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세계일보가 수습기자·일반직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불공정 심사 논란이 불거졌다. 세계일보가 필수 서류가 아닌 국어·영어능력시험 점수 내역을 1차 서류심사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에 한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측은 국어점수와 영어점수가 응시자격에 적시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입사지원서에 관련 기재란이 있었고, 일부 지원자에 점수 확인 요청을 한 것이 심사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세계일보 사옥(미디어스)

지난해 12월 1일 세계일보는 26기 수습기자·일반직 공채 공고를 냈다. 입사지원서류 제출 기간은 같은 달 15일까지였으며 서류심사를 통해 지난 5일 1차 서류전형 합격자가 발표됐다. 세계일보의 공채모집은 3년 만으로 약 600여명이 지원했다.

그런데 언론사 취업준비생 온라인 커뮤니티 '아랑'에 12월 말 경 세계일보가 지원서에 국어·영어점수를 기입하지 않은 지원자를 대상으로 개별연락을 한다는데, 연락을 받지 못한 사람이 있느냐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세계일보는 공채 공고에서 지원자 응시자격으로 ▲4년재 정규대학 이상 졸업자 또는 2021년 2월 졸업예정자 ▲남자는 병역필 또는 면제자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 등의 공통사항과 ▲박사학위 소지자 및 전문직 자격증 소지자 ▲제2외국어 능통자 등 우대사항을 표기했다. 국어점수와 영어점수는 응시자격 사항에 없었다. 세계일보 공고에 따르면 국어·영어점수는 2차 합격자 제출서류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이후 아랑에는 '이번 세계일보 공채 서류 심사에서 공정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 게시자 A씨는 "세계일보 채용 공고에 영어와 한국어는 필수로 제출해야하는 요건이 아니었다"며 "세계일보 인사팀은 몇몇 사람들을 자체 기준으로 선별해서 서류 마감이 끝난 이후 추가 자격증을 제출하라고 문자를 보냈다. 영어와 한국어 점수 칸이 비어있는 모든 이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선정한 몇명에게만 연락을 취했고 이들의 점수를 서류전형에 반영해주었다"고 썼다.

A씨는 "결론적으로 세계일보 인사팀은 서류접수 기간이 끝난 후 일부 지원자들에게만 2차 합격자 제출 서류를 제출하도록 따로 안내했고 그 점수를 서류 전형에 반영시켜 1차 서류전형 합불을 결정했다"고 했다.

해당 게시글에 대한 커뮤니티 반응은 분분하다. 한 이용자는 "사실이라면 채용과정에 문제가 있다. 평가 과정에서 한 분이라도 무고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면 사측 잘못"이라며 "처음받은 원서로만 평가하든지, 아니면 지원자 전부에게 추가로 공지를 올렸어야 했다. 절차상 하자가 있었던 게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 요건이 심사중 추가된 게 아니다. 어차피 해당 점수가 없는 지원자라면 설령 필기에 합격하더라도 면접은 못 간다는 걸 추론할 수는 있다"며 "반대로 점수가 있으면서 자격요건에 명시되지 않아 안 쓴 지원자도 있을 수 있다. 이들을 탈락시킨다면 인사팀의 실수로 지원자가 불이익을 보는 거니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A씨가 5일 세계일보 인사팀측과 전화통화에서 일부 지원자에게만 연락이 간 이유는 무엇인지, 연락받은 지원자들은 누구인지, 심사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등을 문의했다.

이에 대해 세계일보 측은 심사를 하면서 일부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가서류 제출을 요구, 확인을 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 '왜 저에게는 연락이 오지 않았느냐'는 A씨 질문에 세계일보측은 "그 부분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평가가 되는 요소였다면 응시자격 사항으로 명기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세계일보 측은 국어·영어점수가 평가되는지를 반드시 적시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다만 주요심사사항에 자기소개서와 어학능력이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26기 수습기자·일반직 모집 전형절차 및 응시자격

세계일보 인사팀 관계자는 6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입사지원서에)국어점수와 영어점수를 기재하는 내용(기재란)은 있었다"며 "지원을 할 때 선택적으로 누락을 했거나 또는 점수가 낮아서 일부러 기입을 안 했거나 하는 등의 사유로 기입이 안 되어 있는 분들이 있었다. 내부적으로 심사를 하면서 기입 확인이 필요한 분들이 판단되어 별도로 연락을 드린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 관계자는 1차 응시자격에 국어·영어점수 제출사항이 없고, 2차 합격자 제출서류 기준에 관련 내용이 있어 지원자들이 혼란을 겪은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기 때문에 (지원서에)기재가 누락됐을 수 있다고 판단돼 확인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일부 지원자에 한해 연락을 취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관계자는 "확인문자를 보내고 나서도 탈락한 분들은 있다. 당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면서 "일괄적으로 문자를 보냈다면 좀 더 자연스러웠을 것이고,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서류심사 전형상의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연락을 취한 인원선별 기준에 대해서는 심사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심사결과와 별개로 세계일보 방침에 따라 지원자별 응시 제출자료가 달라져 채용시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어떤 내용을 변형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가지고 있는 내용을 확인한 절차였기 때문에 제출하는 내용이 달라졌다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지원자 입장에서 볼 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고, 그 부분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그것을 공정성 문제로 얘기하기에는 과장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서류심사에 있어 공정성을 훼손한 건 아니다"고 했다.

A씨는 미디어스에 "어학점수 제출은 필수사항이 아니었다.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은 것이라면 좋겠지만 그것은 알 수 없다"며 "일부 지원자에 확인 연락을 보낸 이유를 증명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매력적인, 한 번 더 보고싶은 지원자에 한해 연락을 했다는 것인데 지원자 입장에서는 거기서부터 공정성이 어긋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점수를 제출한 사람들 중 떨어진 사람들이 있어 공정성이 보장된다는 말은 결국 그 점수를 평가에 반영했다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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