니다. 새 대표팀 감독 선임으로 일단 불은 껐다고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만큼 분위기를 잘 추스르고 첫 국가대표팀 감독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이후 마지막 목표인 본선 진출을 이룰 때까지 최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서 모든 역량을 다 쏟아 부으며 한국 축구의 부활을 책임질 전망입니다.

전북 현대 감독을 역임하면서 최강희 감독은 소신 있는 모습으로 주목받았고, 그것은 곧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새 대표팀 감독으로서 최 감독에게 기대하는 것도 그만큼 많습니다. 최 감독이 1년 6개월 동안 대표팀을 맡으면서 기대되는 장면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최강희 신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 연합뉴스
K리그의 힘

K리그 감독을 7년 동안 역임하면서 최강희 감독은 K리그에 대해 강한 애정과 믿음을 갖고 있는 지도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K리그가 발전해야 한국 축구도 발전한다는 평소 지론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표팀을 운영하면서도 이를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해외파보다 낫다면 K리그 선수들을 꾸준하게 중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해외파 위주 팀 운영으로 비판을 받았던 조광래 전임 대표팀 감독과 배치되는 부분입니다.

일단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 감독 데뷔전인 쿠웨이트전부터 K리그 출신 선수들로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이후에도 경기력이 좋은 선수가 있으면 이름 있는 해외파보다 무조건 더 많이 기회를 줄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정도 K리그 선수들에 골고루 기회가 돌아가면서 K리그의 힘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색깔 있는 축구

전북 현대 감독을 맡으면서 최강희 감독은 확실한 팀 컬러를 입히고 팀을 이끌어 큰 성과를 냈습니다. 우승을 하면서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라는 색깔을 드러낸 최 감독의 전북은 2011년 K리그 최고 히트 상품과 다름없었고,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북에 닥공을 주입시켰으니 대표팀 역시 색깔 있는 축구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전북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팀을 이끌겠다고 했지만 평소 개성 있는 감독으로 눈길을 모았던 최 감독이라면 어떤 색깔을 입혀 한국 축구의 수준을 높일지 벌써부터 주목되고 있습니다. 색깔 있는 축구로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화끈한 무언가를 보여준다면 더없이 바랄 게 없을 것입니다.

진정한 '신-구 조화'

전임 조광래 감독 시절에는 새로운 젊은 피 수혈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이는 젊은 선수들의 큰 경기 경험을 키우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박지성, 이영표의 은퇴 이후 대표팀에서 구심점이 될 만 한 선수가 거의 없다시피 하면서 위기 상황에서 이를 적절하게 이끌고 수습할 만 한 베테랑이 없다는 약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는 일본전, 레바논전 완패의 빌미가 됐고, 좀처럼 분위기가 뜨지 않는 계기가 됐습니다.

최강희 감독이 팀을 맡을 경우, 베테랑 선수들의 부분적인 가세가 대표팀 분위기 전환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미 최 감독은 올해 이동국, 김상식 등 베테랑과 서정진 같은 젊은 선수들의 고른 기량, 그리고 기존 선수와 이적 선수들의 차이 없는 활약을 이끌어내 우승이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감독의 역량을 통한 진정한 신-구 조화를 이끌어내서 어려운 분위기를 잘 극복하고 순탄하게 대표팀이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소신 있는 리더십

앞서 언급한 것들을 모두 이끌어내고 어느 정도 역량이 갖춘 데에는 최 감독만이 갖고 있는 소신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여러 가지 압력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이는 소신 있는 리더십은 대표팀 감독으로서, 또 명장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입니다. 그것을 클럽팀에 있으면서 최강희 감독은 지켜왔고, 대표팀 감독이 될 수 있었던 큰 요인이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소신 있는 팀 운영을 통해 선수단 분위기를 잡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똑 부러지는' 지도력을 대표팀에서도 보여주기를 많은 사람들은 기대합니다.

팬과의 '진짜 소통'

축구팬과의 화끈한 소통도 주목할 요소입니다. 최강희 감독은 평소 전북 현대 팬들과의 거리낌 없는 소통으로 강희대제, 봉동이장, 이대팔 가르마 등 많은 별칭을 갖고 있을 정도로 친근한 감독입니다. 이 분위기 그대로 대표팀에서도 팬과 자연스런 소통을 한다면 역대 대표팀 감독과는 차별화된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클럽팀과 다르게 축구대표팀 감독이라는 특성상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최 감독이 갖고 있는 캐릭터를 살려 축구협회가 협조하고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감독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감독에 대한 끊임없는 신뢰, 지지를 보내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결과적으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이미지 향상, 그리고 국내파 감독과 관련한 편견을 깨는데도 좋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물론 최강희 감독이 결과와 내용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전제 조건이 있지만 말입니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큼이나 어떤 대표팀 감독보다 더 팬과 가까이 해서 많은 팬들로부터 지금보다 더 사랑받는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훗날 K리그로 돌아갔을 때 'K리그, 한국 축구의 퍼거슨이 되겠다'는 목표를 이루려면 그만큼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 애정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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