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에서 길의 존재는 어쩌면 계륵 같을지도 모른다. 빼자니 좀 난감하고 안 빼자고 하니 빼라는 사람들이 꽤 있다. 길을 제외하자는 것의 가장 큰 이유는 사실 '길이 재미없다'라기 보다는 '원년맴버'가 아닌 것에 있다. '원년맴버'를 어디까지 봐야 할지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진 않지만 길에게는 '굴러온 돌'이라는 굴레가 항상 있다. 이것은 '전진'또한 마찬가지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새로운 맴버에 대한 근본적인 적대감이 있고 그 위에 '재미없음'이 추가되어 현재와 같이 '길을 빼자'는 요구가 끊임없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길은 빠져야만 할까?

1. 길은 나름의 상황을 만들어 주고 있다.

박명수가 말한 것처럼, 길이 스스로 아주 재밌는 상황을 만들어 내진 못하지만, 그는 분명히 상황이나 소재로서 활용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재미없는 캐릭터' 혹은 '무리수'캐릭터도 있지만 '죄와길'에서처럼 그의 행동이 소재가 되는 경우도 있고 다이어트특집처럼 메인으로 등장한 때도 있었다. 분명히 방송에 있어서 나름의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은 이건 길의 능력이라기보다는 기존 멤버들의 능력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다. 그들은 어떤 멤버가 들어와도 이만큼의 것을 뽑아내고 찾아낼 수 있는 능력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길은 멤버가 된 것이고 멤버로서 어느 정도의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면 길을 쫓아내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길이 뭘 해도 잘 못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동계올림픽 특집'에서 '유재석의 멋진 리더십'이 나올 수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박명수가 '그랬구나'를 통해 길을 '그만두라고'말하면서 충분한 웃음을 이끌어 냈던 것처럼, 그의 부족함 또한 멤버들이 이용해 줌으로서 분명히 웃음의 한 요소로 작용 하고 있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특히 음악과 연관이 있는 에피소드가 꾸준히 존재하는 무한도전에서 그의 존재는 때때로 빛을 발하기도 한다.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나 뚱스가 주었던 웃음과 감동은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었다.

2. 무한도전의 정신을 훼손시키면 안 된다.

무한도전의 정신은 조금 모자란 사람들의 좌충우돌 도전기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부족한 거, 모자란 것은 당연하다. 이제는 너무나 대단해져 버린 그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근본에는 모자람이 있다. '수능특집'에 포복절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서 또 다른 모자람을 보았기 때문이며, 우리는 그런 그들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감동을 받는 것이지 그들의 멋진 결과물에 감화 받는 것은 아니다. 멋진 결과물은 단지 보너스일 뿐이다. 그들이 비록 덜 떨어져도 우리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왔다.

그런 무한도전이기에 멤버 중에 문제가 생겨도 잘 안아왔고, 잘 보듬어 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실제 모든 멤버들은 정신적으로, 하나의 인간으로서 성장했다고 보인다. 그들은 다른 예능인들에 비해 사고를 치는 경향도 적고 공익적인 것에 더욱 관심을 갖는다. 이는 아마 리더인 유재석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들은 그렇게 모자란 것이 있어도 부족한 것이 있어도 서로를 다독거리고 보듬고 기다려 주면서 굳어진 가족 같은 팀웍을 지니고 있는 집단이다. 그런 상황에서 웃기지 못한다고 재미가 없다고 '길'을 빼버린 다면 그것은 무한도전이 가지고 있는 진짜를 잃어버리는 것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웃기지 못한다고 내치는 무한도전보다는 세상의 약자와 소외된 곳에 꾸준히 관심을 주었던 무한도전의 모습을 더 사랑해왔다. 실은 그런 정신이 웃기는 것 빼고 다 잘했던 정형돈을 대세로 만들 수 있었던 이유이고, 군 전역 후에 자리를 잡지 못했던 하하가 금방 정상 궤도로 올라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고, 잦은 물의로 인해 비난을 많이 받았던 정준하가 다시 일어섰던 힘이다.

무한도전은 부족하지만 잘못한 것이 있으면 사과하고 더 나아지려고 애썼던 팀이다. 그런 팀이 만약 '길'을 쫓아버린다면 그것은 무한도전의 진짜 정신을 훼손하는 것일 수 있다.

무한도전은 따뜻하다. 그러나 그들은 완벽하지 않다. 잘못하면 사과하고 잘하려 애쓰고, 재미없다고 하면 청문회를 열고 더 웃기려고 애를 쓴다. 그들은 완벽하진 않지만 나으려고 노력하고 애쓰는 이들이다. 그것이 무한도전의 힘이자 미래이다. 그런 점에서 길은 무한도전에 남아야 한다. 그리고 기다려줘야 한다. 분명히 그가 웃겨줄 날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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