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온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려 하는가 -

점입가경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비리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마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좌파정권 인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이라며 해묵은 색깔론의 칼을 뽑아 들고 KBS 정연주 사장을 내몰기 위해 온갖 추잡한 노력들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강부자·고소영’ 내각 국무위원들을 위시하여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도 결코 비껴가지 못하는 비리사실과 의혹에 대한 KBS의 치밀한 탐사보도 때문이었을까?

한나라당의 이른바 ‘좌파정권’ 인사들에 대한 인적청산에 발맞춰 조중동 등 보수신문들은 한목소리로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합창하며 지난 2004년 이후 KBS의 뉴스·시사프로그램이 편파·왜곡 시비를 또다시 그 근거로 들고 있다.

그리고 지난 13일 심채철 한나라당 의원은 이러한 보수언론들과 함께 다시 정연주 사장이 KBS를 장악하고 사장의 입맛에 맞는 뉴스와 프로그램을 양산하고 있다며 KBS의 PD, 기자들에 대한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명예훼손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동안 이와 관련하여 KBS는 편파와 왜곡을 일삼는 보수언론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언론중재와 정정보도 신청을 내고 이에 대해 충분한 해명을 해왔다. 그런데도,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또다시 KBS의 PD, 기자들이 마치 정연주 사장의 꼭두각시인 것처럼 규정하는 도발적 발언을 자행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임기초반 국민의 열망을 외면하고 온갖 부정축재와 비리에 연계된 국무위원들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들끓게 된 국민의 민심을 호도하기 위한 저급한 정치공세의 일환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치공세에도 금도가 있다. 정치공세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다투는 자들의 전유물이지 그런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진 정치인들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만약 한나라당이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언론기관인 KBS를 대상으로 정치공세를 계속한다면, 이는 오직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의지로 밖에 판단할 수 없다.

그들은 언론 민주화 20년 투쟁의 성과를 정치적 시빗거리로 만듦으로써 그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건강한 비판정신을 잠재우고 싶겠지만, 지난 역사가 증명하듯이 이런 시도는 항상 실패했다.

이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편파·왜곡된 주장 속에서도 신뢰도와 영향력 1위 매체 KBS라는 국민의 믿음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TV수신료를 내고 있는 국민들이 위임한 공영방송의 책무에 대해 더욱 엄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심재철 의원과 한나라당에 엄중 경고한다. 왜곡된 정치공세를 즉각 중단하고 KBS종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발언에 대해서도 즉각 사과하라. 만약 이런 경고를 무시한다면, KBS PD협회는 국민들이 부여한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그리고 결코 부끄럽지 않을 우리의 윤리와 자존심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08. 3. 17
KBS PD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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