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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역MBC 사장이 말하는 지역방송[인터뷰] 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
김혜인 기자 | 승인 2021.05.25 08:34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지난해 서울 본사 MBC는 4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그 전까지 10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지역MBC 사정은 더 심각했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방송 제작을 줄이고 임금삭감안을 꺼내 들었다.

이 와중에 광주MBC는 방송통신위원회의 ’2019년도 방송평가‘에서 ’TV·DMB-TV’ 부문 1위를 차지했다. 16개 지역MBC, KBS 지역총국, 지역민방을 포함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광주MBC가 제작한 11부작 다큐멘터리 ‘핑크피쉬’는 지난 2년간 상을 휩쓸었다. 전라도와 지역민을 비하하는 용어로 오용되던 홍어를 혐오와 차별에 저항하는 상징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한국방송협회 한국방송대상, 한국PD대상 2년 연속 수상, 한국PD연합회 광주전남지부 올해의 프로그램상 등을 수상했다.

당시는 송일준 광주MBC 사장 재임 기간이었다. 지난 3월 임기를 마친 송 전 사장은 “지역방송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18일 송 전 사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

Q. 광주MBC를 떠난 지 두 달이 지났다. 소감이 궁금하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원 없이 행복하게 일했다. 사장 임명 당시 ‘지상파 지역방송 사정을 고려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성을 담는 동시에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홍어를 180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11부작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아리랑TV를 통해 전세계에 방송했다. 지역 발전에 도움 되는 문화사업으로 나주에 오래된 정비소를 공연장으로 바꿔 ‘난장곡간’을 세웠다. 코로나 전에는 2~300명씩 이곳을 찾아 공연을 즐겼다. 광주 양림동에 만든 라디오 스튜디오 ‘양림펭귄스튜디오’에서 라디오 제작진과 청취자들이 교류하고 있다. 광주MBC가 가진 LP 3만 장을 꺼내 담양에 ‘LP뮤지엄’을 개축하고 있다. 주어진 한계 속에서 열심히 했고 2019년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평가부문 전체 방송사 1위를 기록했다. 임기 3년이 나로서는 보람되고 행복했다.

Q. 광주MBC 사장에 부임했을 때 상황은

지역MBC는 서울MBC에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있다. 본사에서 전파료 명목으로 내려보내는 광고비를 받는다. 본사가 전체 수주 광고액 중 광고료를 할당해서 각 지역 계열사에 내려보낸다. 이 금액이 지역사 일 년 수입 중 압도적으로 크다. 서울에서 기침하면 지역사는 독감에 걸리는 셈이다.

본사가 천억 적자일 때 지역사는 규모가 작아 3, 40억 원 적자였다. 광주MBC도 3, 40억 적자를 냈다. 2018년 부임한 해 디지털 유통수입총액이 1800만 원이었는데 스마트미디어사업단을 만들어 힘 쏟은 결과 2년 만에 디지털 매출액 5억 원, 유튜브 광고수입이 7배 가까이 늘었다. 그럼에도 3, 40억 적자는 유지돼 어려운 상황이다.

Q. 구체적인 지역방송 상황이 궁금하다

지역사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사람을 줄이고 프로그램을 줄인다. 지역사는 공정한 뉴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사람들에게 알맞은 콘텐츠를 만들어 보여줘야 하는데 이 일이 어려워진다. 전국에 있는 계열사의 자체 제작비율이 15~17%가 채 안 된다. 매일 방송되는 뉴스, 정보프로그램을 빼면 자체 제작이 너무 어렵다. 그러다 보니 지역사들끼리 돈을 모아 <테마기행 길>, <가요베스트>를 돌아가며 만든다. 순수 자체 제작비만 투입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어려운 현실이다.

Q. 공영방송 역할 수행은

공영방송이 지역방송 역할을 하는 게 힘들어진다. 지역 공영방송사가 지자체에 손을 벌리게 되기 때문이다. 서로 상생하는 차원의 의미도 있지만 잘못하면 지자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지자체로서는 언론사가 한두 군데가 아니고 결국 세금으로 언론사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또한 지자체와 친밀한 관계를 갖다 보면 객관적인 비판이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의 경영난은 지역방송사의 자구노력이 부족했다는 문제도 있지만, 지상파 산업 자체가 사양산업이 돼버린 이유도 있다.

Q. 지역방송사들이 유튜브에 힘을 쏟고 있다 

산업적으로 보면 지상파는 사양산업이지만 동시에 성장산업이다. 다양한 유통채널이 만들어졌기에 뛰어난 제작능력으로 이를 만회할 수 있다. 사장으로 부임한 뒤 디지털 팀을 보충하고 새로운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제는 콘텐츠 수익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상파는 빈사 상태다. 광주MBC도 정규직이 130명에서 80명으로 줄어들었다. 사람을 줄이고 프로그램을 안 만들면 지역 공영방송의 의미가 사라지게 돼 그럴 수 없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핑크피쉬 (사진제공=광주MBC)

Q. ‘핑크피쉬’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광주MBC 첫 출근날 식사하러 양동시장에 갔는데 전부 홍어 가게였다. 홍어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지역성과 보편성을 담을 수 있겠다 싶었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조리해 먹는지 고민해본 적이 없더라. 서양식 요리법으로 장벽을 낮추면 전라도 대표 음식인 홍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지역 비하 발언으로 오용되는 홍어에 대한 인식을 프로그램을 통해 바꾸고 싶었다.

Q. 11부작이면 제작비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마련했는지

초반에 두, 세 편으로는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아서 20편을 제작하자고 했다. 편당 5천만 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고, 제작진에게 돈은 걱정 말라고 했다. 한국전파진흥협회에 지역방송 지원 공모 기획안을 제출해 1억 2천 만 원을 지원받았다. 나주 영산포에는 600년 된 홍어 거리가 있다. 나주시장을 만나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제작지원비를 받았고, 기업 지원금 1억까지 합해 첫 3편을 만들 수 있었다.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아 한국전파진흥협회로부터 2억 2천을 지원받았다. 제작지원금 3억 5천에 협찬 4억 5천으로 7억 가까운 돈으로 신나게 제작했다. 

이후 ‘건축의 시간’ 8부작 등을 만들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은 기획을 하면 지자체도 지원해준다. 공영방송으로서 해야 하는 의무에 충실하면 시청자들이 ‘저 방송사가 왜 우리 지역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 지역지지를 받으려면 공영방송다운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 지자체 문화사업은 지자체 예산으로 했기에 제작비를 아낄 수 있었고 디지털, 유튜브 오리지널을 만들어 광고수입이 들어오면 경영에 보탰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역방송의 지속가능성을 발견했다.

Q.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지상파가 정권의 향방에 따라 휘둘리지 않도록 정부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 지상파에 가해지는 역차별도 해소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 말기에 중간광고 문제 하나 해결하겠다고 나섰고, 여전히 불평등한 규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대로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지역에서 협찬, 정부 광고, 지자체 광고를 받을 때 언론진흥재단에서 10% 수수료를 떼어가는 문제도 해소돼야 한다. 왜 언론진흥재단이 가져가냐. 방통위나 다른 단체가 가져가서 방송진흥을 위해 써야 한다. 방송사는 변화된 시대에 맞게 집중 투자해야 하고, 정부는 그에 맞는 균형적인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

Q. 퇴임 이후 계획은 

37년간 MBC에 있었다. 퇴임하자마자 그동안 못했던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했다. 경험을 엮어서 글로 쓰니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고 했다. 24일에 책이 나온다. 앞으로 정해둔 길은 없지만 유년 시절을 보낸 나주에 가서 그 지역 발전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광주MBC 사장으로 일하며 지역문화재생 사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지역 현실이 안타까웠다. 서울에서 편하게 지내는 것보다 고향에 내려가 내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환원하는 일이 보람되겠다고 생각해 일단 6월부터 나주에 살 계획이다.

Q. 책 <송일준PD 제주도 한 달 살기>는 무슨 내용인가

제주도에서 한 달 동안 구석구석 돌아보며 느낀 점을 글로 썼다. 김정희 유배지가 왜 탄생했는지, 제주 조천읍에 배를 모시는 신당이 왜 생겼는지 등 알맹이 있는 정보를 담았다. 가볍게 구어체로 써서 잘 읽히고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학술서적 등 출판 경험은 있지만 인문지리학적 내용을 담은 여행 서적은 처음이다. 출판사 사장이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주제로 나온 책은 많지만 어떤 책보다 알맹이가 있다”고 하더라.

Q. 최근 SNS에 언론을 비판하는 글을 자주 올리는데 언론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언론이 국민들의 판단을 도와주기보다는 감정을 담아 날조로 기사를 쓰고 있다. 언론은 사람들의 판단을 돕고 여론을 균형있게 전달할 수 있는 재료로 기사를 써야 하는데 오도하고 진영 내 사람들을 선동하는 식의 기사를 써서 개탄스럽다. 언론인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때 SNS에 글을 쓴다. 언론이 정도를 걸어야 대한민국이 분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은 1984년 말 MBC에 PD로 입사했다. 2008년 4월 <PD수첩-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제작했고, 1년 뒤 조능희 PD, 김은희 작가, 이연희 리서치와 함께 체포되기도 했다.

대법원은 2011년 9월 PD수첩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송 전 사장은 2017년 한국PD연합회 회장직을 역임했으며 2018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광주MBC 사장직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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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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