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TV전쟁특집>을 마련해 그 두 번째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특집에서는 종편과 공중파의 관계를 주로 다루었고 이어 무한도전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두 번째 특집은 공정경쟁과 정도를 걷자는 내용이 들어 있던 특집이었다.

피하지 못 할 일이라면 맞서야 하는 게 이치일 것이다. 어차피 허가가 난 일이고 조만간 시작될 종편들은 어느 곳이 어떤 힘을 가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기존 공중파들은 더 뛰어난 퀄리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자성을 가져야 하는 시점, <무한도전>이 그런 의식을 갖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멤버들은 각기 주어진 채널을 가지고 살아남기 위해 서로의 채널 전원을 꺼야 하는 경쟁을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TV는 '유재석TV'와 '하하TV'였다. 이는 앞으로 현실에서 전개될 상황일지 모른다. 네 개의 종편채널이 시작된다 해도 그 모든 채널이 안착해 살아남을지는 모를 일이다.

종편이 가세한 방송사 간 경쟁은 수많은 일들을 예상하게 만든다. 서로 물고 뜯고 더 자극적인 방송을 예상하게 하며 수없이 많은 자본 투입이 예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경쟁은 무리한 투자를 불러오고 이를 견디지 못한 종편 채널이 알아서 손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지금도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이기도 하다.

관련 업계나 전문가들은 자본력이나 섭외력을 앞세운 어떤 채널이 우위에 설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을 한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과열양상이 예상되는 일이고, 그 과열된 양상 속에서 견디지 못하는 채널이 도태될 것이란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미 그런 모습은 여러 종편채널에서 드러난다. 벌써 모 채널은 지나친 돈을 투자하여 배우를 섭외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드라마 하나 계약하는데 20억이 넘는 돈을 지불한 것은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지배적이다. 배우들의 지나친 요구가 문제는 아니다. 제작비가 정해진 상태에서 한 곳에 집중된 투자가 정상적인 작품을 만들지 못하게 한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제작비의 반을 한 배우에게 쏟아 붓으니 더욱 빈곤한 상태에서 제작이 되어 작품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질 일은 만무한 일이 된다.

배우의 올바른 판단이 앞설 때 제작은 좀 더 쉬워지는 일도 있다. 종편이라지만 모 배우는 출연료를 동결시키며 제작에 힘을 불어 넣어주었다. 이런 경우가 많아지면 한결 더 탄탄한 제작환경이 구축이 되고, 작품도 더 좋게 만들어지는 것이니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기도 하다.

<무한도전 TV전쟁특집>은 사실 종편채널만을 공격한 내용이 아니었다. 좀 더 열린 마음에서 공정경쟁을 해 보자는 오픈마인드를 보여줬다. 언제든지 제대로 된 퀄리티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은 '유재석TV'였다. '하하TV'는 급조된 형태의 섭외능력을 보여줬다. 오로지 섭외의 힘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해 준 사례일 것이다. 현재 종편채널이 돈을 과다하게 투입하여 탑스타를 빼내가는 것을 돌려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제대로 된 컨텐츠의 확보 없이 그저 자본이나 인맥으로 스타를 섭외하여 시청률을 올리려는 '하하TV'의 문제점은 결국 시청률에서 안정적인 컨텐츠를 보여준 '유재석TV'에 패배하게 된다. 스타를 섭외할 수 있는 능력이야 돈만 있으면 가능한 것이 자본사회의 특징인데, 그저 시청률에 급급하여 물량으로 해결하려는 '하하TV'의 패배는 그래서 더욱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유재석TV'의 경우 엄청난 켄텐츠의 보유량을 자랑했다. 아이디어 회의로 준비된 프로그램들이 존재해 쉴 틈 없는 웃음을 줬다.

'유재석TV'는 1시간 분량의 녹화분을 위해서 많은 코너를 갖추어 놓았다. '개국축하쇼'를 시작으로 '무한뉴스', '고통의 달인', '현장급습', '반쪽 메이크업', 콩트 '짝', 정준하의 '미리예보', 정준하 '자쇼' 등 풍성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의외의 웃음도 잊지 않았다. 급하게 만들어졌지만 시청자와 소통하는 코너와 '유재석TV의 수능송'은 큰 웃음을 가져다주었다.

실제 이들은 시청자들의 패턴을 알게 해줬다. 스타 섭외를 통해서 끌 수 있는 시청률은, 흥미를 주는 피크타임 외에 언제든지 대거 이탈할 수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제 아무리 송중기와 소녀시대의 써니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같은 시간대에 다른 곳에 그들과 맞먹는 인물이 나오면 언제든 이탈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유재석TV'의 안정적인 컨텐츠는 인지도에서 떨어지는 스타를 섭외해 잠깐 시청자가 이탈할지라도 잔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유재석 + 정준하 + 노홍철' 이 세 명의 멤버가 '하하 + 박명수 + 정형돈 + 길'을 누르는 모습은 그래서 더 통쾌해 보였다.

종편과 공중파의 싸움은 어차피 시작된다. 그 싸움판에서 누가 살아남느냐는 그들의 능력과 자본에서 결정이 날 것이다. 때문에 이번 <무한도전>의 메시지는 분명 깊게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제 아무리 초특급 게스트로 무장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컨텐츠의 퀄리티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모두 제 자리에 서지 못하는 불운을 겪게 될 것이다.


생활에 가장 가까이 있는 대중문화. 그 곳을 말한다.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