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가 다시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제 궤도로 돌아와 반가움을 줬다. 아무리 잘나고 못난 연예인이라고 해도, 라디오스타(이하 라스)에서만은 같은 입장이 되어야 재미를 주는 법이라고 이번 '라스'는 시원스레 이야기들이 이루어졌다.

어떤 이야기를 한다며 숨기거나 에둘러 말하면 본 맛이 없어지는 무향무취의 음식 같아진다고 , 결과가 뻔한 이야기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을 '라스' 진행자나 게스트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었다. 철저히 '라스'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의 이야기쇼는 그래서 더욱 큰 재미를 줬다. "라디오스타니까 솔직히 말한다"라는 제시카의 말대로, 그래 그렇게 말들이 이루어져야 진짜 '라스'를 보는 시청자들이 제맛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라스'가 직설과 독설로 무장이 된 프로그램으로 다시 본궤도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방송 2회 정도의 시행착오의 결과물일 것이다. 지난주 극약처방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한도전>팀을 투입한 것은 <라디오스타>에 무척이나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시청률을 잡을 수 있었고, 어중간한 무릎팍도사 지지자들을 이제는 나름대로 '라스' 방식으로 흡수하겠다는 복안이 숨겨져 있어 더한 반가움이 있다.

독설본능, 직언본능으로 대표될 '라스'의 재미는 말 그대로 에둘러 귀찮게 돌려서 질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한창 문제가 되었던 '아이돌들의 뮤지컬 무대로의 진출'에 대해서도 돌리지 않고 바로 질문하는 모습을 보여 속을 시원하게 했다.

이번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소녀시대'와 '박해미', '임태경'은 이제 뮤지컬의 맛을 보았거나, 아니면 생업으로 열심히 하는 베테랑의 조합이다. 시기상 게스트 섭외 기획을 보자면 아무래도 '소녀시대'의 출연이 주목적이었을 테지만, 이를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받아들이게 하려는 듯 연관성 있는 뮤지컬 배우를 엮어서 초대 손님을 구성하자는 쪽으로 기획된 듯싶다.

뮤지컬 배우로서 박해미는 일선 현장에서 뮤지컬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뛰어난 실력의 배우이다. 뮤지컬 무대에서만 약 20년 넘게 활동했으니 그 애착은 누구보다도 강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그녀만 이런 문제를 제기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업적인 마인드로 기획된 무대에 아이돌들이 무차별적으로 캐스팅이 되어 실력 없는 무대를 보여줘 전체적인 무대의 질을 낮추어 놓는 점은 그들로서는 무척이나 괴롭고 화가 나는 일이었을 것이다. 일선 제작자들뿐만 아니라 같은 뮤지컬 배우들은 갑자기 굴러들어온 모난 돌들이 무대를 휘젓고 가는 데에 한숨만 쉴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이는 제작자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아이돌 소속사들은 잠시 얻은 인기를 이용하여 조금 더 이슈가 될 수 있는 장소를 찾게 되고, 섭외가 오면 무엇을 따지지도 않고 해당 가수들을 그 무대에 올린다.

박해미가 이야기한 것은 이렇게 '급조된 기획에 아이돌들이 이용당하는 것 자체가 싫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도 수많은 스타들이 뮤지컬이나 연극 무대로 진출했지만, 그것은 철저히 연습한 이후의 이동이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이야기한 '유인촌'이나 '故추송웅' 씨의 경우는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엄청난 실력을 보여줬고 키워왔었다.

기존 배우들이 이렇게 뮤지컬이나 연극 무대로 진출하는 것은, 자신의 연기 세계를 좀 더 확장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이루어진다. 그들은 지독할 정도로 무대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아예 1년 내내 거의 모든 시간 연극 무대에 서는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 배우 고수 같은 경우, 군 제대를 하자마자 스크린보다는 연극 무대에서 다시 감을 잡으려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아이돌들은 단지 인기를 얻으려 되지도 않는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이런 무대에 진출해왔었다. 그나마 '소녀시대'의 경우는 미미할 정도의 실력을 인정받는 경우지만, 대다수 아이돌들의 연극 무대와 뮤지컬 무대로의 진출은 그 성적이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실력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스케줄 빼서 잠시 들어와서 연습하고, 또 잠시 공연하고, 다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대부분의 모습이었다. 그러니 일선 제작현장의 제작자들이나 배우들의 시선이 고울 수 있겠는가!

소녀시대 '제시카'도 이런 문제에 대한 답답함을 솔직히 털어놨다. "처음에는 저도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어요. 솔직히 저 같은 경우 앨범 준비와 콘서트도 겹쳤고, 연말시상식까지 겹쳤던 때 출연이었어요.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뮤지컬의 매력을 느끼지만, 선배님 말씀처럼 연습할 시간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안타까워요. 연습할 시간이 마련되면 그때 다시 도전해 보고 싶어요"라며 속내를 드러낸다.

이렇게 제대로 된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돌들이 있긴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소속사들이 그런 꾸준함을 요하는 연습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급조된 기획에 파고들어 잠시 홍보 수단으로만 활동하는 그런 무대는 자신의 가수들을 형편없는 모습으로 비춰지게 한다. 상업적인 기획이 아닌 진실된 실력 키워주기라면 소속 가수들을 아티스트로 만들 수 있는 데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이돌들의 뮤지컬 무대로의 진출은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하는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