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12일 종편 'TV조선' 편성표
조중동매경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한 지 10여 일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24시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조선일보> 종편 ‘TV조선’은 새벽 1시 <프렌즈 시즌1> 재방송으로 방송을 마무리한다. 같은 날 ‘TV조선’은 재방송하는 프로그램만 9개에 달한다. 시간으로만 따져도 8시간 40분, 20시간 방송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재방송 비율은 40%가 넘는다.

나머지 종편도 다르지 않다. <중앙일보> 종편 ‘JTBC’, <동아일보> 종편 ‘채널A’와 <매일경제> 종편 ‘MBN’ 역시 재방송 프로그램이 각각 7개다. 낮 시간대는 재방송 프로그램으로 때우고, 새벽 2시 이후에는 방송을 멈춘다. 자체제작할 여력은 안 되고, ‘재방송’, ‘영화무한반복’으로 연명하고 있다. 이것이 콘텐츠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종편채널의 현주소다.

이 같은 상황에서 ‘TV조선’이 EBS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세계테마기행>(28회분)과 <다큐프라임>(24회분)을 사들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두 프로그램 모두 공영방송 EBS의 대표적인 콘텐츠로 완성도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제 <조선일보> TV를 통해 방영된다.

현재 종편이 24시간 방송을 다 못 채운다고 해서 제재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또, EBS 프로그램이 ‘TV조선'을 통해 방영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사업자들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누군가 나서서 막거나 제재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불편이 뒤따르고 있다.

시청자들은 그동안 큰 불만 없이 채널을 보고 있었다. 물론 24시간 방송이었다. 그러나 종편개국에 맞춰, 시청자들은 24시간 방송도 아니고 재방송으로만 채워지는 방송을 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BS 프로그램이 종편을 통해 방영되는 것도 문제다. 정부여당은 종편을 추진하면서 ‘지상파 독과점을 깨야한다’는 이유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제 지상파 콘텐츠를 종편에서 다시 봐야 한다. ‘TV조선’은 사들인 EBS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또 재방송, 또 재방송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 피해’, 정부와 종편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종편을 주도한 정부의 애초 계획과 다르게 흐르고 있다. 종편 역시 ‘지상파와의 차별화’를 선언했으나 지상파 콘텐츠를 사서 시간을 채우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실장은 “정부에 제출한 사업계약서와 비교해 위반이라면 재승인할 때 감점요인”이라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연대 활동가 역시 “결국 시청자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냐”며 “방통위는 감독기관으로서 종편 채널에 대한 시청자 불편에 대해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방통위가 ‘황금채널’ 등 종편특혜에만 앞장섰지 시청자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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