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의원은 부인했지만, 박 아무개 보좌관이 SLS그룹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구명로비 자금 5~6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에 이어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에게서 1억 5000만원을 받은 정황이 확인된 게 발단이 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박 보좌관은 이 의원과 15년 이상 일하면서 ‘실제 보좌관’으로 통했던 인물이다. 이상득 의원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이미 이상득 의원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12일자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불출마로 끝날 일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이상득 의원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측근비리’라는 핵심을 피해간 채, 한나라당 재편 방향에 눈을 돌렸다.

▲ 12월 12일자 '경향신문' 1면

“이상득 불출마 선언은 의혹 규명의 시작”

<경향신문>은 ‘이상득 의원 조사 불가피’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배치, “검찰은 이미 SLS그룹 측과 유 회장으로부터 ‘이상득 의원을 보고 박 보좌관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상득, 정권 초부터 온갖 의혹…결국 ‘측근 비리’로 은퇴’ 기사에서는 그동안 이 의원은 △측근들을 청와대와 국정원 등에 배치하는 인사개입 △예산안 처리 때마다 논란이 된 ‘형님예산’, △친이계 정두언, 정태근 의원에 대한 불법사찰 의혹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상득 불출마 선언, 의혹 규명의 출발이다’ 사설에서 “이 의원을 둘러싸고 그동안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수사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가 범접할 수 없는 수사성역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도 진정으로 여당의 쇄신과 통합을 원하고, 현 정부의 안정을 원한다면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몰아 세웠다.

이 밖에 “당내 최고령이자 6선임을 감안하면 사실 상 정계은퇴 선언”, “쇄신과 화합을 거론했지만, 사실상 불명예 퇴진”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보좌관 7억’ 옥죄어 오는 수사’라는 부제목을 달아 이상득 의원의 총선 불출마 소식을 전했다. 또, “보좌관 구속 하루 만의 결정”이라며 “‘번지는 형님 의혹 불끄기’라고 규정했다.

‘이상득 의원 ‘불출마 선언’으로 끝날 일 아니다’라는 사설에서 “그에 대한 의혹을 억측이라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이 의원과 관련해 밝혀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성역 없이 수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12월 12일자 '중앙일보' 기사

‘언제부터 불출마 고민했나’, ‘도미노 올까’ 초점

그러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핵심을 피해갔다.

<조선일보> ‘1월초 은퇴 선언하려던 이상득, 측근 비리로 앞당겨’ 기사는 이 의원의 은퇴 시기에 대한 관심뿐이었다. 이 의원의 주변 인사들은 “그가 10·26재보선 패배 이후 불출마 선언을 심각히 고민해왔고 시기만 저울질 해왔다”고 했으나, 반대로 “이 의원이 최근까지도 지역구 현안과 행사를 챙기며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해왔다”는 이야기도 있다는 게 기사의 전부다.

이상득 의원 인터뷰를 따로 뽑아 “(불출마는) 진작 마음먹고 있었던 일”, “주변에서 오해받을 수 있다며 기다리라는 말도 있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것”이라며 “16년을 데리고 있으면서 한 번도 그런 사고를 친 적도 없었고, 나도 그 친구를 100%믿었다”, “‘나는 상품권 한 장도 받은 적이 없다’는 말을 믿었다”고 해명을 대신했다.

이 의원은 사람잘못 둔 죄밖에 없다는 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최구식 의원 비서관이 주범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조중동은 이같은 논리를 앞세웠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다.

<중앙일보>는 ‘동생 위해 어려운 결정’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주목했다. 이어 ‘내년 총선불출마 선언 왜’라는 기사를 게재했지만 “이 의원은 측근 비리가 총선 불출마의 원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는 해명을 대신했다.

<중앙일보>는 “명예로운 불출마 구상은 (박 보좌관으로 인해)타격을 입게 됐다”며 이상득 의원의 연루 가능성을 차단했다.

<동아일보>는 여권의 ‘지각변동’으로 다뤘다. “임태희 실장 교체와 이상득 전 부의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한 여권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측근비리라는 지적은 빠지고,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목했다.

조중동은 이상득 의원이 그동안 ‘인사비리’, ‘민간인 불법사찰’ 등의 각종 의혹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달할 뿐, 검찰 수사대상이라는 점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중앙일보>는 “민주당은 그를 ‘권력의 숨은 핵심’으로 지목하며 흔들었다. 지역구에 배정되는 예산은 ‘형님예산’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민간인 사찰 문제와 ‘영포회’ 논란이 불거질 때는 이 의원을 ‘몸통’으로 지목했다”고 활살을 돌렸다.

“결혼식장에 가서 축의금을 낸 사람은 접수대에 앉은 사람이 아니라 혼주와 신랑, 신부를 보고 낸다”는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을 조중동은 되새겨야할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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