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가짜뉴스' 관련 입법을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마무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잠시 주춤한 듯 보였던 민주당의 '가짜뉴스방지법' 추진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13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최근 미국 국회의사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 시위대에 의해 장악된 사례를 언급하며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를 믿고 선동에 휘둘리면 견고해 보이던 민주주의도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짜뉴스와 조작정보로 사회의 혼란과 불신을 가중시키고 특정인의 명예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더 단호하게 대처하고 필요하면 전담기구 설치도 검토했으면 한다. 관련 입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 마무리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방역과 백신 관련 가짜뉴스는 물론 최근에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약과 민간요법이 코로나19 치료 약으로 둔갑해 확산되고 있다"며 "그것은 사회의 신뢰와 연대, 나아가 민주주의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반사회적 범죄로 용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검토 중인 '가짜뉴스방지법'은 윤영찬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김영호 의원이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이다.

윤 의원 법안은 정보통신망 이용자가 거짓정보나 불법정보를 생산·유통해 명예훼손 등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다. 온라인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불리고 있다.

김 의원 법안은 언론이 정정보도를 할 경우 원래의 보도와 같은 시간과 분량, 크기를 강제하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실제 정정보도는 정정의 대상이 되는 언론 보도에 비해 분량이 매우 짧거나 그 크기와 글씨가 매우 작아 시청자나 독자가 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언론사가 정정보도 기준을 지키지 않을 시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밖에도 포털, SNS 등 인터넷사업자에 대해 허위조작정보를 삭제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허위조작정보 유통에 따른 피해예방과 유통방지를 골자로 하는 '허위조작정보 방지3법'(정필모 의원),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시 5배 이하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원욱 의원) 등이 민주당에서 발의됐다.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하는 민주당의 가짜뉴스방지법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윤 의원 법안 등에 대해 "‘언론’, ‘표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은 이미 국제인권기준에 반하여 과도하게 형사화되어 있는 명예훼손 제도가 남용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오픈넷은 "물론 무책임한 보도로 개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언론 활동이 억지되어야 함은 당연하지만, 이것이 예외적 징벌이 필요할 정도로 해악이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인가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보통 형사제재가 미비하거나 부족한 사건에서 추가적인 사적 벌금을 부과하여 재발방지 효과를 노리는 제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표현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많은 형사처벌 규정이 존재하고, 징역형까지 규정되어 있으며, 명예훼손죄 고소·고발 건수도 굉장히 많다"고 우려했다.

한국기자협회보 편집위원회는 13일 <[우리의 주장]이럴거면 언론개혁 공약 왜 했나>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마치 언론개혁의 전부인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된다"며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현행법으로 얼마든지 다툴 수 있다. 마음에 안 드는 언론을 본때 보이겠다는 의도는 분란만 키울 뿐"이라고 했다. 기자협회보 편집위는 "가뜩이나 분열된 언론을 ‘내 편 네 편’ 나눠 선택적 징벌을 할 위험성이 크다"며 "언론자유 뒤에 숨어 악의적 왜곡을 일삼는 보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눈에는 눈’ 식의 대응은 재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2020년 10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타당한가' 토론회에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가운데)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이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주요 개혁입법 과제 중 하나로 '언론개혁법안'을 꼽았다. 지난 10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개혁입법은 공수처법, 공정경제3법, 언론개혁법안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언론개혁법안으로 어떤 법안들을 구상하고 있는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법무부가 입법예고해 언론계 내에서 논란이 일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안(상법 개정안)에 대해 "언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처럼 신뢰 낮은 상태로 계속 가면 안 되고, 일부 가짜뉴스 때문에 언론 전체가 불신 대상이 되는 것은 언론 스스로도 원치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징벌적 손해배상 논의를 피해갈 수 없다"고 법안처리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 무렵 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TF'의 단장 노웅래 최고위원은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타당한가'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내용이 부당하다며 격분했다. 이날 발제와 토론이 모두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비판하는 의견들로 모아지면서 노 최고위원은 "국민정서와 정반대되는 결론을 짜맞추는 듯한 토론에 성격 같아서는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당대표 임기를 두달 여 앞둔 상황에서 종전의 신중했던 모습과는 달리 적극적인 의제설정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새해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으로 열었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게 일면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이유로 한 발 물러섰다. 최근에는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코로나19 '이익공유제'를 꺼내 당 안팎에서 찬반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 이 대표의 '이익공유제' 제시에 민주당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취지는 공감하나 자발적 참여는 실효성 담보가 안 된다"며 "부유세 또는 사회연대세라는 정공법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 입법 추진을 위해 이미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런 이 대표의 최근 행보를 두고 언론 등지에서는 첨예하고 휘발성이 높은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아울러 대권주자로서 이 대표의 하락한 지지율과 태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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