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18일 유권자자유네트워크(준) 주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진행된 'SNS단속 이대로 괜찮은가?' 긴급토론회 ⓒ권순택

“언론사들이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기사들을 많이 쓴다. 그 기사들을 보면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것도 있지만 사실은 누가 보더라도 특정 후보를 비방하거나 떨어뜨릴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조작된 정보를 지속·반복적으로 제공하는 인터넷언론사들이 있다. 선관위는 이런 언론사들 단속을 하기는 하나”

18일 오후1시 유권자자유네트워크(준) 주최로 열린 “SNS단속 이대로 괜찮은가?” 긴급 토론회에서 나온 푸념이다. SNS 단속보다 시급한 건 보수매체들의 특정 후보자에 대한 비방이라는 얘기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선관위가 언론사보다 확실히 유권자 개인에게 더 가혹한 것 같다”며 “트위터 RT되는 것보다 신문사 사설 하나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현저히 강하다고 보는데, 선관위는 개인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더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의 자유 때문이라고 하지만 특정 후보에 대해 악의적 기사를 쓰고 있다. 이런 것들은 보장되고 개인적으로 서툴게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낱낱이 단속하는 건 심하다”면서 “선관위가 제재한 ‘박원숭’이라는 네티즌 게시글도 심하다 싶지만 특정 인터넷 언론사보다는 귀여울 정도”라고 강조했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아프리카 TV BJ ‘망치부인’ 역시 “언론사들은 자기들이 하고 싶은 거 다한다”며 “언론사 여론조사도 고작 700명에게 물어봐 놓고 발표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망치부인’은 “국회의원들 역시 국정 질의하는 자리에서 특정 후보자에 대해 비판하고 있지만 제재가 없지 않느냐”, “그럼에도 검찰과 선관위가 개개인의 일상적 의사소통 매개체인 SNS를 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장유식 변호사(유권자자유네트워크 법률자문단)는 “SNS 단속에 비춰볼 때, 일반 언론사들의 후보자 비방이 훨씬 더 심각하지만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라는 이유로 면죄부가 쉽게 내려지는 반면 유권자들만 못살게 구는 듯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비용통제만 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돼야”

이날 토론회 패널들은 ‘후보자에 대한 일방적인 비방이나 허위사실유포는 제재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을 항시적으로 보장해야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행 우리나라 선거법은 선거운동이전과 선거운동기간 그리고 선거일 등으로 구분해 엄격한 위반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SNS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선거 혹은 각 후보에 대한 ‘단순의견개진’ 및 ‘의사표현’은 괜찮지만 선거운동은 선거운동기간에만 가능하다. 그렇게 따지면 대통령 선거의 경우 22일,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13일밖에 안된다.

현재 시점인 18일은 10·26 재보궐 ‘선거운동기간’에 포함돼 SNS 등을 통한 유권자들의 선거운동이 자유롭게 허용된다. 그러나 내년 총선의 180일 조항(공직선거법 82조 ‘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에 걸려 있어 내년 총선에 대한 단순의견 개진이나 의사표현은 괜찮지만 선거운동은 금지돼 있는 상태다.

장유식 변호사는 “나경원-박원순 후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은 상관없다. 그런데 안철수, 박근혜, 문재인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면 안된다. 내년 총선에 나올 후보자에 대한 이야기도 안 되는 것”이라며 “네티즌들은 그게 불만”이라고 지적했다.

▲ 박주민 변호사ⓒ권순택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주민 변호사는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정치적 의사표현이라는 점에서 현행 공직선거법에서 제한할 필요가 없다. 설사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상 규제 체제는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유권자들의 선거운동인 경우, 선거공정 잣대를 들이댈 때에는 제한적 그리고 매체의 특성을 고려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의 경우, ‘개방성’, ‘상호작용성’, ‘이용비용 저렴성’, ‘탈중앙통제성’ 등의 특성에 따라 사상의 자유에 가장 근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제한할 때 더 신중해야한다”, “그 가운데 SNS의 경우는 의사표현주체들 간의 연동성과 관계성, 상호작용성 및 수용자의 선택성이 더 강화된 매체로 이에 대해 제한 할 때에는 더욱더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비용통제만 하고 있을 뿐 SNS를 이용한 정치운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도 사전선거운동과 비슷한 규제를 가지고 있지만 민주당 측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냈고 여당의 동의했다. 실제 2006년 이후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우리나라 중앙선관위 입장도 2003년부터 5차례 선거운동에 대한 제한을 없애야한다고 개정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안타깝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송봉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의정지원과장ⓒ권순택
이날 패널로 참석한 송봉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의정지원과장 역시 “선관위에서도 인터넷 상에서의 상시적인 선거운동을 보장해줬으면 좋겠다고 개정의견을 냈지만 아직까지 법 개정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선관위는 입법기관이 아닌 집행기구”라고 강조, “있는 법률 내용에 대해서는 집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송봉섭 과장은 “유권자들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은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고 인정, “다만 평상시에는 선거운동에 이르는 수준이 아닌 단순 의견개진은 다 풀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선거운동에 이르는 수준’과 관련, 송 과장은 “낙선 및 당선을 위한 목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행위”라며 “게시내용, 동기 및 목적, 시기 및 횟수 등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회통념에 비춰 합리적으로 (선거법 위반여부가)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 의견개진으로 ‘홍길동이 좋다’는 것은 단순 의사표시지만 한 발 더 나아가 ‘그 사람을 찍어야 한다’는 식으로 가면 선거운동으로 볼 개연성이 크다”고 구분했다.

‘선관위가 김밥 대접은 안되고 유부초밥은 된다고 하더라’라는 논란에 대해서도 송 과장은 “다과류 등 음식물을 제공할 수 있는 행사가 있다”며 “이에 따라 김밥 몇 개는 되지만 1~2줄은 식사대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애매모호한 규정 때문에 “선거법 위반으로 걸 수 있으면 다 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박주민 변호사는 “통상적 선거에 대한 의사표현이라는 게 이전보다 훨씬 더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규제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헌법이 보장한) 정치적 의사표현이 없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비용통제만 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선거법 개정 이전이라도 법원이나 선관위가 해당 선거법에 대해 전향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선거법은 지키려 노력해도 지킬 수가 없어”

▲ 트위터 선거법 입건 첫 사례 '도아'ⓒ권순택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트위터에서 자신의 팔로워에게 ‘경기도지사후보로 누가 적합한가’ 여론조사를 벌여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유예 판결을 받은 ‘도아’는 “선거법은 지키려 노력해도 지킬 수가 없다”고 항변했다.

“작년 선관위에서 트위터 글이 문제가 되니 삭제를 하라고 하더라. 그런데 지역에 일이 있어서 잠시 내려갔다 오는 사이에 경찰이 전화를 했다. 경찰이 제 전화번호를 알 수 있었던 이유는 트위터에 블로그 정보를 다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당하고 당당하게 글을 쓰는 사람은 제재하기 쉽다. 그런데 자기 아이디와 연락처 정도 등을 다 지운 상태에서 악의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그 사람은 못 잡는다. 글을 정당하게 쓰려는 사람만 단속할 수 있는 게 현행 트위터 단속이다”<‘도아’ 발언 중>

‘도아’는 “현행법은 ‘단순 의견개진은 괜찮은데 선거운동은 안된다’, ‘한번 이야기하면 괜찮은데 반복적으로 하면 문제가 된다’는 식”이라며 “우리나라 선거법에는 명확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니 지키려고 해도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새 기술에 대한 새로운 법제정을 통해 여기에 맞는 단속기준을 만들었다면 모르지만 20~30년 전에 만들어진 것에 신기술을 끼어 맞추려고 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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