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3 준결승에서 투개월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번에도 역시나 여성 보컬이 결승에 오르지 못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결승을 맞이하게 됐다. 한편 MC 김성주가 발표한 것에 따르면 준결승의 문자투표수는 무려 1백만 건이 넘었다. 슈스케3가 케이블을 통해 방송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흥행성과를 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화려한 흥행을 이끈 것은 악마의 편집과 그룹에게 기회를 준 파격 두 가지 요소가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원조의 힘도 무시 못할 저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누가 떨어져도 아쉽겠지만 심사위원 점수마저 3위로 처진 투개월의 좌절은 더 특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분명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국민 문자투표는 여성 참가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렇지만 생방송이 거듭되면서 투개월은 스스로 한계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그 징크스를 탓하기는 어렵다. 김예림이 유니크한 창법과 외모의 발전 단계로 꾸준히 대중의 관심을 끌어온 것에 반해 생방송에서 진가를 드러냈어야 할 도대윤이 끝내 자신의 에너지를 다 끌어내지 못한 것이 부진의 큰 원인으로 꼽는 분위기다.

여러 가지 면에서 투개월의 탈락은 당연해보였다. 울랄라세션과 버스커버스커가 생방송 무대를 거듭할수록 예선에서 보여주지 못한 진정한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거기다가 휴먼스토리까지 더해져서 이들의 인기는 눈덩이 불어나듯 커져만 갔다. 반면 투개월은 톱3까지가 분명 한계였다. 버스커버스커의 밴드 파워를 따라가기에는 김예림과 도대윤의 보컬 하모니는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그런가하면 보컬과 퍼포먼스 양쪽에 강력한 장점을 갖고 있는 울랄라세션의 힘을 당해낼 정도로 뛰어난 음악적 해석을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이승철이 ‘인어목소리다, 사람을 유혹하는 소리다’ 등의 극찬을 했지만 투개월은 기대만큼의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것을 도대윤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마지막 무대까지도 심사위원들은 도대윤의 포지션을 안타까워했다. 이승철은 “도대윤 군이 메인보컬과 백킹보컬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걸 구분하지 못하니까 예림씨가 노래 부를 때 코러스를 해줘야 되는데 위치 선정이 안 되는 거다”며 안타까워했다.

문제는 도대윤이다. 이승철 뿐만 아니라 윤종신도 김예림의 음색에 대해서는 호감을 보였지만 도대윤에 대해서는 차라리 언급하기를 피했다. 오히려 이승철처럼 대놓고 문제를 지적한 것보다 더 심한 혹평일 수도 있다. 정말 도대윤은 자기 몫을 다하지 못한 것일까? 그것을 말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급히 투개월을 만들어서 뉴욕 지역 예선에 나온 때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도대윤이 특정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보컬에 가세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투개월은 김예림 노래, 도대윤 기타의 형식이다. 윤종신은 투개월에 대한 마지막 심사평에서 "제일 경이로웠던 순간은 뉴욕에서 처음 봤을 때"라고 했다.

그토록 경이롭던 그룹을 평이하게 만든 것은 투개월 자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예선과 슈퍼위크를 거쳐오면서 심사위원들은 투개월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일반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듀엣이니까 당연히 도대윤의 지분이 50%라는 단순한 생각을 해버린 것이다. 미국 예선을 본다면 투개월의 지분은 거의 80대 20으로 김예림이 노래의 대부분을 소화했다. 그것이 투개월 스스로가 설정한 역할인데, 아무리 급조된 그룹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정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이유를 무시한 일방적이고 일반적인 시각으로 도대윤에게 왜 제 몫을 하지 못하냐고 윽박지른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탈락 발표 후 울먹이면서 밝힌 소감에서 김예림은 “무작정 저를 따라 한국까지 와준 대윤이에게 고맙다”고 했다. 비록 그룹이지만 투개월은 도대윤이 김예림을 도와주려고 만든 것이라는 행간을 읽을 수 있다. 분명 투개월은 김예림의 보컬이 장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심사위원들 혹은 슈스케 편곡자들은 둘 모두에게 기계적 밸런스를 요구한 것이다. 그 결과가 아주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슈퍼세이브를 받을 정도로 좋았던 것도 아니다.

물론 어떤 조건이라 할지라도 상금 5억원의 오디션에서 우승을 하려면 잘해내야 그 자격이 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한 것은 분명 투개월에게 무엇인가가 부족했다는 점을 수긍해야 한다. 그렇지만 투개월의 탈락을 두고 도대윤에게 그 책임을 지우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투개월의 탈락은 참가자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몰개성한 슈스케 프로듀싱의 실패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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