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라디오스타'는 무한도전의 박명수, 하하, 정형돈이 출연해 깨알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박명수가 오랜만에 빵빵 터뜨리는 걸 보면서 '라스'의 무한도전 특집이 아니라 마치 무한도전의 라스특집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여기서 우문이지만 박명수가 길이 '무한도전'에서 빠질 거라고 얘기했는데요, 이 말은 진심일까요, 실언일까요? 물론 농담으로 한 말입니다. 안 그래도 길은 예능감이 전혀 살아나지 않아 최근 다시 하차 압력을 받고 있는 마당에 농담이지만 왜 박명수가 길의 하차 문제를 언급했을까요?

박명수는 최근 무한도전에서 길에게 독설 아닌 독설을 자주 퍼부었습니다. '무한상사' 특집에서 박명수는 길이 무한도전에서 빠지라는 댓글을 보고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말을 듣고 '그랬구나, 이참에 빠지거라'는 말을 했죠. 박명수가 진짜로 길이 나가줬으면 하고 이 말을 했을 거라고 믿는 시청자는 별로 없습니다. 3년째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욕만 먹고 있는 길은 농담이지만 박명수 말에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길이 충격을 받을 걸 알면서도 박명수가 하차 문제를 언급한 건 길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을 대신해서 개그로 얘기해준 것이라고 보는데요, 한편으론 길에 대한 충격 요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냥 감싸주는 것보다 길의 예능감을 찾아주기 위한 무한도전만의 정면돌파 방식이 아닐까요.

'소지섭 리턴즈' 특집에서 제작진은 길이 얼마나 못 웃기면 '신이 주신 무재미'란 자막까지 넣었습니다. 이때 박명수는 '길, 드럽게 못 웃기네'라며 웃음을 주었지만, 그 웃음 속에는 길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즉, 박명수는 겉으론 길의 하차를 얘기하지만, 속마음은 길의 하차가 아니라 빨리 예능감을 찾아 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같이 한솥밥을 먹는 동료인데, 예능감이 없다고 방송에서 대놓고 '길, 드럽게 재미없으니까 하차해'라고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요즘 길은 뭘 해도 자신감이 없어 보여요. 예능 고정 멤버로 출연한 이상 머리를 쓰며 때로는 과감하게 애드리브로 치고 나와야 하는데, 이걸 못하고 있습니다. 자기에게 카메라 원샷이 들어와도 어정쩡한 자세로 냉기만 흐르게 하다 보니 시청자들이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거 아니겠어요? 이런 길에게 박명수는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마음으로 트위터에 '태생적으로 못 웃기는 애'라며 독설까지 퍼부었고, 김태호PD도 '길은 태생적으로 재미없는 친구'라며 맞장구를 치며 계속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명수나 제작진은 길이 정말 '드럽게 재미없는 놈'이 되길 바라진 않겠지요. 길이 태생적으로 못 웃기는 놈이라 해도 무한도전 고정멤버기 때문에, 같이 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박명수가 길에게 끊임없이 애정을 보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안 그래도 길은 무한도전에 들어올 때부터 '하차하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 주눅이 들어있는데, 박명수까지 '빠지라'고 하면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길은 '여드름 브레이크', '춘향전' 특집에서 나름대로 예능감을 보이며 좋은 활약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너무 못한다고 자꾸 비판을 받다보니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런 마당에 멤버들마저 '드럽게 재미없는 놈', '이참에 빠지라'고 한 것은 그 진의가 길의 예능감을 살리기 위한 애정어린 말이라는 겁니다.

지난주 '짝궁' 특집에서 길은 금강불괴와 칼로리 높은 죽음의 식단으로 또 한 번 무리수를 뒀지요. 아파도 아픈 척 하지 않고, 라면에 마요네즈를 잔뜩 넣어 먹으며 멤버들을 경악하게 했는데요, 얼마나 예능감이 살아나지 않으면 저렇게 할까 안쓰러운 생각도 들더라구요. 길이 정말 평상시 죽음의 식단처럼 식사하진 않겠죠. 길은 나름대로 열심히 하지만, 그 노력이 빵 터지는 재미로 나타나지 않을 뿐입니다.

길을 빼라는 수많은 시청자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길을 안고 가는 김태호PD도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PD라면 아마도 벌써 하차시키고도 남았을 거에요. 원래 길은 처음 무한도전에 들어올 때부터 하차 압력에 시달렸는데, 그래도 3년간 꿋꿋하게 길을 하차시키지 않은 제작진의 의리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길이 빨리 예능감을 찾고 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게 무도팬의 바람일 거에요.

정형돈도 처음에는 예능감이 너무 살아나지 않아 아예 못 웃기는 거 자체가 캐릭터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하하도 공익근무를 마치고 복귀했을 때 예능감을 찾지 못하고 어리둥절할 때도 있었구요. 그래도 멤버들이 격려해주고 제작진이 끝까지 믿어준 덕분에 지금은 빵빵 터뜨리며 제 역할을 잘 하고 있습니다.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박명수가 '길, 빠져라' 하는 충격적(?) 개그까지 하면서 동료애를 보여주고 있고, 제작진도 길이 예능감을 찾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에 계속 안고 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길이 자진 하차하는 게 무한도전의 발전이란 비난보다 오히려 격려하며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잘 키운 아줌마 열 처녀 안 부럽다. 주부가 바라보는 방송 연예 이야기는 섬세하면서도 깐깐하다.
블로그 http://fiancee.tistory.com 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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