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헤더식 평가전을 치른 7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2000년 1월, 뉴질랜드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대표팀-국가대표팀 경기가 연달아 치러진 이후 11년 9개월 만에 더블헤더 경기가 성사돼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2경기 모두 이기기를 바랐지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팀만 우즈베키스탄에 5-1 대승을 거뒀고, 조광래 감독의 축구대표팀은 폴란드와 2-2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2경기에 걸쳐 터트린 한국팀의 골이 무려 7골에 달해 2경기 모두 관전한 팬들을 흥분하게 했습니다.

두 팀 모두 지는 경기를 펼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조금 엇갈렸습니다. 성인대표팀으로 대거 차출돼 불안한 전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했던 홍명보호 올림픽팀은 만만치 않은 상대 우즈베키스탄을 맞아 기술, 힘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완승을 거뒀습니다. 손발을 맞춘 지 오래 지나지 않았음에도 선수들 특유의 자신감과 패기로 전반 초반부터 밀어붙였고, 날카로운 공격력을 앞세워 전반 3골, 후반 2골로 시원한 경기력을 과시하며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반면 조광래호 축구대표팀은 박주영의 식지 않은 경기력, 후반에 조금 살아난 패싱플레이 정도만 인상적이었을 뿐 전체적으로 손발이 맞지 않고 불안한 수비진, 미드필더들의 엉성한 경기 운영으로 폴란드에 많은 허점을 드러내며 지난 쿠웨이트전 무승부 이후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습니다. 상대의 조직적인 압박 플레이, 패싱 플레이에 수차례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고, 2-1로 앞선 상황에서 간만에 대표팀 경기에 출장한 조병국의 실수가 그대로 동점골로 이어지면서 2-2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경기 결과, 평가는 다소 엇갈렸지만 그래도 두 팀 모두 공통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냈다고 한다면 바로 가능성 있는 새로운 자원들을 발굴했다는 것입니다. 이전에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던 선수들, 또는 앞으로 한국축구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선수들이 제 몫 이상의 역할을 잘 소화한 것은 두 팀 모두 뿐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적으로도 큰 성과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 서정진 ⓒ연합뉴스
폴란드전에서 대표팀의 히어로로 떠오른 선수는 바로 전북 현대의 서정진이었습니다. 비록 양 팀 감독 합의에 따라 7명 선수교체로 정식 A매치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후반 교체 투입돼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낸 서정진의 활약상은 깊은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측면에서 활발한 몸놀림, 탄탄한 개인기에 날카로운 패스플레이까지 공격 면에서 어느 것 하나 흠잡을데 없는 경기력을 선보인 서정진 덕에 조광래 감독은 또 하나의 새로운 카드를 얻는 소득을 이뤘습니다. '옛 캡틴' 박지성의 7번을 달고 뛴 선수다웠습니다.

1월 아시안컵 이후 9개월 만에 A매치에 모습을 드러낸 분데스리거 손흥민(함부르크 SV) 역시 '한국 축구의 미래'다운 경기력으로 팬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이날 국내에서 열린 A매치 첫 데뷔 경기를 치르기도 했던 손흥민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이동국과 교체 투입돼 전반 내내 답답했던 측면 공격 흐름을 풀어내는 데 제 역할을 다해내며 무난한 복귀전을 치렀습니다. 전반전동안 답답한 흐름을 보였던 조광래호는 19살의 손흥민, 21살의 서정진 덕분에 활력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고, 이는 곧바로 '캡틴박' 박주영의 2골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 올림픽 축구대표팀 윤일록이 7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연합뉴스
지동원, 윤빛가람, 홍정호 등 주축 선수들의 성인대표 차출로 선수 수급 문제를 호소했던 홍명보호 올림픽팀이었지만 다양한 포지션, 플레이 소화가 가능한 젊은 선수들의 능력 덕분에 빛나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공격 능력까지 갖춰 이번 평가전에서 맹활약한 박종우(부산 아이파크), 활발하고 날카로운 공격력으로 1골-1도움을 기록하고 상대팀 감독으로부터 '인상적이다'는 말까지 들었던 윤일록(경남 FC), 홍명보호에서 서서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김태환(FC 서울) 등 기존에 주전 선수들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의 활약이 이번에 돋보였습니다. 여기에 대학 선수 박용지, U-20 대표 출신 백성동, 장현수, 황도연 등도 이번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펼치다보니 홍명보 감독은 다음 달 올림픽 최종예선 2차전을 앞두고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올림픽팀에 전폭 지원하는 예전과 다르게 유럽처럼 성인대표팀을 우선 차출하는 팀 운영 때문에 다양한 선수 발굴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U-20 대표 출신, 예전부터 이뤄진 대학 선수 차출 훈련 덕을 톡톡히 본 셈이 됐습니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어도 이런 선수들이 최종예선, 평가전 등을 통해 경험을 쌓는다면 주전, 비주전 실력 차도 줄어들 것이고, 훗날에는 월드컵에 나갈 선수 자원 풀도 그만큼 더 넓어지는 계기로 이어질 것입니다.

새로움은 언제나 신선함을 가져다줍니다. 적어도 이번 조광래호, 홍명보호가 선보인 경기에서는 새로움이라는 키워드를 잘 활용해 많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발굴된 새로움과 기존의 전력이 적절하게 잘 조화를 이뤄 보다 완벽하고 완전한 팀의 면모를 나란히 갖추는 두 팀이 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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