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결승전이 펼쳐지는 오늘, 프로축구 K리그는 FA컵과 무관하게 이번 주말 일정이 펼쳐집니다.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두 단체의 소통불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다소 짜증나는 일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만.

지난 A매치 주간, K리그에선 3경기가 펼쳐졌습니다. 22R를 뒤늦게 펼친 대구와 광주의 일요일 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이번 주말 경기를 당겨서 치른 건데요. 성남과 강원의 경기, 그리고 수원과 전북의 경기. 바로 이번 주말 FA컵 결승전의 주인공인 성남과 수원을 위한 배려였습니다. 강원, 전북 구단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요. 특히 대표팀에 주전 공격수를 내준 전북은 대승적 양보를 했다는 거!

오늘 펼쳐지는 FA컵은 그래서, 어찌됐든, 정상적으로 최고의 기량으로 편히 치를 수 있게 됐습니다. 대표팀 차출 관계로 빠진 선수는 지난 주말 경기 구단 가운데, 수원, 성남, 광주, 전북 등 4개 구단. 강원과 대구는 피해가 적었고, FA컵을 치를 수원과 성남은 정성룡이나 이용래, 홍철의 빈자리를 아쉬워할 수 없는 상황, 결국 전북만 아쉬움이 남겨졌을 터.

이번 주말의 경기가 없는 전북의 마음엔 지난 라운드, 무승부의 아쉬움만큼이나 차출된 이동국 선수에 대한 아쉬움도 큽니다. 무엇보다 대표팀에 차출됐음에도 뭔가 보여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는.

실제로 이동국 선수도 트위터에 대표팀의 월드컵 지역예선전 이후, 의미심장한 글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감사인사 가운데 "이제 모든 것을 잊고, 전북 현대의 우승을 위해"라는 구절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대표팀 은퇴 의사가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인 예측, 출전 시간이나 대표팀 전술의 특징이 그런 누리꾼의 예상을 뒷받침하는데요.

대표팀에서 그의 활약이나, 대표팀 감독의 구상, 그리고 이동국의 쓰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국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리그 소속팀의 경기조차 포기하고 임한 대표팀 경기란 점에서 생각해볼 부분은 분명, 함께합니다. 선수가 아쉬움을 느껴야 했다는 것, 소속 구단의 탄식이 깊었다는 건, 최근 대표팀의 권위에 대한 문제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그간 대표팀이 해외파에 비해, K리그 소속 선수들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쉽게(?) 생각한 행태를 돌이켜 볼 부분이기도 한데요.

리그를 지배하고,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새롭게 주목받는 이동국의 2011년, 대표팀까지 뽑혔다는 사실에 기뻐했을 그와 구단에, 정작 현실에선 여러 가지 무성한 논란과 팀의 피해와, 선수의 고민을 더했다는 건 리그팬들에겐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요? -구단과 선수는 당연히 상처와 슬픔이 있고, 아쉬움과 분노도 함께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리그의 공격수들에 대한 가치재평가와 대표팀 공격라인에 K리거들의 힘이 더 깊이 하길 바란다는 관점에서, 이번 사태에 아쉬움은 여러모로 큽니다. 그리고 그 아쉬움에 소속 구단인 전북의 안타까움이 있다는 점은 더욱 아쉽습니다. 리그에 대한 가치와 소중함을 대표팀에게서 느끼기 힘들었던, 역사는 깊지만 그 역사를 조우할 때마다 화가 나고 아쉬워집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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