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프로야구 30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600만 관중시대를 돌파했다는 문구와 함께 올 시즌 총 입장 관중수 6,809,965이란 숫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사상 첫 600만 관중시대 마땅히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KBO 홈페이지에서 이런 축제의 기분을 느끼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600만 관중시대가 있기까지 원년부터 수많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땀과 열정을 바치고 많은 기록들을 남기고 갔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KBO 홈페이지에서 한국 프로야구를 거쳐 간 선수들의 기록조차 조회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야구위원회 홈페이지(www.koreabaseball.com)를 방문하여 검색창에 은퇴한 선수들의 이름을 입력해보면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가령, 故최동원 선수의 이름을 입력해 보면,

검색결과 0건이다. 한국야구에 전설적인 기록들을 남기고간 고인은 졸지에 한국야구에서 활동한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오게 된다. 비단 최동원 선수뿐만 아니라 이순철, 김성한, 김봉연, 박철순, 김시진, 선동열, 한대화 등등 한국프로야구를 거쳐 간 선수들의 기록을 조회하는 것이 아예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조회가 가능했던 은퇴선수들의 기록이 조회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KBO는 홈페이지내에 아무런 공지나 해명을 달아놓지 않았다. 그저 우리가 해놓는 대로 알아서 따르고 조회하라는 식인지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에는 현역선수의 기록을 검색해 보았다. 봉중근 선수를 검색했는데 다행히도(?) 검색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봉중근 선수의 기록은 올 시즌 기록만 조회가 가능하다. 이전 시즌의 기록은 증발되었다. 야구를 모르는 사용자가 와서 봉중근 선수를 검색하면 봉중근 선수는 2011년도 신인으로 알게 될 것이다.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던 7월 포털 사이트의 1인 미디어에 의해 스포츠투아이라는 한국 프로야구 기록을 독점 공급하는 업체가 소개된 바 있다. 1인 미디어 운영자는 그들의 업적 및 애환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스포츠투아이가 공들여 작성한 기록들이 엑셀로 불법 복제되어 고스란히 재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탯티즈(www.statiz.co.kr)라는 사이트를 언급하였다. 마치 스탯티즈라는 사이트가 기록을 불법으로 퍼나르는 것처럼 충분히 오해할 소지가 있는 내용이었다.

스탯티즈 사이트는 야구팬들 사이에서 모르면 간첩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원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프로야구에 관련된 모든 기록들이 체계적이고 충실하게 정리되어 있는 사이트였다. 한 공학도가 자신의 툴을 가지고 운영하던 기록 사이트는 졸지에 기록 복제의 주범처럼 오인 받는 상황에 다다랐다. 결국 부담을 느낀 운영자는 사이트를 잠정폐쇄하게 되고, 이에 네티즌들은 1인 미디어 운영자의 블로그에 비난을 포화처럼 퍼붓는다. 기록이 부실하게 나열되어 있는 KBO 사이트에 염증이 나있고 제대로 된 기록조회에 목말라하던 야구팬들에게 스탯티즈 사이트는 오아시스 그 자체였다. 스탯티즈 사이트가 갑작스럽게 사라지고 난 후 야구팬들의 기록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고 KBO 사이트가 개선된 것도 아니다.

예전에도 지적한 바 있지만 KBO 사이트를 들어가서 타자나 투수의 기록 순위를 조회할 때 조회할 수 있는 년도가 2005년도까지로 한정되어 있다. 여기다 한술 더 떠서 예전에는 조회가 가능했던 은퇴선수의 기록마저도 현재 KBO사이트에서 조회가 불가능하다. 야구를 보는 재미는 경기를 보는 순간뿐만 아니라 이후에 남겨진 기록을 조회하면서 당시에는 몰랐던 새로운 상황을 복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현재 KBO 사이트에선 기록을 복기할 수 있는 접근이 원천봉쇄되어 있다.

예전에 스포츠투아이가 원년부터 지금까지의 프로야구 기록의 전산화 작업을 완료했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머지않아 스포츠투아이에서 작업한 전산기록들이 공개될 터인데 혹시라도 유료화를 추진하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그 순간부터 국내 야구랑은 담을 쌓을 것임을 정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왜 그런지는 당사자들이 훨씬 잘 알 것이다.

MLB닷컴(www.mlb.com) 사이트에 들어가면 1900년도에 활약하던 선수들의 기록도 자유롭게 조회가 가능하다. 미국 시민권자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접속하는 네티즌들도 언제든지 조회가 가능하다. 참으로 통큰배려라 할 수 있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명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기록도 언제든지 자유롭게 조회가 가능하다. 비단 MLB닷컴뿐만 아니라 베이스볼 레퍼런스 등 다양한 사이트들이 무료로 기록을 제공해주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특정 선수에 대한 기록 조회가 가능하다. 그냥 조회를 하는 것뿐이다. 어디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그 조회한 기록을 이베이에 팔아먹을 일도 없다.

사실 예전에는 당연히 기록은 누구나 다 조회하는 것이고 누군가의 독점 소유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7월에 스포츠투아이에 관한 1인 미디어의 기사에서 기록의 소유권이 생겨나고 그것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기사를 듣고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손수 공을 들여 작성한 기록인 만큼 저작권료를 받겠다는 취지인데, 그렇다면 그 기록의 주체는 누구인가?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인데 스포츠투아이에서는 자신들이 기록을 제작하게끔 열심히 뛰어주는 선수들에게 기록 생산비를 지불해야 되는 것 아닌가 묻고 싶어진다. 정작 선수들은 땀흘려가며 기록을 남기고 그 기록을 보고 복기하는 것이 야구라는 스포츠의 묘미인데, 그 중간에 스포츠투아이가 끼어들어 수수료를 챙기려는 심산 아닌가 강력하게 따지고 싶다.

참고로 여름에 잠정폐쇄되었던 스탯티즈(www.statiz.co.kr)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선수협의 지원을 받아 머지않아 재오픈할 수 있게 되었다는 운영자의 멘트가 올라와 있다. 그런데 이 멘트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2006년 이전 기본 데이터와 보다 다양한 기록적용도 단계적으로 진행해 가길 바라며,...'라는 부분이 있다. 2006년 이전의 데이터들은 스포츠투아이에 돈을 지불해야 된다는 뜻인지 궁금해진다. 기록은 특정 단체의 사유재산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모든 기록에 사유재산 개념을 도입하려고 한다면 개인 기록뿐만 아니라 팀 순위, 팀별 기록도 전부 유료화시켜야 될 것이다. 그리고 스포츠투아이에서는 자신들이 기록을 제작하는 대상 선수들에게도 수수료를 지급해야 할 것이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면 기록이란 게 아예 성립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600만 관중시대에 남의 나라 야구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기록 조회는 자유롭게 가능한데, 정작 국내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기록조차 자유롭게 조회하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대중문화와 스포츠는 늙지 않습니다(不老). 대중문화와 스포츠를 맛깔나게 버무린 이야기들(句), 언제나 끄집어내도 풋풋한 추억들(不老句)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나루세의 不老句 http://blog.naver.com/yhj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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