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주요 보수·경제 언론은 다시 '보유세 폭탄론'을 들고 나섰다. 정부가 집값을 올려놓고 보유세를 대폭 걷어들이는 건 '세금 아닌 벌금'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간 공시가격은 시세에 비해 현저히 낮아 조세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6억원 이하 1주택자 재산세 부담은 오히려 줄어든다. 6억원 이하 1주택자 비율은 전체 공동주택의 92.1%다.

국토교통부는 15일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공개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전년대비 1.2%p 오른 70.2% 수준이었지만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9.08%가 올랐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인해 공시가격이 크게 상승했다는 얘기다. 지역별 전년대비 공시가격 변동률은 세종시(70.68%↑), 경기(23.96%↑), 대전(20.57%↑), 서울(19.91%↑), 부산(19.67%↑) 등이다. 서울의 경우 노원구(34.66%↑), 성북구(28.01%↑), 동대문구(26.81%↑), 도봉구(26.19%), 강남구(13.96%↑), 서초구(13.53%↑), 송파구(19.22%↑) 등이 주요 공시가격 상승 지역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일부 주택보유자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게 된다. 집값·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해 종부세 대상이 되는 가구(9억원 초과) 수는 지난해 2.2%(30만 9164호)에서 올해 3.7%(52만 4620호)로 증가했다. 6억원 이하 주택 비중은 지난해 95.1%(1315만호)에서 92.1%(1309만호)로 줄었다.

이를 두고 주요 보수·경제지는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켜놓고 '세금 폭탄'을 때리는 것이라고 열을 올렸다. 16일자 주요 보수·경제지 사설 제목은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 <정부가 집값 올려놓고 국민에 세금 폭탄, ‘부동산 0점’도 후하다>
중앙일보 <부동산 정책 실패 탓에 국민 허리만 휜다>
동아일보 <공시가 19% 인상, 정부가 올린 집값에 세금폭탄 맞는 국민>
세계일보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역대급 보유세 폭탄이라니>
서울경제 <부동산 정책 실패가 빚은 징벌적 보유세 폭탄>
한국경제 <더 커진 '보유세 폭탄'…1주택자 경감대책 언제 세울 건가>
매일경제 <중산층까지 덮친 종부세 쓰나미, 집 가진 게 죄인가>

하지만 6억원 이하 1주택자 비율은 전체 공동주택의 92.1%이다.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6억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 부담은 줄어든다. 올해부터 6억원 이하 주택자를 대상으로 0.05%p 세율인하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6억원 이하 1주택자 재산세는 22.2~50% 인하된다. 공시가격 상승효과는 세금 부담 '상한률'을 정해 두었기 때문에 재산세에 모두 반영되지 않는다. 공시가격 3억원 이하는 5%, 3~6억원은 10%, 6억원 초과는 30%로 세 부담 증가율이 제한된다. 공시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주택자 재산세 부담이 줄어드는 이유다.

보수·경제지가 지난해 말 대대적인 '세금 폭탄' 프레임을 들고 나왔던 종부세의 경우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종부세는 주택 공시가격 합산이 6억원을 초과하거나, 1주택자의 경우 9억원을 초과할 때 부과된다. 1주택자의 경우에는 이미 종부세를 깎아주고 있다. 장기보유 공제, 고령자 공제 등을 통한 감면이다. 만 60세 이상이거나 한 집에 5년 이상 거주 시에 70%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를 적용해왔고, 올해부터는 80%로 세약공제 상한이 확대된다. 또 1주택을 부부 공동명의로 소유한 경우에도 1세대 1주택자 신청을 할 수 있게 돼 고령자·장기보유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조선일보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의 재산세를 1만~10만원 깎아준다고 생색을 냈다. 국민을 ’92대 8′로 이간질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세형평성이라는 공시가격 현실화의 명분과 집값 상승, 재산세·보유세 세액감면 등을 따져보았을 때 이들 보수언론은 사실상 상위 '3.7%'의 이익 대변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추가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공시가격은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60여개 각종 부담금의 산정 기준이 된다"며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시기인만큼 서민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적 노력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장기 보유 공제를 늘렸다고 해도 소득이 없는 고령자에 대한 과도한 세금은 살던 동네에서 떠나라고 강제하는 것과 다름없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게 된 이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며 "정책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국정 운영에 뒤탈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공시가격 현실화와 보유세 강화는 부동산 시장 안정의 효과적 수단이기 때문에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겠지만 가계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해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1주택 실거주자·장기 보유자의 세 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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