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잉뿌잉'으로 새로운 재미를 주기 시작한 '하이킥3'가 허당 박하선의 광견병 소동으로 본격적인 웃음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시트콤 특유의 과장된 상황들은 곧 즐거움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이들의 변신은 점점 흥미로워지기만 합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백진희와 안내상이었습니다.

백진희와 안내상, 기성세대의 모순을 꼬집다

이종석의 애교 '뿌잉뿌잉'이 화제가 되더니 참하기만 하던 박하선의 광견병 연기는 모두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사극을 통해 조신하고 참한 여인상으로 각인되어온 박하선이 이렇게 완벽하게 망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개를 무척이나 무서워하면서도 불쌍한 개를 보고는 쉽게 발길을 옮기지 못하는 그녀는 착한 여성입니다. 그런 착한 성품 탓에 사기를 당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그런 마음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런 그녀가 해서는 안 되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스스로도 두렵고 힘겨운 일이었지만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는 개를 위해서라면 남의 집 담장을 넘을 정도로 무모하기도 한 그녀입니다. 굶주린 개에게 먹이를 주고 싶다는 일념 하에 담을 넘어 개에게 먹이를 주려던 하선은 개에게 물리는 참사를 겪게 되고 맙니다.

급하게 계상에게 가 치료를 받았지만 광견병에 걸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녀는 자신이 광견병에 걸렸다고 확신하기에 이릅니다. 감정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보이는 계상의 웃는 표정마저 싫을 정도로 하선은 광견병에 온 신경이 곤두서고 맙니다.

광견병이 확실하다면 100% 죽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패닉에 빠집니다. 그렇게 홀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며 신세 한탄을 하던 그녀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고상한 병도 아니고 "광견병이 뭐냐구요"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합니다.

숙취 증세를 광견병 발병으로 오해하고는 학교 출근도 하지 않는 등 극단적인 감정을 보이던 그녀는 숙취가 해소되고 마음껏 물을 마시며 광견병 허위 증상에서 벗어납니다. 단순한 성격은 시트콤에서 자주 보이는 캐릭터입니다. 그런 단순한 성격은 다양한 사건들을 만들어낼 수밖에는 없다는 점에서 선호 받는 이 성격을 잘 보여준 박하선의 변신은 이후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듯합니다.

광견병 박하선보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백진희와 안내상의 구도였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현재 살고 있는 집에 얹혀살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백진희는 아르바이트 하던 방송국에서도 잘리고 구직 활동에 열심이지만 좀처럼 자리가 나지 않아 괴로워합니다.

안내상은 자신의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빚쟁이들에게 쫓기며 처남 집에서 기거하고 있습니다. 빚쟁이들로 인해 바깥출입도 자유롭지 못한 그는 가족을 위해 범죄라도 저지르려고도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하고 그렇게 숨죽인 채 살아가는 가장입니다.

그런 그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맥주를 마시는 장면은 청년실업의 당사자와 IMF 이후 급격하게 나빠진 경제 상황을 대변해주는 기성세대의 만남으로 흥미로웠습니다. 책에서나 나올 법한 덕담을 전해주며 환한 미소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안내상은 백진희에게 큰 힘으로 다가왔습니다.

문제는 그 관계가 얼마나 형식적이며 피상적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이지요. 하선 집에서 있었던 제주 흑돼지 파티를 끝내고 재미로 시작한 손뼉치기에 계상이 내건 10만 원 짜리 상품권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취직도 하지 못해 힘겨운 진희에게 그 상품권은 절대적이었습니다. 다른 이들 역시 그런 진희의 어려움을 알고 있기에 져주며 쉽게 상품권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의외의 복병은 내상이었습니다. 웃는 얼굴로 그저 진희와 한 번 손뼉치기를 해보고 싶다는 말로 게임에 슬쩍 끼어들더니 죽고살기로 덤벼 이기고 맙니다.

이런 내상의 모습을 보면서 황당해하는 이들 앞에서 속보이는 변명을 늘어놓은 내상은 마지막 대결이라며 한 번 더 게임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10만 원 권 상품권에 눈이 먼 내상은 전날 맥주를 마시며 나누던 그 모든 이야기들이 허튼 소리였음을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나이 들어 보니 돈을 쫓는 일이 얼마나 허망한지 알게 되었다며 차를 타고 가는 이와 걸어서 가는 이의 차이를 들먹이며, 현재의 이런 삶도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물욕에 빠진 이들과 다른 조금은 편안하게 세상을 사는 것도 지혜라고 이야기하던 내상은 현실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전날 넘어져 손목을 다친 진희의 아픈 팔을 집중 공격하는 내상의 모습은 이미 돈에 눈이 먼 기성세대의 탐욕스러움 그 자체일 뿐이었습니다. 모든 이들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상품권을 획득하고 자기 논리를 내세우며 흥겨워하는 내상의 모습은 그 자체로 우리 시대 기성세대를 함축해 보여주는 듯 씁쓸했어요.

더욱 가관은 이런 일을 벌였음에도 진희에게 가을 하늘이 좋다며 하늘을 가리키는 내상의 뻔뻔함입니다. 그런 내상을 보며 진희가 속으로 던진 "너나 잘 하세요"는 청년 세대들이 기성세대들에게 날리는 하이킥이었습니다. 자신들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놓았고 젊은 세대들은 해택만 받는 존재라며 사회의 기득권은 모두 자신들의 몫이라 주장하는 그들입니다.

자신들 역시 아버지 세대에 기생해 현재의 자리에 올라섰음에도 청년 세대들에게 기회조차 빼앗아가는 현실은 참혹하기만 합니다. 철저하게 가진 이들만을 위한 세상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권리만 굳건하게 만드는 기성세대들의 극단적인 이기주의는 청년 세대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 관계의 모순과 현실적 한계와 분노를 명확하게 보여준 백진희와 안내상의 에피소드는 그렇기에 특별하고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청년 세대들에게 주어진 심각한 짐. 그들은 외면할 수도 없기에 그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해야 합니다.

대학에 들어서자마자 빚쟁이가 되어야만 하는 사회 구조적 모순. 졸업을 해도 회사 취직이 쉽지 않은 그들에게 미래는 아득하기만 합니다. 기성세대를 상징하는 내상은 자신의 실패를 감싸줄 가족들이 존재하지만 그들 역시 막 기성세대에 진입한 청년 세대들입니다.

자신의 실수와 상관없이 모든 것을 위탁하면서도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문제해결능력을 보이지 못한 채 자신에게 닥친 불행만 탓하는 기성세대의 모습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어느 곳에도 기댈 곳 없는 청년 세대들과 수수방관하듯 자신의 몫만 챙기려는 기성세대의 대립은 시트콤에 들어와 웃음 속에 큰 울림을 남겨주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