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축구장의 난투극 흔하다 할 수는 없지만, 유럽이나 남미에서 한번씩 펼쳐지는 모습이기도 하죠.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참 드문 일이고 낯선 장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만. 하지만. 거기에 관중난입과 선수가 관중을 폭행하는 장면까지 이어진다면, 이는 정말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그 장면이 발생한 상황을 돌이켜볼 때, 선수들과 우리 축구에 대한 비난을 일방적으로 가할 수 없는 부분도 많습니다. 싸움이야 양자의 흥분과 잘못에 의해 발생한다고 하지만.. 그렇기에 관중난입이나 폭행, 난투극을 옹호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해 출전한 K리그의 수원과, 빅버드를 비난할 수 없겠다는 생각, 오히려 AFC챔피언스 리그를 통해 만나는 팀들의 수준과 그 대회 자체의 수준을 다시금 생각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는 겁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부상선수를 위해 볼 아웃을 시킨 수원, 하지만 상대팀 알사드는 스로인 후 공격을 전개했습니다. 볼을 잡은 니앙은 단독 찬스를 만들었고, 공격권이 넘어올 것이라 기대했던 수원 선수들은 수비 태세를 취하지 않았죠.정성룡도 골문을 비우고 나온 상태였기에, 알사드의 득점 과정이 페어플레이의 관점에선 문제가 많았다는 거.

이 상황에서 수원 선수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수원팬 한명이 그라운드에 난입했고, 알사드 선수들이 수원팬의 머리를 때렸습니다. 결국은 양팀 선수들이 이 사태를 촉매로 맞붙었고, 2명의 선수가 그 자리에서 퇴장을 당했습니다. 고종수 코치도 퇴장을 당했죠. 결국 경기는 엉망이 된 가운데 0-2, 수원의 패배로 끝났다는 겁니다.

상황에 대한 이야기에 이미 많이 언급된 상황.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차라리 AFC챔피언스 리그를 거부하고 싶다는 거! 매년 이 대회를 위해 우리 K리그는 일정을 바꾸고, 팀들의 컨디션 관리를 힘들게 해왔습니다.어디 이뿐인가요? 중동원정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들과 중동팀들의 침대축구 앞에서 분통을 터뜨려야 하는 경우도 허다했죠.

AFC챔스리그 결선 라운드에 꾸준하게 진출하는 강팀이 많은 리그지만, K리그는 늘 이런저런 요구사항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승강제를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도입하는 배경에도 AFC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죠.

승강제 도입이 늦어질 경우, AFC챔스리그에서 K리그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늘 이야기해온 AFC, 콧대가 높습니다. 물론, 우리 스스로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 승강제를 고민하고, 도입할 시점이기도 합니다만. 2013년이라는 특정 시점이 언급된 건 우리 의지가 아니라는 거!

수원에서의 난투극이 모두 AFC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이와 같은 상황이 조성되고, 이런 축구 수준에 차이와 문화 이해의 다름이 있는, 그래서 서로에게 감정이 상할 수 있는, 축구를 통한 갈등소지가 있는 상황을 만든 AFC챔스리그에 바탕은 다시 한번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AFC챔스리그에 대한 지지와 옹호, 이 대회가 우리 K리그까지 살릴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강조하곤 했습니다. 그만큼 이 대회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을 크게 봤다는 거죠.

하지만. 그 사이마다 K리그가 겪어야 할 유무형의 피해, 그리고 그 아쉬움들은 또 별도로 늘 존재했다는 거.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회 자체의 궁극적 발전과 내일을 지지해 왔습니다만... 지금 이 순간, AFC챔스리그의 운영과 상대팀들에 대한 실망, 그 실망이 커지며 느끼는 분노는 상당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런 분위기, 이런 시스템이라면... 차라리 AFC리그 자체를 거부하고 싶습니다. 우리 팀들을 위해서, 자칫 AFC챔스리그의 얼룩이 우리 K리그 얼굴까지 부끄럽게 하는 건 아닌지, 여러 생각이 드는 시점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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