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준플레이오프 수원-울산 경기 현장

체감온도 영하권의 추운 날씨 속에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열기는 지난 20일에 이어 그대로 살아 있었습니다. 그 열기에 맞게 양 팀 선수들은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연장 승부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에서 마지막에 웃은 팀은 원정팀 울산 현대였고, K리그 챔피언십에서 간만에 펼쳐진 승부차기는 싱겁게 끝났습니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 준플레이오프 단판승부에서 울산 현대가 수원 블루윙즈와 맞대결을 펼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1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로써 울산은 26일 열리는 포항 스틸러스와의 플레이오프를 펼칠 수 있게 됐으며, 내년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거머쥐는데 성공했습니다. 반면 올해 리그, FA컵, AFC 챔피언스리그 등 트레블을 노렸던 수원은 고배를 마시며 무관의 설움을 맛봐야 했습니다.

또다시 '카운트 펀치' 날린 울산 현대, 주인공은 김신욱

날씨가 워낙 추워 움츠러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을 크게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다만 골이 먼저 터진 쪽은 원정팀 울산이었고, 수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뜻대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골은 전반 22분에 나왔습니다. 문전까지 침투해 들어간 이재성의 패스를 받은 김신욱의 침착한 오른발 슈팅 골로 울산이 1-0으로 앞섰습니다. 제공권이 좋은 울산 공격을 염두에 둔 수원 수비진의 허를 찌른 공격 끝에 나온 골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울산은 수차례 날카로운 패스와 강한 압박을 통해 공-수 양면에 걸쳐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과시했습니다. 선제골을 내준 수원 역시 반격은 했지만 마무리는 좋지 않았고, 경기는 예상 외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 선제골 장면. 좋아하는 김신욱
수원의 동점골, 연장 후반에 투입된 울산 김승규

그러다 후반 38분, 오장은이 상대 골키퍼 김영광에게 걸려 넘어져서 패널티킥을 얻었고 이를 마토가 침착하게 차 넣어 1-1 균형을 이뤘습니다. 승부는 연장으로 끌고 갔고, 연장에서 양 팀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해 승부차기에서 승부를 가릴 준비를 서서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나왔던 선수가 바로 울산 골키퍼 김승규였습니다. 김승규는 연장 후반 14분, 김영광 대신 투입돼 아주 잠시 그라운드를 누볐다 바로 승부차기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울산이 어느 정도 승부차기에 대비했다는 것을 보여준 부분이었습니다.

▲ 패널티킥 상황. 침착하게 차 넣은 마토
2년 만의 챔피언십 승부차기, 초반 분위기는 수원

K리그 챔피언십에서 승부차기가 펼쳐진 것은 지난 2009년 6강 플레이오프 2경기 이후 2년 만이었습니다. 플레이오프행이 걸린 것도 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이 걸려있는 상황이었기에 양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를 펼쳐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양 팀의 키커가 정해지고, 경기장에 긴장감이 넘치는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제법 긴장이 느껴졌습니다.

수원의 1번 키커 마토가 골을 넣은 뒤 울산의 1번 키커 설기현이 크로스바를 때렸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수원 쪽이었습니다.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는 울산 선수들이 찰 때마다 깃발을 흔들면서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잇단 수원 실축, 분위기는 울산으로

하지만 수원의 2번 키커 염기훈이 실축하고 울산의 2번 키커 루시오가 골을 성공시키며 균형을 맞췄고, 수원의 3번 키커 양상민이 또 실축하면서 분위기는 울산으로 기울어졌습니다. 그리고 울산의 3번 키커 김신욱이 수원 골키퍼 정성룡을 완벽히 속이는 슈팅으로 골을 뽑아내면서 앞서나가자 울산은 승기를 잡았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어 나온 수원의 4번 키커 최성환. 그러나 역시 골대를 때리면서 수원의 희망 섞인 바람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울산의 4번 키커 고슬기가 깨끗하게 골을 넣으면서 승부차기는 3-1 울산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비교적 치열하게 이어질 줄 알았던 승부차기는 수원 선수들의 잇단 실축으로 비교적 싱겁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너무 떨려서 고슬기의 마지막 킥을 차마 보지 못했던 김호곤 울산 감독은 선수들이 이뤄낸 승리에 비로소 미소를 띠었고, 울산 서포터와 현대중공업 임직원 등 팬들은 환호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반면 패한 수원 선수들과 그랑블루는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 울산의 마지막 키커 고슬기가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좌) 수원전 승리를 확정지은 뒤 기뻐하는 울산 현대 선수들 (우)
준비부터 달랐던 두 팀, 명암 엇갈렸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양 팀 감독들의 발언을 통해 승부차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김호곤 감독은 "골키퍼 코치인 김성수 코치가 결정해서 오늘 승부차기 직전 골키퍼 김승규를 투입했는데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느 정도 승부차기에 대한 대비를 했음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김 감독은 이날 경기 도중 퇴장 당한 김 코치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윤성효 수원 감독은 "승부차기를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승부차기에서 선수들이 잘 해주리라 생각했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며 아쉬워하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전후반 내에 승부가 날 것으로 점쳤을 뿐 승부차기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고 시인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세밀하게 준비한 정도의 차이가 양 팀의 운명을 엇갈리게 한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정규리그 6위에 올랐던 울산 현대는 FC 서울, 수원 삼성 등 수도권 명문 팀을 잇달아 따돌리고 정규리그 2위이자 오랜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와의 대결을 앞뒀습니다. 정규리그와는 완전하게 달라진 면모를 보인 울산의 상승세가 포항전에도 계속 이어질지, 어찌 됐든 이번 승리로 앞으로 남은 경기들을 더 기대하게 했던 준플레이오프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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