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 6강 플레이오프 두 번째 경기가 열린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빅버드)의 날씨는 아주 쌀쌀했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경기장 주변 기운을 엄습했고, 그 때문에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의 옷차림은 두툼했습니다. 그래도 팬들의 열정은 식지 않았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2만 3천여 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메워 전날 3만여 관중이 들어찬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열기를 그대로 이어갔습니다.

색달랐던 수원의 깃발-인디밴드 응원...만만치 않았던 부산 응원

홈팀 수원 블루윙즈의 서포터, 그랑블루는 이날을 위해 단단히 준비하고 나왔습니다. 3년 만의 챔피언십 진출인만큼 축제 분위기를 만들면서 수원의 우승을 향한 도전이 끝까지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그 때문에 뭔가 독특한 응원이 필요했고 여기서 나온 것이 흰색, 적색, 청색 등 수원의 문양을 상징하는 색깔의 깃발 응원, 그리고 인디밴드 응원이었습니다.

기존의 카드섹션, 통천 응원과는 다른 맛을 선보인 깃발 응원은 멀리서 봤을 때 그야말로 장관 그 자체였습니다. 경기 시작 전, 전후반 각 1차례씩 나타난 깃발 응원은 빅버드의 주인다운 위용과 수원에 대한 자부심을 팬들 스스로 발산해낸 듯했습니다. 여기에다 다른 경기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디밴드의 '공연 응원'은 서포터들을 신명나게 하고, 때로는 파워풀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인디밴드의 응원은 수원 블루윙즈 주장 염기훈의 요청에 의해 다시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올 시즌에 수원은 몇 차례 인디밴드 응원이 펼쳐져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규모 면에서는 작았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았던 부산 서포터들의 응원도 대단했습니다.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수원 빅버드에 온 부산 원정 서포터들은 열렬히 응원 구호, 응원가를 외치며 부산 선수들에 힘을 불어넣었습니다. 양적으로 많은 수원 서포터들의 기세에 눌리지 않기 위한 부산 서포터들의 함성은 주목할 만했습니다.

▲ 깃발 응원을 선보인 블루윙즈 서포터 그랑블루(좌), 부산 서포터(우) (사진: 김지한)
수비 지향적인 모습에 '공격!' 그리고 나온 '공격해라! 수원!'

양 팀 서포터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수원, 부산은 불꽃 튀는 접전을 펼쳤습니다. 수원이 공격을 퍼부으며 골을 시도했다면 부산은 악착같이 막아내고 역습을 통해 골을 넣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전반 종료 직전, 염기훈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을 하태균이 타점 높은 헤딩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결승골로 연결됐습니다. 이미 전반 30분경, 마토의 헤딩슛이 골대를 강타해 아쉬웠던 수원은 하태균의 골로 앞서나갔고 덩달아 수원 서포터들도 신나했습니다.

하지만 후반 들어 경기는 좀처럼 더 후끈 달아오르지 않았습니다. 윤성효 수원 감독의 수비 지향적인 축구가 문제였던 것입니다. 부산의 공세를 막기 위해 윤 감독은 미드필더 오장은을 수비로 내리고, 박현범도 수비 쪽으로 붙으라는 지시를 내리며 좀처럼 위협적인 공격 장면을 많이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를 답답하게 여긴 수원 서포터들은 후반 30분경, '공격! 공격!'을 외치기 시작했고, 급기야 중원에서 볼이 돌 때 '공격해라! 수원!'이라는 구호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다시 본래 응원을 펼친 수원 서포터들이었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향해 외친 '공격해라!'는 메시지는 강렬하고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윤성효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체력 안배를 위해 수비적으로 했다"면서 "공격적으로 해서 못 이겼다고 하면 비난하고, 수비적으로 하면 수비적으로 했다고 뭐라고 한다"며 후반 수비 축구를 한 배경, 심경을 밝혔습니다. 울산보다 하루 덜 쉬고 치르는 준플레이오프였던 것을 감안한 전략이기는 했지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화끈한 승리를 바랐던 수원 서포터들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안 그래도 이런저런 불행 때문에 편치 않은 한 시즌을 보낸 터라 시원한 승리를 기대했던 수원 서포터들 입장에서는 이기고도 마음이 찝찝했을 것 같았습니다.

▲ '공격해라! 수원!'을 외치는 그랑블루 (좌) 부산전을 치른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윤성효 수원 감독(우) (사진:김지한)
최소 실점팀 울산에 공격하는 수원 보여줄까

23일 저녁, 빅버드에서 다시 준플레이오프가 치러집니다. 이 경기를 이기면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쥘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부산전에서 나온 "공격해라! 수원!"의 외침을 제대로 실천하는 모습이 수원 입장에서는 필요합니다. 공교롭게 상대팀은 K리그 최소 실점팀이자 6강에서 서울에 3골을 넣고 상승세를 제대로 탄 울산입니다. 6강에서 힘을 아꼈다고 하는 수원이 본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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