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가수들의 서바이벌 경연이라는 파격적인 프로그램인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는 그 기획단계부터 큰 논란을 일으켰는데요, 과연 이들을 평가하는 것이 합당하느냐는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음악으로 살아온 베테랑 가수를 서바이벌무대에 세워, 줄 세우기를 통해 몹쓸 긴장감을 안겨준다는 혹평도 있습니다. 또 노래에 대해 매겨지는 매니저들의 점수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있지요.
자문위원들의 평가도 이슈 중에 하나입니다. 나가수의 초창기, 자문위원들의 토크는, 가수들의 음악장르를 소개하고 편곡이 주는 음악적 의미를 짚어주는 보조자 역할이었는데요, 대체로 가장 감동적인 무대, 1위를 주고 싶은 무대를 꼽는 단소리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토크는 모든 무대가 끝나고 개표를 앞둔 시점에서 편집으로 보여졌었지요. 그런데 편집방침이 바뀌면서 각 무대가 끝난 직후에 해당 무대에 대한 자문위원의 평가가 바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당초 나가수를 기획한 김영희 PD는, 피카소를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 경연의 기준은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고 밝혔었지요. 1000개의 귀, 일반인이 느낀 저마다의 감동이 바로 기준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노래의 여운이 남은 상태에서 즉각적으로 나오는 전문가의 평론은 이러한 개인의 취향에 도전하는 결과를 낳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근래 들어서 자문위원단은 토크가 달라졌습니다. 조금씩 적극적인 평가가 이어지다보니 자문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되기 시작한 거지요. 이러한 분위기에 견인차 역할을 한 사람은 뒤늦게 합류한 팝 칼럼리스트 김태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태훈의 말투는 똑 부러집니다. 미사여구 없이 정확히 핵심만 전달하는 간결한 어투를 사용하다보니 다분히 도전적으로 들리지요. 그리고 이러한 도전적인 표현은 다른 자문위원들을 자극한 면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자문위원들은 서로의 이견을 여과 없이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나섰습니다.
자우림 무대의 경우, 초반에 퇴폐미를 발산하며 관객을 유혹하더니 펑크록으로 변신하면서 소년이미지를 줘서 이질감을 줬다며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는 김태훈의 지적에 대해, 장기호 교수가 나서서 오히려 단절된 두 개의 리듬 때문에 신선하고 이국적이었다며 반대 의견을 냈지요. 특히 새로 합류한 거미를 두고, 김태훈이 '긴장 탓에 실력발휘가 안 됐다'고 하자 남태정이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잘 소화했다'고 반론을 폈는데요, 이에 김태훈의 얼굴에선 신경전의 기색마저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자문위원의 평가가 조금씩 적극성을 띠면서 나가수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으나, 그 적극성이 더욱 깊어지면서 위원들간의 의견 충돌이 일어나자 오히려 나가수의 취지가 살아나는 아이러니가 있는 거지요. 이제 가수들은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고, 경쟁과 힘겨루기는 자문위원들의 몫으로 남겨 둘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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