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거래'라는 단어가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오는 시대에 비리를 깨는 수사극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비리를 담은 '특수본'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지고도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많았던 영화였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특수본, 현실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명확한 영화였다

형사물에서 빠지지 않는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해 보여주는 이야기는 분명한 한계를 드리울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양념처럼 등장하는 FBI라는 단어가 겉치레처럼 들어나고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많은 것들을 갖추고 돌아와 복수한다는 설정 역시 특별함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성범(엄태웅)과 영순(이태임)은 잠복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자리를 뜨면 범인이 온다는 변하지 않는 철직은 여기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범인을 쫓던 성범은 동료 형사의 도움을 받지만 그 친구와 이 만남이 마지막이 될 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그는 폐건물에게 누군지 알 수 없는 이의 공격을 받고 차 안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마약 수사와 관련된 문제로 좌천되었던 그로서는 현장에 버려진 1억 원 상당의 마약으로 인해 죽음도 의심을 받기 시작합니다. 언론에 알려지며 사건은 커지고 경찰청에서는 특별수사본부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갑니다. 언론을 의식한 형식적인 특수본이라고 생각하는 일선 형사들과 달리 본부에서는 FBI에서 수료한 호룡(주원)이 특수본에 합류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단순히 숨진 경찰이 마약과 연루되어 죽은 것이라 판단하고 사건을 정리하는 것과는 달리, 의도적으로 다른 사건을 숨기기 위한 연막과도 같은 사건이라는 호룡의 주장은 기존 형사들에 의해 벽에 부딪치기만 합니다. 여기에 호룡을 비아냥거리는 성범의 모습은 그에게는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저 단순한 사건이라 생각했던 이번 살인사건은 현직 경찰인 경식(김정태)이 용의자 선상에 오르고 그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특본 박인무(성동일) 팀장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일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가기 시작합니다. 사건을 풀어 가면 풀어갈수록 믿었던 이들이 속속 연루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듭니다.

성범과 호룡의 버디무비이지만 그 버디무비 특유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많은 것들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이 둘이 티격태격하면서 극을 풀어가는 것이 영화를 효과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점은 기존 버디무디의 틀입니다. 이 틀에 충실하게 다가가고는 있지만 캐릭터 구축의 문제인지 얼개를 엮어가는 방법의 문제인지 그들은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직설적이고 행동이 먼저인 성범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수사를 담당하는 호룡의 역할은 전혀 상반된 입장에서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성범은 거대한 음모 속에 아무것도 모른 채 합류했지만 사건을 서서히 해결해 나가는 존재입니다. 이와 달리 호룡은 자신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서 능동적으로 이번 사건에 참여한 인물입니다. 둘이 이 사건에 참여하는 방법이 틀렸듯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 역시 달라질 수밖에는 없고 이런 둘이 하나가 되어 적들을 처단하는 과정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줄기이자 재미입니다. 초반과 중반을 넘어가며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상황에서 후반부는 이미 너무 노출되어 특별한 감흥을 느끼기 힘들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이 영화는 경찰이 조폭들보다 더욱 정교하게 범죄조직화되어 있음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렇게 강력해진 제도권내 부패 조직은 자기들의 이득에만 관심 있는 건설업자와 이런 기업들을 등쳐먹는 의원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즉 이 영화는 구조적으로 굳어진 악의 고리를 고발하고 끊어내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부당거래>가 검경에 정치권과 기업, 깡패 등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집단들이 야합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비판했다면, <특수본>은 경찰과 구의원, 건설업자를 중심으로 재개발 사업의 비리와 그런 비리를 통해 몰락하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차별성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재개발이 하나의 공약으로 내걸리며 서울은 재개발 도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되고나서 이런 공약이 모두 거짓이었음이 드러나며 서민만 더욱 힘겨운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점은 아이러니합니다. 용산 참사의 기억이 아직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 명동 불법 철거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그 악의 고리 속에서 벗어날 희망도 의지도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특수본>에서 지적하는 악의 고리들이 정교하게 엮여 있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권을 움직일 수 있는 조직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뭉치게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분명하게 목격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피눈물이 나는 상황에서도 한쪽에서는 그런 비합리함을 정당화하는 데 주력하고 그런 문제에 분노하는 대중을 빨갱이라 몰아붙이는 세상이 2011년 한반도의 현실이라는 사실이 이 영화가 완성도와 상관없이 흥행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분명 <특수본>은 엉성한 시나리오와 아쉬움이 남는 연출로 답답함을 느끼게 만듭니다. 케이블 채널에서 단단히 각오하고 만드는 드라마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영화임에도 예매에서 독주하던 <완득이>를 이기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지만 직접 비판하기 힘든 비리의 실체를 드러내고 처벌을 해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실의 벽은 영화처럼 시원하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대중은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하게 될 수밖에는 없는 일이지요. 차가운 겨울 날씨에 한미 FTA 무효화 투쟁을 하던 거리의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아대는 경찰들의 야만적인 행동은 모두를 경악하게 합니다. <부당거래>나 <도가니>, <완득이> 같은 영화에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많은 이들이 <특수본>을 선택하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좀 더 정교하고 매끄럽게 만들어냈다면 <특수본>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1,000만 영화가 될 수도 있는 영화였습니다. 분노와 그 분노를 표출하고 함께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었음에도 아쉬운 것은 이를 효과적으로 끌어내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정형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여러 영화들의 가치들을 응용한 듯한 구조는 새로운 느낌을 찾기 힘들게 합니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감독에게만 이로운 삭제의 미학은 너무 편하게 이야기들을 맞춰나가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 것은 아닌가란 아쉬움도 줍니다.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정교함들이 부족하고 헐거운 이야기 구조는 결과적으로 화장실에서 볼 일보고 그냥 나오는 듯한 찝찝함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특수본>을 봐야 하는 이유는, 영화 속에서 비유하는 조직적인 연계를 통한 권력의 부당함은 우리 사회에 깊숙하게 뿌리내리고 있고 이를 뿌리 채 뽑아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미친 여당 못지않게 무능한 대표 야당의 한계를 통감하게 하는 현실 속에서, 피폐해진 대중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우리를 위해 좋은 것인지에 대한 현명하게 판단하는 일입니다. 어떤 선택이 상생을 위한 것인지 판단하지 못한다면 우린 다시 한 번 깊은 절망에 빠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영화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사건을 해결하고 즐겁게 마무리되지만 이런 터무니없어 보이는 결론은 더욱 이 영화를 매력 없는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영화처럼 그런 구조적인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으면 이미 우리나라는 다른 모습의 국가가 되었을 테니 말입니다. 무식하지만 정의감 하나만큼은 최고였던 강철중이 <부당거래>를 만나더니 성범이 되어 아주 해피하게 일을 마무리했다는 <특수본>은 너무 행복해서 역설적으로 슬프기만 합니다.

'세상은 영화로 표현되고 영화는 세상을 이야기 한다. 그 영화 속 세상 이야기. 세상은 곧 영화가 될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영화에 내재되어 있는 우리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소통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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