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첫 회부터 시선을 확 잡아끄는 영상미와 스토리로 제 2의 추노를 연상케 했고, 송중기와 장혁의 연기력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멋졌다. 소설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스토리라인도 튼튼하다. 경쟁 드라마 영광의 재인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뿌리깊은 나무의 분위기를 보아서는 30%도 넘길 기세이다. MBC의 지고는 못살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2회 연장까지 한데다가 후속은 이지아가 나오는 나는 꽃이다. 서태지와 정우성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는데 벌써 컴백하다니 놀라울 따름이지만, 이지아의 연기력으로 보았을 때 지고는 못살아보다 더 관심을 받지 못할 것 같다. 11월이 시작되면 뿌리깊은 나무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5회에서는 신세경이 나왔다. 소이역으로 이도를 도와 한글 창제를 돕는 궁녀로 나온다. 실어증에 걸려서 말을 못하는 캐릭터인데, 신세경으로서는 안전하게 묻어갈 수 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 그래도 이번에 첫 출연이고 주인공인데 너무 존재감이 없었다. 오히려 이번 회에서 가장 존재감을 나타낸 캐릭터는 이방지이다. 짧게 나왔는데 너무 인상이 깊었다. 마치 영화 타짜에서의 아귀처럼 말이다.

이방지는 강채윤의 스승으로 조선 제일검이라 불리는 무휼을 꺾은 최강 무사이다. 이방지역으로 나온 배우는 바로 우현이다.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도 나왔고, 태왕사신기에서도 나왔고, 다양한 영화에서 조연으로 나온 우현은 보통 경비원이나 도둑, 포장마차 주인 등 감초 같은 역할로 많이 나왔었는데 이번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조선 최강 무사로 나온 것이다. 그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그의 말투에서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가늘고 약간 쉰 목소리를 내지만 무공은 최강인 이방지.

뿌리깊은 나무는 기존 선입견이 있는 캐릭터를 역발상하여 의도적으로 재구성하는 것 같다. 해학적인 면도 있고, 새로운 시각으로 캐릭터에 더 주목하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은데 이도의 캐릭터 역시 왕이라는 근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선입견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다. 아버지인 이방원이 많은 사람들을 숙청하는 것을 보면서 살얼음 인생을 살았을 이도의 심리를 적용하여 약간은 강박관념에 쌓여 있는 것 같지만 속에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다혈질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백성을 사랑한 왕, 세종의 모습을 인분을 직접 뿌리고, 지랄, 우라질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왕의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는 궁녀를 두고 농담 따먹기까지 즐겨한다. 그런 면에서 이도의 캐릭터에 더 생명력을 넣어주는 것 같다.

이방지의 모습도 만약 무사 백동수처럼 최민수나 전광렬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를 선정했다면 오히려 밋밋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현을 넣어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게 되었다. 전혀 카리스마가 없을 것 같은, 오히려 얼굴만 봐도 웃길 것 같고, 약할 것 같은 인물을 조선 최강의 무사로 출연시키다니 뿌리깊은 나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방지는 출연을 별로 안하지만 그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방지는 이도의 호위무사인 무휼과는 같은 스승 아래서 배운 제자이자 무휼의 사형이고, 무휼의 라이벌이기도 하다. 또한 이방지는 강채윤의 스승이기도 하고 정기준의 비밀조직인 밀본의 윤평의 스승이기도 하다. 윤평은 정도광의 호위무사였던 윤서진의 아들인데,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대를 이어 정기준의 호위무사를 하게 된다. 이도와 라이벌인 정기준, 그리고 같은 스승을 둔 강채윤과 윤평의 대립구도는 뿌리깊은 나무의 전체 대립구도인 조선 왕실과 지하조직인 밀본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방지는 이 둘을 아우르는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가지게 되는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이번 회에서 이방지 다음으로 미친 존재감을 나타낸 사람은 바로 가리온. 섬뜩한 악역으로 주로 나오는 윤제문이 반촌의 백정이자 최고 검안 담당인 가리온으로 나왔다. 잠깐의 출연이었지만 강한 존재감을 나타내었다. 앞으로 강채윤과 함께 수사팀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될 예정이기도 하다.

아직 윤평도 나와지 않았고 정기준은 부채만 나왔다. 그 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남아있기에 뿌리깊은 나무가 더욱 기대된다. 한석규의 안정적인 연기력과 장혁의 신들린 듯한 연기와 액션, 그리고 미친 존재감을 나타내는 연기파 배우들, 탄탄한 뿌리 같은 스토리와 영상미와 색채미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칠 것이 없는 뿌리깊은 나무가 점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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