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원이한테 미안하네...', '가사 틀렸어...'에 담긴 김경호의 말에는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동시에 미안함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만 더 잘 불렀어도 사람들이 자신이 기억하는 '故 서지원'을 더 많이 기억해 줄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자책감이 드는 듯했다.

하지만 돌려놓고 생각하면 누가 봐도 이번 노래는 1위를 할 수 없는 노래였다는 데는 생각이 같을 것 같다. 김경호조차 1위는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특히 김경호의 마음새라면 이번 노래를 어떤 의도로 부르겠다는 계산이 서 있을 테고, 그가 어느 부분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지를 알면서도 강행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김경호의 노래가 끝나고 '장기호' 교수만이 어쩌면 그의 마음 한 구석을 이해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호 교수는 김경호가 아무런 편곡 포인트를 갖지 않고 부른 것에 대해 평가하며 '음악적인 것보다는 뭔가 다른 의도를 갖고 노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장기호 교수를 제외한 자문위원들은 그의 무대가 이전 무대에 비해 어필이 덜 된 부분만 이야기했지만, 그만은 왜 김경호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고려해보려는 듯했다.

김경호는 서지원에 대해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이 무명 시절을 겪으면서 한 라디오에 출연해 고정 활동을 한 것이 유달리 짙은 의리를 쌓게 하는 교감이었을 텐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는 많이 충격을 받았을 것 같았다.

1996년 사망한 故서지원은 당시 김경호와 같이 활동하면서 힘든 시간을 버텨왔다. 이때는 두 가수 모두 같은 상황이었다. 서지원은 <내 눈물모아>로 1위를 했지만 많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김경호도 1995년에서 1996년까지 무척이나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1집을 발표하고 활동했지만 그에게는 힘든 일이 유독 많았다. 기획사부터 시작하여 앨범은 잘 알려지지 않았고, 활동하는 데에도 지장이 많았던 때가 이때다. 그런 힘든 상황에서 서지원과 함께 라디오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김경호는 1997년을 기점으로 몇 년간 많은 사랑을 받았고, 다시 희귀병으로 고생하면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렇지만 무대 활동을 통해서 그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꾸준히 희망의 무대를 선사했다. 그리고 <나는 가수다> 출연은 그가 새롭게 조명 받는 기회가 되었고 그는 다시 스타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옛 기억 속의 아련한 아픔으로 남아있는 故서지원에 대한 추억은 더욱 안타까움으로 다가왔을 것만 같다. 힘든 시절을 함께한 이가 생각이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게다. 그런 아픈 기억 속의 동료 가수 서지원이 대중의 뇌리에서 완전히 사라져 보이는 것만큼 아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자신의 뇌리에는 여전히 살아있는 가수인데 말이다. 그래서 그는 다시 서지원의 노래를 택해 순수하게 노래한다.

트리뷰트 음반이나 편곡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를 우선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자문위원단 중에 한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아쉬움이란 기존에 보인 김경호의 무대가 워낙 파워풀하고 개성이 강하기에 상대적으로 아쉽다고 표현을 했지만, 고인의 노래를 불러 헌정하는 무대에서 편곡이 최선인지를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인의 노래를 부르는 데까지 그만의 스타일로 편곡하라는 것은 솔직히 무리가 아닐까 싶다. 김경호가 만약 이 곡을 가지고 락스타일로 불렀다면 반응은 좋았을지 모르겠으나, 그가 생각하는 속 깊은 애도는 사라지는 부작용이 일었을 것이다.

김경호 또한 편곡을 하면 반응이 좋을 것이란 것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서지원의 노래에 단 하나의 기교도 넣지 않으려 노력했다. 원곡 그대로가 전해지기만을 바랐던 것이다. 이번 무대만큼은 단 한마디도 틀리고 싶지 않았던 것은 온전히 서지원의 곡 그대로가 들려졌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틀렸으니 얼마나 미안했을까!

그래서 그는 노래를 부르고 한참을 괴로운 모습을 보였다. "아... 지원이한테 미안하네..."라는 자조 섞인 말은 진정 아끼는 동료에 대한 애정담긴 모습이었다. 그 마음새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는 영락없는 국민언니이지 싶다. 못 바꿔서가 아닌, 바꿔서는 안 될 노래의 순수성을 유지하려는 것을 오히려 칭찬해 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

생활에 가장 가까이 있는 대중문화. 그 곳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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