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검찰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보수언론 중심으로 '유죄판결을 뒤집으려 한다'는 보도와 사설이 이어지고 있다. 한 전 총리 유죄와 별개로 검사의 위증교사 여부가 핵심인 사건에 대해 보수언론은 따져볼 필요도 없다는 식의 보도양태를 보이고 있다.

17일 박 장관은 대검찰청이 불기소 처분한 한명숙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해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기소 여부를 다시 결정하라고 수사지휘했다.

박 장관은 수사지휘서에서 사건 처리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들고, 대검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수사지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9월부터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지시로 사건을 조사해 온 임은정 검사(대검감찰연구관)가 지난 달 수사·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자, 대검이 사건 주임검사를 허정수 감찰3과장으로 지정하고 연구관 회의를 거쳐 불기소 처분한 것은 "비합리적 의사결정"이라는 것이다.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에서 감찰부장, 감찰3과장, 임은정 검사로부터 사안설명 및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8일 주요 보수언론에서는 당시 검찰 수사가 적법했느냐는 점은 외면한 채 '유죄 판결 뒤집기 시도'라는 내용의 보도와 사설을 내놨다.

조선일보는 기사 <한명숙 유죄 못뒤집자 檢수사 흠집내기… 사면까지 노려>에서 "재심 신청을 통한 유죄 판결 뒤집기는 어렵다 보고, 한 전 총리가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희생됐다는 명분을 찾으려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법적으로 향후 8·15 특사에서 친노 진영의 '대모'로 불렸던 한 전 총리 사면 명분을 확보하고, 정치적으로는 여권의 검찰·사법 개혁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다목적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썼다.

이밖에 <채널A·라임사건 등 文정부 지휘권 발동 모두 사기꾼들의 입에서 시작됐다>, <秋 이어 박범계도 '한명숙 사건' 지휘권 발동>, <공소시효 5일 앞두고 지휘권 발동… 검찰 "직권 남용" 비판> 등의 보도는 주로 검찰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한 이들이 '죄수'라는 점,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은 수사기관 독립성을 훼손하는 부적절한 행위라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사설 <박범계의 한명숙 사건 지휘권 발동, 부적절하다>에서 "2015년 대법원 판결을 보면 재소자 증언 외에도 한 전 총리의 금품 수수를 입증할 증거가 많았다"며 "재소자 위증 여부에 사건 본질 안 바뀐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박 장관이 다시 수사지휘권을 이용해 뒤집기에 나섰다"며 "마치 비 올때까지 제사를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1면 기사 제목으로 <끝내 한명숙 살리기 박범계 지휘권 발동>을 달았다.

동아일보도 기사 <한명숙 '불법자금 유죄' 재심 청구 수순 향하나>에서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유죄 판결을 무죄로 뒤집으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당시 수사 검사를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게 하는 것"이라는 검찰간부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관련 보도를 이어 온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는 '대법 유죄 판결을 뒤집으려고 한다'는 주장에 대해 "굉장히 게으르고, 악의적이고, 비겁한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범죄를 저질렀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3월 1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김 기자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총리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은 유죄 판결이 났고, 지금 그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다투는 게 아니다"라며 "검사가 재소자들에게 위증을 하라고 회유하거나 압박한 적이 있느냐는 거다. 만약 모해위증교사를 했다면 사법질서를 굉장히 흔든 사건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기자는 당시 검찰 수사팀이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법정증인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하는 '증인 H'와 관련해 과거 재판 녹음기록을 확인해보니 수사팀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수사팀은 사실 '증인 H'씨를 재판에 세우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김 기자는 "H라는 사람이 검찰이 우리에게 위증을 교사했다, 그런데 위증하기 싫어서 법정에 서는 걸 거절했다고 얘기했다. 그걸 저희가 보도한 것"이라며 "그런데 검찰 해명은 '이 사람은 신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예 증인에서 배제를 했다. 자기가 거절한 게 아니고 원래 사기꾼이다' 이런 취지로 공식적인 릴리스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기자는 "그런데 당시 재판 녹음기록을 확보해 들어보니, 재판 말미에 검사가 '지금 김 씨의 증언도 들었고 최 씨의 증언도 들었는데 H가 중요하다고 둘 다 얘기하지 않느냐. 우리가 봤을 때도 H가 사건의 실체적 규명을 위해 필요한 증인'이라고 얘기한다"며 "재판정에서 (검찰이)완전히 다른 얘기를 한 것이다. (검찰 해명은)거짓말"이라고 짚었다.

김 기자는 "김 씨, 최 씨, H 모두 검찰 측 증인이었다. 판사가 김 씨도, 최 씨도 했는데 H까지 뭘 (증언)하냐고 해서 결국 검찰은 H를 증인석에 세우지 못한다"며 "검찰이 연습을 시켰기 때문에 H도 증인석에 세우고 싶었다는 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3월 18일 한겨레·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한겨레는 사설 <검찰이 자초한 '허위 증언 의혹' 수사지휘권 발동>에서 "수사 관계자들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검찰 수사에서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고치는 게 당연하다"며 "검찰은 자신을 향해 더 엄격한 태도를 보여야 다른 사건 처리에 대한 신뢰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기 바란다"고 제언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한명숙 위증교사' 재논의하라는 법무장관의 수사지휘>에서 "법무장관이 검찰 수사·감찰이 논란이 된 사건의 혐의·기소 유뮤를 직접 지휘하지 않고 대검 부장회의에서 공소시효 만료 전 재논의토록 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며 "검찰은 논란을 키웠던 수사 관행을 아프게 돌아보고 증거에 근거한 합리적 심의로 공정한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한명숙 사건 지휘권 발동, 법·검 갈등 새 불씨 안 되게>에서 "검찰의 수사 중립성 확보를 위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는 절제해서 행사해야 마땅하다"면서 "하지만 이처럼 주장이 엇갈리고 심지어 검찰 내부에서조차 무혐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작업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말 문제 될 게 없다면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합당하다"며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신속하고 투명한 재조사로 논란을 매듭지어 법무부·검찰 갈등의 새로운 불씨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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