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정희] 마크 맨스의 책 <신경 끄기의 기술>에는 재밌는 구절이 나온다.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저자에게 많은 사람들이 괴로움 없이 살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메일을 보낸다는 것이다. 저자는 단언한다. 세상에 괴로움이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삶에서 비롯되는 괴로움을 느끼지 않는 건 '사이코패스'나 가능한 것이라고. 왜 사이코패스가 되고 싶어하느냐고.

반사회적 행동과 공감 및 죄책감의 결여, 충동성, 자기중심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사이코패스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흥미로운 소재로 자리잡았다. 3월 3일 첫선을 보인 tvN <마우스> 역시 사이코패스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마우스>는 사이코패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프레데터'라는 존재를 드라마적 캐릭터로 삼는다. 사회가 진화하면서 발생한 사이코패스, 그중 상위 1%의 존재들이다. 사자가 토끼를 사냥하듯 인간을 먹잇감으로 여기는 사이코패스 중의 사이코패스, ‘19금’답게 설정부터 강렬하다.

1995년의 살인마

tvN 새 수목드라마 <마우스>

이야기의 시작을 위해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람을 죽이고 머리를 잘라가는 엽기적인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정부와 경찰은 어떻게든 범인을 잡으려고 하지만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영리한 수법에 속수무책이다.

드라마는 눈이 마구 쏟아지는 추운 겨울밤, 두 아이와 함께 캠핑을 떠난 한 가족으로 향한다. 이런 장르의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라면 공히 예감할 터이지만, 이 가족은 사이코패스로 인한 오랜 악연의 ‘시작’이 된다.

행복했던 가족의 캠핑은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나게 된 '헤드헌터' 한서준으로 인해 산산조각나 버린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의 사냥에 타깃이 되고 형은 생사의 고비에 놓인다.

한서준은 가족 사냥을 마치고 유유히 집으로 돌아와 자신이 사냥한 엄마의 머리를 눈사람 속에 숨겼지만, 그의 얼굴을 본 가족의 둘째 고무치로 인해 경찰이 들이닥치고 결국은 아내가 찍은 사진으로 인해 감옥행이 되었다.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tvN 새 수목드라마 <마우스>

그렇게 1995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 하지만 살인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2회, 가족의 둘째 고무치가 형사가 된 현재, 다시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불에 태워죽이는 등 잔인한 수법, 십자가를 조롱하는 손가락 표식, 그리고 훈장처럼 가져간 살인의 전리품들. 고무치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범행으로 추정한다.

과연 새로이 시작된 이 연쇄살인의 범인은 누구일까? 여기서 다시 1회로 넘어가 한 소년이 나온다. 한서준의 아들, 그는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가진 아이로 '낙인'찍힌다. 한서준의 절친이자, 그에게 동생을 잃은 영국의 박사 대니얼 리에 의해서다.

이미 유치원 시절 길에서 잡은 쥐를 견학 간 동물원의 뱀에게 넣어주고, 그걸 잡아먹는 과정을 보며 미소 짓던 아이는 결국 자신을 학대하던 양부와 가족들을 죽였다.

'신은 나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나는 결국 살인마가 되었다.'

사이코패스는 누구일까?

tvN 새 수목드라마 <마우스>

<마우스>는 과연 그 아이가 극중 누구일 것인가로 초점이 모여진다. 현재에 다시 벌어진 연쇄살인의 첫 번째 대상이 살해당한 누나가 사가지고 가던 글러브의 주인공 송수호이기 때문에 더욱 연관성이 짙어진다.

자신의 아들이 죽은 줄 알았던 한서준이 비밀리에 아들 찾기에 나서고 2회 마지막, 한눈에 보기에도 사이코패스 같아 보이는 성요한(권화운 분)과 마주한다.

하지만 현재로 시점이 옮겨진 2회를 보는 내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건 바른생활 청년 정바름 순경(이승기 분)이다. 고양이 사체만 봐도 토하는 약한 심성의 소유자, 새 한 마리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선의의 아이콘. 그런데 어쩐지 그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발생한다.

정바름의 친구이자 신입 교도관은 바름이 연기하던 마술상자 속에서 손가락이 잘린 채 린치당한 상태로 발견된다. 그리고 병원에서 마주한 바름과 성요한 두 사람의 눈빛이 심상찮다.

시청자들이 이 심상찮은 '트릭'에 빠져드는 건 사이코패스로 판정받은 아이가 한 명 더 있기 때문이다. 한서준의 아이가 검사를 받으러 간 연구소에서 또 한 명의 엄마가 같은 판정을 받았다.

tvN 새 수목드라마 <마우스>

그리고 드라마적 트릭은 한 가지가 더 있다. 대니얼의 사이코패스 판정은 99%의 성공률을 보인다. 나머지 1%. 그 1% 때문에 그의 판정법은 '법'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바로 1%의 아이는 '천재'일 수도 있다고 한다. 즉, 사이코패스로 판정을 받아도 '천재'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이코패스이지만 무조건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본성이 깨어나는 '계기'가 있다고 드라마는 설정한다.

과연 성요한은 보이는 그대로 사이코패스일까?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은 천재는 아닐까? 그렇다면 또 한 명의 사이코패스는 누구일까? 그러기에 비슷한 연배의, 외려 정반대의 캐릭터로 등장한 이름부터 '바름'인 정바름 순경이 궁금하다. 과연 주인공인 이 청년은 보이는 대로 '착한' 사람일까, 아니면 고도의 위장 전술일까? 그도 아니면 아직 깨어나지 않은 사이코패스일까?

<신의 선물-14일>을 쓴 최란 작가가 오랜만에 선보인 <마우스>는 1995년에 이어 현재에 이르는, 대를 이은 ‘사이코패스 가계도 찾기’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거기에 더해 한서준을 찾아 공공연히 그를 죽이겠다고 공포하는 고무치 형사와, 위기 상황에서 한서준을 알아보고 공포에 떨지만 기꺼이 그의 의술을 활용하는, 장애를 가진 고무치의 형 고무원(김영재 분)의 다른 선택이 극의 주된 갈등이 될 것이다. 또한 오랜 트라우마를 가진 오봉이(박주현 분)와 진실을 찾아가는 최홍주(경수진 분)의 역할이 사건 증폭의 '트리거'가 될 듯하다.

몇 명이나 죽여야 진실에 도달할까?

tvN 새 수목드라마 <마우스>

2회에 걸쳐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포진시킨 사이코패스 부자와 그들의 원한관계는 흥미롭다. 그런데 19금 드라마답게 드라마의 시작부터 줄곧 '희생'되는 사이코패스 제물들의 향연이 벌어진다.

2회 자신이 운영하는 권투 도장에서 죽여달라 애원할 정도로 잔인하게 살해된 송수호는 1회 초반 살해당한 송수정의 동생이다. 이들 남매는 1, 2회에 걸쳐 살인마의 제물로 사라진다.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가 극의 중심인 수사물의 경우 잔인한 살해 방식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그래도 한 회차에 한 번 정도의 살인을 다룬다. 하지만 <마우스>는 19금을 표방하고, 한서준과 그 아들의 사이코패스를 넘어선 '프레데터'로서의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 한 회차에 몇 명씩을 죽여나간다. 그러다 보니 과연 몇 명이 죽어야 범인이 밝혀질까란 생각에 이르게 된다.

분명 극이 전면에 내세운 '진범찾기'는 궁금하다. 하지만 이제 겨우 2회, 시청자들은 이미 너무 많은 살인에 지쳐버린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극이 사이코패스에 집중할수록 너무 많은 사람들이 먹잇감으로 소모된다. 주객이 전도되고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랄까? 과연 이러한 사이코패스 찾기의 '함정'을 넘어서서 <마우스>가 선의의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까? 최란 작가의 전작 <신의 선물-14일> 역시 아동 유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며 아슬아슬한 경계를 오갔던 바 있다. <마우스> 역시 마찬가지다. 아슬아슬한 경계가 그저 흥미를 위한 도구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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