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사랑의 균열은 자연스럽게 찾아왔습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은 일방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고 강요된 사랑은 결국 사랑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소개되며 박하선의 사랑은 새로운 전개를 예고했습니다.

사랑은 가슴이 뛰는 것이다

사랑은 자연스럽게 움트고 전해집니다.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사랑은 가식이 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만들어진 사랑이라는 허울은 쉽게 벗겨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사랑'을 주제로 한 49회는 안내상 가족을 통해 가족의 정과 사랑을 느끼게 했고, 박하선의 가슴 뛰지 않는 의무감이 만들어낸 거짓 사랑이 파국을 맞이하는 과정을 담아냈습니다.

인생을 바꿔놓은 마라톤 이후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내상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려 합니다. 당장 화려한 반전을 이끌어내기는 힘들지만 바닥에서부터 다시 새롭게 비상하려는 내상은 1차 목표로 천만 원을 모으기 위해 직업을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새벽에 집을 나선 내상씨. 그 날 이후 가족들은 내상씨를 보지 못합니다. 그가 집을 왔다간 흔적을 확인하기는 하지만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가족들은 걱정만 합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식사 하던 가족들 앞에 쓰러진 내상씨. 그의 가방 속에서 발견된 내용물은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아파트 경비, 주유소 직원, 술빵 팔기, 대리운전, 신문배달 등 하루 두 시간을 자면서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일하던 내상이 과로와 몸살로 쓰러지는 것은 당연했지요. 이런 내상의 모습은 실제 화제가 되었던 한 남자의 사례를 떠오르게 합니다. 억 단위가 넘는 빚을 갚기 위해 10년 동안 하루에 두어 시간 자면서 서너 가지 일을 했다는 그 남자처럼 악착같이 일하는 내상의 모습은 우리들의 아버지와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그 특별한 상황과 같을 수는 없지만 그 스트레스와 고됨은 비슷하니 말이지요.

이렇게 쓰러진 내상을 위해 가족들은 그의 일을 대신 하기 시작합니다. 종석은 아파트 경비로, 수정은 술빵을 팔러, 지석은 주유소, 계상은 대리운전, 유선은 신문배달 등 그동안 내상이 해왔던 일들을 맡아 대신하는 가족의 모습 속에는 깊은 사랑이 담겨 있음은 당연했습니다. 사랑은 자연스럽게 아픈 아버지를 대신하게 되고 이런 모습들은 서로를 더욱 끈끈하게 엮어줄 수밖에는 없겠지요.

꽃 경비가 된 종석과 타고난 세일즈 우먼 수정의 구김 없는 모습. 성격 그대로 드러나지만 성실하게 일하는 지석과 어떤 상황에서도 웃는 계상. 새벽바람을 이겨내며 신문을 배달하는 유선의 모습은 내상으로 인해 얻어진 값진 결과였습니다. 그런 일을 하지 않고 살아도 행복하다면 좋겠지만 세상사는 일이 자신의 생각과는 항상 다르게 흘러갈 수밖에는 없지요.

힘든 상황에서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역시 가족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내상 육식솔의 합창은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더욱 가족 간의 관계가 흐릿해지고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가족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하는 내상 육식솔의 '독수리 오형제'를 개사한 노래와 안무는 흥미로웠습니다. 시트콤 특유의 재미 속에 가족의 정과 사랑을 담아낸 마지막 장면은 그들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내상씨 가족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과는 달리, 하선과 영욱은 관계의 종말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한쪽만 사랑하는 관계는 유통기한이 분명할 수밖에는 없고 그런 관계는 시작과 함께 종말을 예고했습니다.

영욱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전혀 없는 하선이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상황에서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관계를 지속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너무 다르지만 같아지려 노력하는 영욱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사람의 일방적인 순애보는 언뜻 아름다워 보임에도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고역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둘의 관계와 차이를 49회는 다양한 상황을 중심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둘이 인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작심하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그들이 결과적으로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없음을 말한 셈입니다. 고영욱의 아름다운 퇴장을 위해 만들어진 49회의 에피소드는 박하선과 지석의 새로운 사랑의 시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듯합니다.

운명이라고 믿게 만들기 위해 좋아하는 음식과 먹는 순서 등 나름의 공감을 이끌어 보려고 노력하는 영욱과는 달리, 한없이 어긋나기만 하는 하선과의 관계는 억지로 맞추려 해도 맞출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붕어빵을 좋아한다는 하선을 위해 추운 날씨에 붕어빵을 사들고 온 영욱이 고맙기는 하지만 전혀 가슴 떨리는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하선으로서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런 자신을 탓하며 붕어빵을 감싸고 영욱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큼 자신도 영욱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기도는 애절하기까지 했습니다.

어떻게든 영욱을 사랑해보려는 하선의 노력은 장조림을 만들어주고 친구들과 만남을 주선하는 일로 확대됩니다. 자신이 이렇게 노력한다면 분명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지요. 친구들과의 자리에 매일 츄리닝만 입던 영욱이 나름 멋을 내고 등장해 하선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늘어놓지만 하선에게는 그저 생뚱맞게 보입니다. 노래방에서 건넨 러브샷도 영욱에겐 원샷이지만 하선에게는 그저 형식일 뿐입니다.

노래방 비용을 이미 하선이 냈다는 사실에 친구들과 헤어진 후 돈을 건네는 영욱의 모습 역시 그녀에게는 낯설거나 차갑게 보일 뿐입니다. 진정 연인이라면 이런 문제는 그저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겠지만 삼천 원이 모자라다며 다음에 갚겠다는 영욱의 모습은 그저 낯설기만 합니다. 밤거리를 걸으며 영욱이 건넨 고백은 하선에게 마지막 이별을 다짐하게 하는 발언이었습니다. 너무 솔직한 영욱의 모습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하선을 만나면서 부끄러워했다는 영욱과 염치없이 좋아한 자신이 미안하다고 고백하는 영욱의 모습은 조금이라도 감정이 있던 상대에게는 무척이나 효과적인 말들이지만 역으로 마음이 없는 이에게는 정리해야 하는 시점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영욱은 자신이 하선을 좋아하는 것이 미안하다고 고백하고, 그런 고백을 들은 하선은 더 이상 미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영욱의 고백은 하선에게 사랑이라는 같은 지점을 바라보고 있지만 결코 함께 갈 수 있는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해주었습니다.

안내상의 육식솔은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게 해주었고 하선과 영욱은 강요된 형식적인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은 아니라는 확신만 심어주었습니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담아내는 '하이킥3'는 진정 김병욱 사단 특유의 재미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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