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막을 내린 <슈퍼스타K 시즌3>는 예상대로 울랄라 세션이 3대 슈퍼스타로 탄생하며 막을 내렸다. 어느 정도 예상되었지만 뽑히는 그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구성과 편집이 돋보인 <슈퍼스타K 시즌3>는 울랄라 세션 외에도 버스커 버스커, 투개월 등 많은 슈퍼스타들을 탄생시키며 막을 내렸다. 이번 시즌 3에서도 역대 최다 수익을 기록하는 등 <슈퍼스타K 시즌3>는 숱한 화제들을 형성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임을 입증하였다.

공중파 오디션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MBC <위대한 탄생2>는 오늘부터 파이널 라운드가 시작되었다. 파이널 라운드에서 멘토의 선택을 받아야만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파이널 라운드는 참가자들을 2인 1조로 묶어 듀엣곡을 부르는 미션으로 진행되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다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위대한 탄생>이 <슈퍼스타K>와 차별성을 둔 부분은 바로 멘토제의 운영이다. 5명의 멘토들이 자신들의 멘티를 선택하여 트레이닝을 거쳐 최종 라운드 참가자를 선발하는 방식인데, 멘토와 멘티의 관계 속에서 감동 포인트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특히 시즌 1에서는 김태원의 멘티들이 다양한 감동을 연출했고 결국 최종 라운드에서 김태원의 멘티들인 백청강과 이태권이 맞붙게 되었다. 그러나 특정 멘토의 멘티에 지나친 편중현상이 발생하고 멘토들도 사람인지라 상대 멘토의 멘티에게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내리며 감정대립의 양상까지 연출하기도 하였다.

시즌 2에서는 <위대한 탄생>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인 멘토제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번 파이널 라운드를 보면서 확실히 느낀 점이 있다.

1. 튀는 놈 위에 찍는 멘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장 큰 미덕은 다양성에 있다. 다양한 개성의 소유자들이 자신의 개성을 신명나게 뽐내면서 보는 이들에게 종합 선물세트를 받는 기분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대한 탄생2>의 멘토들은 마치 담합이라도 한 것 마냥 조금이라도 튀어 보이는 출연자들이 있으면 '어디서 감히'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무차별 폭격을 가한다.

무차별 폭격의 하이라이트는 예심에서 제니타 김이라는 교포 지원자가 참가했을 당시이다. 그녀는 시작 전부터 당당한 모습으로 일관하면서 인트로 부분의 랩에서 박정현보다 한국말은 더 잘한다는 내용의 애교 섞인 농담을 가미하였다. 그런데 그 랩을 들을 때의 박정현의 표정은 상당히 관리가 안 되는 모습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노래가 끝나자마자 멘토들의 융단 폭격이 시작된다. 등장했을 때 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제니타라는 참가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멘토들의 판단의 우선 기준은 노래 실력보다는 인성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결국 참가자들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급위축모드로 돌변하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멘토들이 표현하는 음악에 대한 진지한 태도는 중요하고 평가 기준에 반영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김태극처럼 지나치게 과한 무례함을 보이는 경우라면 지적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태도라는 기준이 노래 실력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풍기다보니 오디션 무대에 올라오는 참가자들은 마치 죄를 지은 사람들 마냥 위축되어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런 모습을 자주 접하다 보니 불편하기 그지없다. <슈퍼스타K3>의 신지수 같은 참가자가 <위대한 탄생2>에 출연했다면 주저 없이 태도나 마인드에 대한 지적을 받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번 파이널 라운드에서 가장 실망스런 선택은 박진영의 <스윙베이비>를 부른 50kg와 장은정의 탈락이다. 남성듀엣 50kg와 장은정은 박진영의 리드미컬한 댄스곡을 자신들의 개성에 맞게 편집하여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경쾌하고 신명나는 무대를 선보였다. 참가자들 중 가장 신명나게 무대를 즐긴 모습이었고, 멘토들도 보는 동안 그들의 무대를 신나게 즐기는 모습을 보이더니 그것으로 끝이었다. 가장 개성 넘치고 앞으로 더 많은 볼거리가 기대되었던 50kg의 탈락은 허탈함 그 자체였다.

2. 앞뒤가 안 맞는 멘토들의 멘트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가성을 박력 있게 내뿜는 독특한 보컬의 소유자 서준교는 한다성과 듀엣을 이뤄 노을의 <청혼>을 고음과 중음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기성가수 뺨치는 가창력을 선보였다. 멘토들도 이구동성으로 탁월한 선곡이며 화음이 기가 막힌 조화를 이뤘다고 극찬을 선사하였다. 그런데 정작 서준교는 멘토들의 선택을 못 받았다. 보는 내 자신이 멍할 정도였다. 그런데 퇴장하는 서준교에게 던진 이선희의 멘트는 도대체 이 프로그램의 멘토들의 선택기준은 무엇인가를 의심케 하였다. 이선희는 서준교에게 이미 음색이 확실하게 잡혀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참 매력 있는 보컬을 가지고 있으니 자신과 프로그램 종영 후에도 별도로 연락이 되면 키워주겠다라는 식의 멘트를 보낸다.

그렇게 키워줄 마음이 있었다면 멘티로 선택하여 키우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렇게 공개된 무대에서 조금이라도 더 출연하고 인지도를 높이려는 것이 참가자들의 희망이자 목적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가수의 꿈을 이루는 방법이 막막하고 받아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 발로 소속사를 찾아가는 것이 여의치 않은 이들에게 기회의 문을 넓혀주는 무대인데, 정작 이 무대에서는 더 이상 설 기회를 박탈하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라니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는가.

서준교 외에도 31세의 아기엄마 참가자 김민정도 원숙한 보컬을 뽐냈지만 이미 정형화된 보컬이라 더 이상 키울 여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멘토들의 버림을 받았다. 결국 멘토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으로 인해 기본실력이 갖춰져 있는 참가자들이 기회를 박탈당하고 말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컬이 정형화되어 있어서 다양한 시도를 못할 것 같다는 궤변에 대해 정확하게 범위와 정의를 내려주었으면 한다. <위대한 탄생2>의 멘토들의 평가 기준대로라면 <슈퍼스타K3>가 낳은 스타들인 버스커 버스커의 보컬 장범준이나 투개월의 김예림 등의 독특한 음성을 가진 보컬들은 아마 최종무대에 나설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

속된 말로 얘기하자면 너무 머리가 커버린 참가자들을 굳이 데려다놓고 가르치다가 자신들의 음악적 자존심에 도전받는 느낌이라도 얻을까봐 사전에 이를 차단하려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을 정도이다.

<슈퍼스타K3>는 프로그램명에 충실하게 TOP11에 뽑힌 참가자들이 마음껏 무대에서 신명나고 자신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었다. 참가자들에게서 위축된 모습이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마추어 참가자들은 무대에서 신명나게 자신의 개성을 뽐냈고 그런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하고 어느새 그들에게 대중연예인 못지않은 성원을 보내고 있다.

<위대한 탄생2>는 마치 콩나물 교실에 학생들 가둬놓고 똑같은 교복에 두발단속을 실시하는 학교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다. 혹시라도 머리가 학교가 정해놓은 기준보다 1cm라도 더 길어져 있으면 가차 없이 머리에 가위를 들이댈 분위기이다.

평준화를 지향하는 <위대한 탄생2>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맺어질지 자못 궁금해지는데 그저 머리 단정하고 교복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범생을 선발할 것이라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 대신에 멘토 보컬 트레이닝 프로그램으로 바꾸는 것이 나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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