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 소속의 구자철이 한 달여 만에 리그 경기에 선발출전, 팀의 대승에 기여했다.

구자철은 19일(한국시산) 홈구장인 독일 볼프스부르크 폭스바겐 아레나에서 열린 하노버96과의 2011~2012시즌 분데스리가 13라운드 홈경기에서 팀의 측면 공격수로 나서 66분간 활약한 뒤 후반 21분 욘슨과 교체됐다.

볼프스부르크의 펠릭스 마가트 감독은 이날 팀의 포메이션을 기존에 즐겨 쓰던 4-4-2 전형 대신 4-3-3 전형을 구사했다. 평소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됐던 구자철이 이날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것도 이와 같은 포메이션 변화에 따른 전술적 시도 가운데 하나였던 셈.

이밖에도 마가트 감독은 그 동안 꾸준히 '더블 볼란테' 콤비로 기용하던 트래슈-조수에 조합을 깨고 트래슈를 오른쪽 윙백으로 기용했고, 윙백이었던 살리하미지치는 미드필드로 올렸다. 또한 스피드가 떨어진 수비수 키르기아코스 대신 마들렁을 선발로 출전시켰다.

포메이션의 변형의 효과였는지 이날 볼프스부르크는 경기 초반부터 선제골과 추가골을 잡아내며 2-0으로 달아났고, 상대의 퇴장 덕분에 만들어진 수적인 우세 속에 2골을 더 보태 4-1의 대승을 거뒀다.

▲ 구자철 선수ⓒ연합뉴스

지난 중동 원정 2연전에서 부진해 조광래 감독에게 고민을 안겼던 구자철은 이날 한층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이었음에도 불구, 왕성한 활동력으로 공격 시에 과감하고 날카로운 돌파를 여러 차례 시도했고,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킥을 거의 전담했다. 킥의 정확성이 다소 떨어졌던 부분이 아쉽기는 하나 경기 내내 영리한 움직임으로 원활한 팀플레이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한 경기였다.

이날 상위팀인 하노버를 상대로 기대 이상의 대승을 거둔 볼프스부르크는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의 사슬을 끊고 시즌 5승(1무7패)째를 따내며 승점 16점을 확보, 리그 중위권인 12위에 랭크됐다. 이날 패했지만 7위의 순위에 올라있는 하노버와의 승점차도 3점에 불과하다.

팀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 칼을 빼든 것으로 알려진 마가트 감독에게 승리를 안긴 이번 경기에서 구자철이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나름대로 양호한 활약을 펼치며 팀의 대승에 기여했다는 점은 구자철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일부 독일 현지 언론이 구자철에 대해 "마가트 감독의 살생부에 포함됐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진 위기설이 그야말로 '설'에 불과함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지난 11일 구자철을 비롯해 헬메스, 폴락, 키르기아코스, 오로스코, 크리히 등의 이름이 포함된 마가트 감독의 살생부 명단을 소개하며 이들이 방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가 전해지자 이미 얼마 전 구자철은 손흥민이 뛰고 있는 함부르크로 이적이 거의 확정됐다가 마가트 감독의 반대로 무산된 사실을 알고 있던 팬들은 마가트 감독의 이중적인 태도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하노버전은 구자철이 자신에 대한 방출설 보도와 중동원정 부진 이후 처음으로 갖는 리그 경기였고, 이 경기에서 구자철이 기용될 것인지, 기용된다면 어떤 활약을 펼칠지가 그의 향후 입지와 거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가는 경기였다.

그와 같은 작지 않은 의미를 지닌 경기에서 구자철이 선발 출전했고, 세트피스 상황에서 킥을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고, 더 나아가 경기 결과도 세 골차 대승을 거둬 마가트 감독으로 하여금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케 했다는 것은 구자철에게 매우 긍정적인 상황변화가 이루어질 것임을 예감케 한다.

일단 마가트 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팀이 좋은 분위기에서 대승을 거둔 경기에서 구사한 포메이션이나 전술적 선택, 선수기용 등을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구자철에게 앞으로 좀 더 많은 출전시간이 주어질 것임을 전망해 볼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이날 하노버전에서 구자철이 펼친 활약상에 대해 마가트 감독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느냐 하는 부분일 것이다. 마가트 감독이 이날 경기 내용과 결과에 만족한다 하더라도 구자철의 활약 내용에 대해서만큼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면 양상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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