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말은 MBC뉴스에서 엄기영 앵커가 자주 하던 말이었다. 그러나 이는 무한도전에 대한 잦은 징계 소식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이기도 하다. 이제는 가슴 안쪽에서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다.

얼마 전 김태호PD가 무척이나 힘들다는 소식이 들려온 적이 있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힘들다'고 했다. 하하의 트윗으로부터 알려졌지만, 당시 김태호PD의 심정은 말이 아녔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하는 자신의 트위터에 "뭐하고 있는 겁니까? 파이팅 안 하고! 요즘 다들 힘든 글뿐이네요. 난 콘셉트였는데. 나부터 파이팅해주겠어요! 간만에 스파르타!'라는 글을 올린다.

이에 김태호PD가 "하하야 나에게도 힘을 줘라. 머리부터 발가락까지 너무 힘들다"라고 토로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하하는 이런 김태호PD에게 무한도전 멤버들뿐만 아니라, <조정특집>의 김지호 코치, 개리, 데프콘, 정진운이 함께했던 단체 사진을 트윗하며 "힘"이라 글로 파이팅을 외친다.

네티즌들은 다시 한 번 힘든 이유가 '방통심의위' 때문에는 아닌가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간 수없이 당해온 지나친 직간접적인 징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또 다시 네티즌으로 하여금 분노하게 할 소식이 들려왔다. <무한도전>이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로부터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지난 <무한도전 스피드특집> 당시 폭파 장면 등의 위험성을 문제 삼아 징계 방침을 밝히는 자리에, 사화경CP와 김태호PD를 방통심의위 소의원회에 출석, 의견 진술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무한도전에 방송된 폭파 장면을 지적하면서 청소년들이 모방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징계할 방침이라는 내용이다.

정말 개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말대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 여기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그저 허탈함만 느끼게 된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징계 방침이며, 이미 지난 징계의 수위는 경고 조치로 끝난 적이 있다. 경고조치도 사안이 가벼운 조치는 아니기에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가슴이 답답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징계에서 방송언어 품위 유지 등을 문제 삼았던 전례가 있다. 이에 <무한도전>은 이후 방송에서 배현진 아나운서를 특강에 초청해 바르고 고운 말을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멍청이', '에라이', '왜 뻥쳐, 뻥쟁이들아'라고 소리 지르는 장면 등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방통심의위'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무한도전>에 징계 방침을 세웠다. 이는 어쩌면 보복성 징계로 보인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무도(무한도전)'에 징계하고 난 이후에 자신들을 향해 조롱하는 듯한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니 그 화를 그대로 다시 쏟아낸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징계에 대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전병헌 민주당 의원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전병헌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만 방송통신위원장을 상대로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유행어에 대한 질문을 통해서 망신을 준 것이다.

전병헌 의원은 박만 방통심의위 위원장에게 "위원장은 '슈스케'나 '위탄'이라는 말은 아느냐"라고 물었고, 박만 위원장은 "모른다"고 답을 했다. 그렇다면 '까도남'이나 '엄친아', '솔까말', '장미족' 등의 의미는 아느냐? 라는 질문에 박만 위원장은 답을 내지 못했다. 이어 "'꼰대'의 의미를 아느냐"라고 물었는데, 이번에는 박만 위원장이 아는 모습을 보이자, 전 의원은 MBC <무한도전>에 법정 제재 결정을 한 것은 '꼰대'나 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런 현실에 대해 독설을 아끼지 않았다. "꼰대가 넘쳐나는 사회에 상상력과 창의성이 온전할 수 있겠나",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되지 말아야 할 것은 꼰대다"라는 말로 일장 연설을 한다. 이 말은 '나꼼수'PD의 말과 송창의 tvN본부장의 말이기도 했다. 그러자 박만 위원장은 할 말이 없었던지 그 이유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상표가 지나치게 노출이 돼 제재했다는 엉뚱한 변명으로 넘어가려 했다.

이번에는 차량 폭발 장면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징계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 말을 듣는 대중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도대체 이 시대는 어떤 시대로 회귀하고 있을까? 현재 방통심의위원회가 하는 일이란 대체 어느 기준으로 운영이 되는지 의문만 생길 뿐이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방통심의위'를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들은 <무한도전>이 예능프로그램이 아닌 다큐멘터리가 되기를 원하는 것 같다. 품위유지를 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좀 생각해 보자. 다큐멘터리에서 차량이 폭발하는 실제 이야기들을 구성할 때 지금까지 제재를 했는지 말이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은 픽션이 개입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뉴스가 팩트를 전해주는 성격이라면 예능은 얼마든지 상상가능한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표현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 주업무라면, 방통심의위가 과연 필요한 기구일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에 대한 자유를 빼앗길 이유가 없다. 이제는 쓸 데 없는 데에 권력을 휘두르는 효율성 없는 기구를 폐기처분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 대중은 21세기를 살아가는데 '방통심의위'는 19세기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 문제이며, 권력을 아무 데나 안겨주며 생긴 완장의 피해일 수밖에 없다.

생활에 가장 가까이 있는 대중문화. 그 곳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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